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Pangandaran] 03. Green Canyon 예상대로 별건 없었다.

명랑쾌활 2013. 8. 22. 08:55

길을 잘못 들어 얻어 걸린 것은 바뚜히우만이 아니다.

 

해변을 따라 뻗은 독특한 분위기의 시골길도 덤이다.

 

오히려 더 사고가 크게 날 것 같은 난간석

없으면 얌전히 빠질 것을 괜히 들이받고 떰부링 해서 빠질거 같다.

 

자칫 지나칠뻔 했던 그린캐년 선착장 입구

 

때를 잘 타고 왔는지 한적하다.

예상했던대로 소박한 시골 유원지 같은 분위기다.

 

현지인이고 외국인이고 에누리 없이 배 한 척 당 12만5천루피아.

배 한 척에 7,8명이 타든, 1명이 타든 12만5천루피아.

두세명인 팀에 같이 껴서 타도 별 말 없이 12만5천루피아.

정찰제라 좋다.

주선까지는 안해주니, 티켓 파는 곳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알아서 팀을 찾아야 한다.

남녀 둘이 온 현지인팀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그런데 두명을 더 구하겠다고 또 기다린다.

내가 5만루피아 낼테니 가자고 했더니 좋댄다.

당신도 5만루피아 내고, 일행은 2만5천루피아 내고 그냥 출발하자는 뜻이었는데, 10분을 기다려 기어코 한 명을 구해서 탄다.

뭐, 각자에게 돈과 시간의 가치는 틀린 법이니까.

 

속이 안비치는 연초록빛의 강물... 그게 다다.

딱히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다.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또다른 선착장이 보인다.

 

낡고 관리가 되지 않아 여기저기 허물어 진 것으로 보아, 원래는 여기가 선착장이었을 것 같다.

목적지와 너무 가까와서 12만5천루피아란 돈을 받을 수 없으니 더 멀리 하류에 지은게 아닐까 싶다.

요컨데 배 타고 오면서 보았던 경치들은 강매란 얘기다. ㅋㅋ

사진 속의 배는 손님을 태우려는 배가 아니라 대기하는 배다.

하지만 내 생각엔, 여기 사정 아는 사람은 저 곳에서 슬쩍 흥정해서 바로 앞에 싼 값에 갔다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예 없으면 모를까 있기만 하다면 인니는 안되는게 없는 나라다.

(물론, 만만하게 봤는데 의외로 깐깐하고 어려운 것도 있다. 안되진 않는다!)

 

종점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먼저 출발한 보트들이 바글바글 하다.

우리 보트도 뒤에 가서 섰다.

 

앞선 보트들이 빠지니 이런 풍경이 보인다.

 

턱 때문에 배로는 더이상 갈 수 없다.

 

키잡이가 선장이라 치면, 보조원 격인 사람이 수영할 거냐고 묻는다. 

음? 뭔 수영?

갈아 입을 옷도 안가져왔을 뿐더러, 물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탁한 강에서 헤엄치고 싶지 않아 사양했다.

피라니아와 개구리의 금단의 사랑의 결실인, 식인 올챙이라도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줄 잡고 저편까지 가는 거다.

 

줄을 놓치게 되면 여길 굴러야 할텐데 역시나 안전장치 따윈 없다.

와일드 인도네시아 +_+b

 

 

수영할거 아니면 이게 끝이다.

왔던대로 돌아간다. ㅋㅋ

 

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면서 보니 계곡 한가운데 바위에 시체수거원안전요원일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고를 방지할 생각은 없어도 최소한, 수습할 생각은 있나보다.

 

오는 참에 왠지 축 처져 보이는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보조원의 뒷모습을 보자니 문득, 수영하는게 공짜일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조원에게 물어봤다.

한 명 당 30분에 10만루피아랜다.

배는 아까 본 선착장에 기다리다가 30분 뒤에 데리러 온댄다.

기름값에 유지비 드는 배삯 보다는 구명조끼 빌려주고 기다리면 적지않은 돈이 들어오는 수영 사업이 더 짭짤할거다.

난 또 배삯 12만5천루피아에 포함된 서비스인 줄 알고 인심 쓰듯 거절했었는데, 어쩐지 실망하는 기색이더라. ㅋㅋㅋㅋ

나랑 같이 탔던 현지인 남녀는 비싸서 안한 모양이다.

사실 30분에 만원이면 한국이라도 싼건 아니다.

이래저래 우리 배는 운수 없는 날이겠다. ㅎㅎ

 

아까 출발하기 전 선착장에서, 강 건너편으로 오토바이들이 빠른 속도로 빈번하게 다니는 걸 봤다.

출발한지 얼마지 않아 철교도 봐뒀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본다.

 

의외로 상태가 좋은 숲속 도로와

 

역시나 비포장 도로다.

 

오잉, 뜬금없이 통행료를 받는 곳이 나왔다.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다리인데 오토바이도 다닌다.

다리 양 끝에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쪽 방향씩 지나간다.

엄청 미끌미끌하고 어엄청 출렁거려서 어어어엄청 스릴 넘쳤다.

역시나 어메이징 인도네시아! d+_+b

아, 통행료는 2천루피아였다. ㅋㅋ

(위치는 사진 중 루트 설명 구글 캡쳐에 '출렁다리'라고 표기해 뒀음)

 

멋진 경치를 보며 커피를 마실 곳은 없었다.

온통 비포장길이라 엉덩이도 아프고 목도 마르다.

편의점에 들러 생수 하나 사마시고 앞에서 잠시 쉬었다.

 

단체로 놀러온 모양인데, 당둣 Dangdut (인도 음악 삘의 인니 뽕짝) 틀어놓고 신나게 몸을 흔드는게 영락 없이 한국의 시골마을 야유회다.

이런 것들을 보고 해야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없어질텐데, 한국은 이슬람에 대한 정보가 너무 편향적이고 적다.

 

빵안다란 시내 어느 도로 옆에선 새소리 대회가 있었다.

3번이면 3번, 5번이면 5번, 우는 횟수를 정해 놓고 연속으로 정확히 그 수 만큼 짖는 새가 이기는 시합이다.

순위 정해서 상품도 지급하는데, 몰래 돈도 거는 것 같았다.

 

오후 2시쯤, 해변 레스토랑에 가서 나시고렝과 맥주를 마셨다.

맥주가 아주 차가운게 마음에 쏙 든다.

 

음악 들으며 유유자적,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혼자 여행할 때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