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질밥에 관한 단상

명랑쾌활 2013. 9. 4. 08:23

이런 내용은 자칫 현지인이 읽게되면 신성한 이슬람 전통을 비하했다고 테러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미리 실드 치는데, 이건 그냥 살면서 느낀 어떤 현상의 공통점에 대한 정리글일뿐 특정종교를 비하할 의도는 없다는걸 밝힌다.

무릇 문제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그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들 아니겠나.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과 오해가 매우 심각하다.

한국인의 인니 여행기를 보면, 인니 여성들이 질밥 Jilbab(무슬림 여성 머리 두건) 착용한 것을 보며, 억압 당하는 여성이라며 불쌍한 취급을 하곤 하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인니는 중동과 달리 이슬람 문화가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오히려 더 잘 보장되어 있다.

질밥 역시 철저히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엄마는 질밥 착용했는데, 딸은 하지 않았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선택적인 만큼 질밥을 세속적으로 이용할 여지도 크다.

인니에서 살면서, 평소 질밥을 착용하지 않던 여성이 갑자기 착용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몇 가지 공통점을 느꼈다.

 

1. 불리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거라 예상될 때

비즈니스 관계일 때 이런 경우가 흔하다.

한 여성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상 중대한 잘못의 해명을 위해 회사를 방문했는데, 질밥을 착용하고 왔다.

그 에이전트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났던 1년여 동안 질밥을 착용한 모습을 본 적이 전혀 없었다.

 

2. 잘 보여야 할 때

면접을 보러 오는 경우에 많이 봤다.

입사하고 나서는 쓰지 않는다.

 

3. 존중 받고 싶을 때

원래 질밥을 쓰지 않던 여직원이 다른 여직원들에게 은근한 괴롭힘을 받게 되자, 질밥을 썼다.

물론 퇴근하면 벗는다.

 

4. 불만을 어필하고 싶을 때

회사 방침 변경으로 예전에 누리던 혜택을 못누리게 된 여직원이 다음날부터 뜬금 없이 질밥을 쓰고 나왔다.

 

질밥을 착용하는 여성에게 물어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종교적인 이유도 있고, 자신이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있어 안심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도 질밥을 착용한 여성은 아무래도 더 조심히 대우 받는듯이 보인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되면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다.

종교는 상황에 따른 합리적 변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용적인 부분이 있지만, 결국 종교의 본질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독선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질밥을 이용하는 인니가 중동에 비해 외국인이 살기에 더 편하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뭐든 적당한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