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Go East. 15. 발리 Bali 우붓 Ubud. 몽키 포레스트 Monkey Forest.

명랑쾌활 2010. 11. 19. 16:29
우붓의 중심거리 이름도 몽키 포레스트겠다, 갈 만도 한데 사실 그닥 가고 싶진 않았다.
족자에 가면 그래도 왕궁 정도는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갔다가 죤망한 기억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어디가서 자랑질 좀 하려면 가봐야 하겠다 싶은 순수하게 저질스러운 동기로 몽키 포레스트에 갔다.

몽키 포레스트 동쪽 입구 건너편 미술점.
이런 저런 그림들 사이에서 썩소를 짓고 있는 원숭이 그림이 나를 반긴다.
왠지 눈을 콕 찔러주고 싶어진다.
부처님도 시선 내리고 계신데 이 짜식이 어디서!

의외로 울창했다!
제법 번화한 거리와 따로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이렇게 울창할 줄이야.
원숭이가 없으면 용서가 안될 정도로 울창한 숲을 보니, 풀 키우기 참 힘든 한국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몇 만의 신을 모시는 발리인데 원숭이 사원이라고 없을 쏘냐.
지나치게 고혹적인 입술을 가진 원숭이 석상 하나가 눈에 띈다.
엉덩이라도 갖다 대야 되나 잠시 고민했다.

원숭이 사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꽤 깊은 연못 위를, 정말로 타잔처럼 덩굴 타고 넘어다니는 장난을 쳤던 웨스턴.
뚝 끊어져서 떨어졌으면 만점 줬겠지만, 일단 90점은 줬다.

원숭이 사원 반대편은 뭘까 하고 가보는데, 오, 범상치 않은 포스의 동물 석상 일부가 보인다.

악어다.
발리에 악어도 있었던가?
어쨌든 상당히 디테일한 조각에 감탄이 절로 인다.

오오, 드디어 원숭이가 개떼처럼 널려 있다는 몽키 포레스트의 진면목이 보인다.
발로 뻥뻥 차고 다니다가 지쳐 쓰러지겠다.

절대로 구경하는 사람들 안보고 다른 데만 돌아 보던 놈.
왠지 원숭이 따위에게 무시 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때려주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참았다.
그런데 다른 데로 가려고 하니까 그때서야 나를 흘끔 쳐다보며 훗, 겁쟁이~ 하는 듯 해서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다음에 꽝꽝 얼린 빠나나나 푹 삶은 사과라도 챙겨다 줘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슨 불륜 현장 덮친 것도 아닌데 무지하게 부끄러워 하던 원숭이 일가족.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야 어디 빠나나 좀 얻어 먹고 살겠냐?
삶은 냉혹한 거야.

보란듯이 털 골라 주기를 하던 콤비.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방해하면 안되겠다 느껴졌는지, 빠나나는 주지 않고 사진만 잔뜩 찍었다.
역시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을 잘 골라야 한다.

주머니에 넣고 가고 싶다는 충동을 마구 일으켰던 원숭이 새끼.
정말 미칠듯이 귀여운 새끼였다.
" 어머, 오빠. 저 새끼 레알 귀여워."
" 아냐. 저 새끼보다는 니가 쵸레알 귀여워."
불현듯 연인들이 데이트 와서 보면 이런 낭만적인 밀어를 속삭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이런 말도 덧붙여 주면 더 좋겠지.
" 우리도 나중에 저 새끼처럼 귀여운 새끼를 치자..."
" 나중은 무슨, 오빠. 여기 숲이 참 울창해."
...그래, 나 솔로다. -_-;

몽키 포레스트 중심 부근에 있는 큰 사원 뒷 켠으로, 관리하거나 공양하러 온 사람들 오토바이 주차하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뒷편으로 공양할 때 쓰는 바나나 잎으로 만든 공양 그릇의 잔해가 수도 없이 쌓여 있었다.
사진에는 색이 비슷해서 잘 눈에 뜨이지 않는데, 잘 보면 원숭이들이 다글다글 하다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 여기가 원숭이가 가장 많이 모인 곳이다.
짬밥 좀 되는 원숭이들은 비참한 구걸 따윈 하지 않고, 여기서 인간들이 바치는 음식을 품위있게 주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 품위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마다 안장에 나무판과 돌을 얹어놨다.
마침 다가오는 현지인 아자씨가 있길레 물어 봤더니, 씨익 웃으면서 알려준다.
그 이유는... 원숭이들이 안장을 무지 좋아해서 다 뜯어 먹는댄다. -_-;
원숭이 하면 빠나나만 생각하는 당신의 선입견을 버려라.
원숭이 하면 오토바이 안장이다!
당신이 진정 원숭이를 애호한다면, 몽키 포레스트에 올 때는 오토바이 안장 정도는 장만해 오라.

사원 뒷 켠의 숙소 겸 창고.
굳이 관광객들 못 들어가게 통제하진 않는다.
아니, 여길 기웃거리는 관광객이 있을 턱이 없으니 통제할 필요가 없을지도.
...그럼 난 뭐냐. -_-;

요놈은 손으로는 빠나나를 까먹으면서, 발에 또 하나를 야무지게 쥐고 있었다.
나도 열심히 연습하면 손으로는 밥 먹으면서 발로는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는 훌륭한 폐인이 될 수 있을까?

왠지 보는 사람 무지 약오르게 만드는 석상.
가뜩이나 혓바닥도 긴 것들이 쌍으로 저러면, 하나도 약오르지 않다가도 저절로 약 올라질 것 같다.

우붓 페스티발의 오고오고 Ogoh-Ogoh 퍼레이드 때, 우붓 마을 팀의 조형물과 같은 모양의 석상.
이 바닥에서는 좀 먹어 주는 분인가 보다.

몽키 포레스트 남쪽에 위치한 뒷문이다.
저 보이는 골목 쪽에도 숙소들이 꽤 많은데, 독채 맨션 식의 비싼 곳들의 입구가 저쪽에 몰려 있다.

기념품 가게나 음식점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들.
하지만, 전혀 장사 따위는 하지 않는다.
왠지 무분별한 분양 난립으로 한창 엿되고 있는 서울의 모 초대형 쇼핑몰이 떠오른다.
이 뒷편으로 돈 안내고 몽키 포레스트에 들어 올 수 있는 샛길이 있다.

동문으로 나와...

매표소 뒷편을 보면 길이 하나 나있다.

바로 이 길.

이래뵈도 수시로 오토바이들이 다니는, 제법 교통의 요지가 되는 길이다.
이 길을 통하지 않으면 멀리 빙 돌아서 가야 한다.
굳이 이 길의 탐험을 나서 봤다.
과연 샛길로 몽키 포레스트에 들어 갈 수 있는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음하하

짜잔~ 몽키 포레스트와 도로를 나누는 담 끄트머리에 이렇게 틈이 있었다.

그리로 통해서 들어온 몽키 포레스트.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아까 얘기한 문 닫은 기념품 가게 건물들, 우측에 보이는 길이 몽키 포레스트의 산책로이며, 좌측에 보이는 담벼락 너머가 공공도로다.

그 외에도 신기한 볼거리가 있었다.
길에 들어서서 좀 오르다 보니, 왼쪽의 수로 위로 널빤지를 걸쳐 둔, 계단이 보인다.
원래 호기심 따위는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 버리는 성격이지만, 여행만 떠나면 주체를 못하겠다.

올라가 보니 이런 별천지가 펼져진다.
저 오른 편에 보이는 원두막 같은 곳에서 흰 수염 할아버지 둘이서 바둑만 두고 있었어도, 귀신에 홀린 줄 알았을 것이다.

원두막에 가까이 다가가자, 이런 논이 거짓말처럼 확 펼쳐졌다.
한가롭게 일을 하던 농부들이 넌 누구냐 하는 듯 나를 쳐다봤다.

사진 오른 편 숲으로 가리워진 높은 지대가 바로 그 논이 펼쳐진 지역이다.
그 계단을 올라 가 보지 않았으면 꿈에라도 알 수 있었을까.
아마, 전 편에 산책하면서 봤던, 오리가 있던 논이 저 논이 아닐까 싶다.

내친김에 몽키 포레스트 샛길 반대편으로 뻗어나간 길을 탐험해 봤다.
이런 시골 논두렁스러운 길을 지나...

이런 섣불리 들어서면 경비원들에게 잡혀 몇 대 맞고 쫓겨날 걸 같은 길이 나타났다.
양 편으로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맨션들이 있었다.

왼 편 길이 내가 걸어온 일반 길, 오른 편의 길은 별장인지, 아니면 고급 맨션 숙박업소인가 싶은 사유지다.
사진 오른 쪽에 저 멀리 보이는 저 맨션에 묵는다면, 멋지게 펼쳐진 논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붓 약도가 그려진 찌라시 지도를 보면, 이 부근에 'Rice View Field'라고 소개되는 고급 숙박업소들이 모여 있었다.
서양인들에게는 논 자체도 꽤 유니크한 볼거리일 수도 있겠다 싶다.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버지 모시고 이런데 묵게 해드렸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하는데...


* 몽키 포레스트의 샛길을 가르쳐드렸지만, 왠만하면 그냥 표 끊고 들어가시길 권합니다.
입장료가 원화로 2천원 정도, 만약 그 정도 값어치가 안된다면 샛길을 적극 권장하겠습니다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합니다. :)
그저 원숭이 구경하러 간다기 보다는, 정말 울창한 숲에 둘러쌓여, 깊은 밀림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나무들을 올려다 보면서,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면 고적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자연에 압도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구요.
낮에 가도 숲이 울창해서 그다지 덥지 않습니다.
닫는 시간은 저녁 6시인데, 좀 선선한 때 가겠다고 느지막히 가면, 5시 무렵부터 모기가 엄청 많아져서 오히려 산책하기에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낮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5시 쯤 되니까 거짓말처럼 우르르 몰려나와 습격하더군요.
모기 퇴치제 정도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