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특근 여부를 그 전주에나 알 수 있는, 그나마도 확정도 아닌 엿같은 상황으로 인해, 여행 굶은지 반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이게 다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계획까지 짜는 어처구니 없는 체계로 공장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보통은 본사에서 생산 계획 던져 주면, 여기서 알아서 현지 상황에 맞춰 근무계획 짜는게 정상(!)입니다.)
해외 직영 경험이 없는 회사라 그렇다지만, 조직 구성원에 불신을 깔고 통제하는 기조로 흘러가는 모양입니다.
피자헛이나 KFC 차리면, 매니저 못믿어서 쓰레기통 뒤지고 다닐 깜냥입니다. ㅋㅋ
에... 여행을 하도 굶어서 쌓인 모양입니다.
스트레스만 어느 정도 이하로 털어주면, 쓰레기통을 뒤지든 CCTV 보고 조지든 그러려니 하고 침 한 번 퉤 뱉고 넘어가는 편인데 말이죠.
그리 심심해서 옛날 영화 한 편 봤습니다.
무려 고등학생 시절부터 보고 싶었던! 그런데 어찌어찌 볼 기회가 없어서 그동안 못봤던 1987년도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떨어진 천사를 주은 놈이, 성격 좀 못됐지만 그래도 주인공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인 애인 뻥 차버리고, 천사를 슥삭슥삭 한다는 내용입니다.
오덕스러운 내용에, 십덕스러운 주인공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영화를 그렇게 보고 싶었다니, 저도 어렸을 땐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유치한 건강 청소년이었던 모양입니다.
참고로, 요즘 심사가 비틀린 관계로 꼬꼬마들이 보기엔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언사들이 있습니다.
(사실 제 블로그 자체가 꼬꼬마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죠. 애들도 알건 다 아는데요. ㅋㅋ)
스포일러는 당연한 옵션이구요.
오,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와 함께 3대 책받침 여신이었던 피비 케이츠가, 성격은 다소 드럽지만 주인공을 일편단심 좋아하는 비련의 여조연이다.
남주인공인... 덕후
이름 따윈 별로 알고 싶지 않다.
푸콘가족스러운 이미지다.
수영장에 떨어진 천사
낼름 줏어다 음훗훗훗훗~
보통은 화를 내야 하는데 천사라 역시 가치관이 남다르다.
이당시 엠마누엘 베아르는 정말 천사스러웠다.
참으로 조악하도다...
천사가 프렌치 감자튀김을 무지 좋아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설정인데,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다.
손에 묻은 케첩을 빨아드셔 주시는 장면이 있었다면, 감독을 매우 존경했을 것이다.
그래서 감자튀김으로 유인해서 납치를 시도한다는 설정까지 있다.
천사의 순수성을 부각시키려 했다는걸 감안해도, 이건 뭐 개 지능도 아니고... -_-;
목욕 훔쳐보기는 선녀와 나무꾼 시절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덕후 라이프의 필수 상황 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슴가 노출 따위는 20세기부터 별것도 아니었다.
지나치게 근엄한 한국이 그걸 억제한 덕분에 인터넷 성문화 관련 사이트 소비 순위에서 수위를 다투는 훌륭한 국가가 되었다.
근래에 들어서는 성매매 금지 특별법 덕분에 호주로, 일본으로 사업 진출하시는 언니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국격 상승의 자랑스러움도 누리고 있다.
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려는 발상이라니, 중세시대로의 회귀인가?
천사를 구하려다 다친 덕후가 얼핏 봐도 실내 세트로 보이는 풀더미에 널부러졌다.
천사는 덕후를 가슴팍에 끌어안고 돌고래 소리로 우어어어~ 노래 비슷한걸 부르니까, 죽어가던 덕후가 살아난다.
참으로 인자하시고 자애로우신 야훼이시다.
이건 정말 덕후 영화라는 느낌을 받게 한 장면.
병실에 누워 천사를 찾는 덕후 옆의 간호사가 뒤를 돌아보니... 천사다. -_-;
그래, 덕후의 제복 페티쉬 망상 중 최고는 역시 간호사가 아니겠능가.
엉덩이를 까보여도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않는 백의의 천사 언니들.
(분야와 상항에 따라서는 심지어 엉덩이 반대편을 까보여도 괜찮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묶은 머리를 풀어헤쳐 주시는 서비스 컷도 보여 주시고...
그냐말로 완벽한 덕후 망상 충족 영화다.
키스로 엔딩은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 조건이지만... 저 갈색머리 양키 덕후색히에게 부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젠장.
배우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일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상은...
빨리 상황이 좀 개선되어서, 저딴 영화보다는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