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Go East. 03. 보로부두르 Borobudur와 믄둣 Mendut.

명랑쾌활 2010. 8. 25. 15:51
어디엔가 보로부두르도 일반 교통편으로 가는 법이 있었지만, 새벽 일출을 보고 싶은 관계로 그냥 투어로 갔다.
새벽 5시에 출발해야 시간이 맞는데, 그 시간에 일반 교통편이 있을 리가 없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이다.
엄청 쐈는데도 가는 데만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버스로 간다라...

해돋이에는 못맞췄다.
기름을 넣는다던가 같이 움직이는 버스가 안온다던가 하는 이유로 좀 멈춰서기도 하길레, 기사가 참 느긋하구만 하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사원 개방을 6시 반에 하기 땜시 해돋이는 볼 수 없다. (6시 10분 쯤 도착)
인니에서는 해가 보통 6시 쯤 떠오른다. 적도 근처인지라 1년 내내 거의 변함 없다.

벌써 떠버린 해.
그리고 아직은 한적한 사원 앞.

외국인은 이렇게 창구가 따로 있다.
입장료도 물론 다르다.
현지인은 만 루피아 (약 1,200원 가량), 외국인은 12달러(!)인가 함.
난 인니 장기 체류 허가증인 KITAS가 있는 관계로 만 5천 루피아에 입장했다. 음핫핫!
게다가 외국인 출입 창구 건물에만 있는 웰컴 드링크 (그래봐야 커피나 차지만)와 찬 물도 야무지게 챙길 수 있었다.

* 보로부두르에서는 따로 물 챙겨 갈 필요 없음.
  냉장고 안에 500ml 짜리 물 잔뜩 있어서 맘대로 챙겨가도 됨.

보행자의 편의를 무시한 급격한 계단.
아, 엿됐다. -_-;

맨 꼭데기, 천상을 상징하는 구조물.
그 앞에 올라가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다.
어딜 가나 그런 인간이 꼭 있나 보다.

보로부두르 소개하는 사진에 단골로 나오시는 분.
구멍 숭숭 구조물 내부는 이렇습니다 하고 보여주려고 일부러 저렇게 둔 듯.

가만히 보고 있자면 왠지 차고 싶어지는 표정의 울트라맨 강아지.

저 인간들은 뭘 하고 있냐면,
저 구멍으로 손을 집어 넣어 안의 불상을 만지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난 안해봤다.
이렇게 보로부두르에도 올 수 있는 지금의 처지면 충분히 복 받은 거라 생각한다.

힘들지? 나도 힘들었단다.
원래는 밑에서부터 보면서 올라오는 게 제대로 된 순서라고 한다.
그나저나 저 슴가골 아줌마는 사진 찍는 나를 괜히 한 번 째린다.
입고 온게 잘못인가, 찍는게 잘못인가, 이리저리 피해가며 찍으랴, 다 올라오는 거 기다렸다 찍으랴.
해변을 찍고 싶은 사람과 비키니를 찍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구분해서 욕할 건가.
입은 건 죄가 아니지만, 보는 것은 죄입니다.
보는 건 봐주겠는데, 찍는 건 범죄입니다.
해변이 니 꺼냐, 보로부두르가 니 꺼냐.
결정적으로 여긴 사원이라고, 이 노출증 아줌마야.
...라는 생각을 약 3초 동안 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 불상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겠지.

이 불상은 꾸역꾸역 올라오는 관광객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오, 라마야나 공연에서 봤던 장면이다.

짝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메운 곳도 있다.

돌들의 모양이 다 제각각이다.
즉, 밑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쌓은게 아니라, 가져 와서 맞춰가며 쌓았다는 얘기.

왠지 쾌변에 도움이 될 듯한 자세의 이 구조물은 배수구.
쾌변과 배수구라... 음, 멋진데?

광각이 좁은 카메라로는 유일하게 전체를 찍을 수 있었던 위치.
이 건축물 하나지만, 층층이 차분히 돌면서 보려면 1시간도 부족하다.

집결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왔던 길로 되짚어 가려는데, 나가는 쪽이라고 크게 써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뭔가 더 볼게 남아서 코스로 안내해 주는 것인가 따라 가봤다.

박물관 앞에 진열해 놓은 아직 복원 못한 돌들.

박물관이 있긴 했지만, 시간 관계 상 그냥 건너 뛰기로 한다.
하지만 왠걸, 정문 쪽으로 가는 길을 경비 같은 사람이 막고 출구는 저쪽이라고 가리킨다.
이리로 가면 정문으로 가게 된단다.
그 이유는...

콰광!!
이 기념품 골목을 꼭 통과해서 가라는 소리다.
앞으로의 여행지에서도 숱하게 당하는 인니 특유의 ' 좋은게 좋은 거, 서로 돕고 먹고 살자.' 구조다.
지들 끈덕진 호객 때문에 피한다는 생각은 안하고, 다른 길로 못 돌아가게 막고 꼭 지나가게 만든다.
자기들 차도 다녀야 하니 아예 막지는 못하지만, 지키는 사람까지 둬가면서 관광객은 이 길을 통과하게 한다.
덕분에 보로부두르의 감동은 번잡함에 밀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뭐, 이런게 좋은 사람들도 있으니 취향 따라겠지만.

늘 궁금했던 저 소뿔 모양의 돌.
나중에 알고 보니 발바닥 문지르는 거라나.

애들 노는 어트랙션 기구들을 설치하고 있다.

설마 번지점프는 아니겠지.
인니에서 번지점프라... 스릴을 추구한다는 목적성에 딱 부합되기는 한다.
진짜로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쯤 되어서야 알았다.
그나마 내가 겪었던 호객은 가게도 다 열지 않은 아침 일찍이라 덜한 거였다는 걸.
그게 덜한 거였다는 걸.

현지인의 매표소와 입구.

외국인 전용 매표소와 입구.

그렇게 인니에서는 숱하게 구분 당한다.
좋은 의미에서의 구분이면 좋으련만, 그들에게 외국인은 특별히 돈을 더 받아 내야 할 존재일 뿐이다.
300 여년 간 통치하며 수탈했던 네덜란드도, 3년 간 쥐고 흔들던 일본도 아니건만, 모든 외국인은 이 곳에서 그런 존재다.
불공평한 대우에 항의할 때 돌아오는 그들의 시선,
' 넌 외국인이잖아?'

시간에 맞춰 돌아오니, 기사 아저씨가 부른다.
투어 신청 때 아침 제공까지 포함했었는데, 이 곳이 아침 주는 곳인가 보다.

두둥!
이게 만 루피아 (천 2백원 가량) 짜리 아침이다.
(이거 단가 3천 루피아도 안된다.)
뭣보다도 나를 격분케 한 건, 저 삶은 계란이다.
후라이 해주기도 귀찮다는 얘기다.
아침 식사로 삶은 계란? 니들은 그렇게 쳐먹냐?
지들도 아침엔 죽 같은 것처럼 속에 편한 음식 먹는 건 다 똑같으면서.
모르는 다른 외국인들이야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아는 내게는 더 얄밉게 느껴졌다.

머나 먼 타국 땅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김종채 씨.
얼음 장사를 하고 계셨다. ㅋㅋ
이런 분들 많다. 'XX체대 축구' 라던가, 'OO대학 축구 동호회' 라던가.

공짜로 끼워 준다는 믄둣 Mendut 사원.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한국에서는 어쩌다 간혹 있을지 몰라도, 인니에서는 절대 없는게 공짜다.

다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하라고 데려다 놓는 거다.
잘 보면 매표소에는 3천 3백 루피아라고 써있지만, 입장권에는 3천 루피아라고 인쇄되어 있다.
그나마도 3천 5백 루피아를 냈는데,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인 2백 루피아 짜리 동전을 집으면서 줄까 말까 내 눈치를 보다가 모르는 척 외면한다.
더 가관인 것은 개인투어로 온 일본 커플을 수행하는 가이드는 그 관리인에게 5천 루피아 쥐어주며 셋이서 그냥 통과한다.

누구는 그냥 통과하고, 누구는 그냥 들어가려면 잡고.
어떤 외국인은 사진 한 장만 찍는다며 서너 발짝 들어가니, 관리인은 혹시나 들어가 버릴까 뒤에 지키고 서 있기도 한다.

압권은 요거.
경 내에 있는 나무에 바글바글한 얘네들이 돈 내고 들어 왔을까?
그렇다, 우리는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공짜라는 떡밥에 낚인 자랑스런 외국인들이다. ㅋㅋ

나중에 쁘람바난 보고 느낀 건데, 보로부두르 보다는 쁘람바난과 관련이 많아 보이는 건축 양식이다.
그럼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 사원이라는 얘기일까?
불상을 보면 그건 절대 아닌데...

바로 옆 잔디밭은 동네 축구장.
물론 믄둣 사원 지역 안에 있다. -ㅂ-

가게 앞 쪽은 바깥, 뒤 쪽은 안으로 트였다.
멋진 구조다. ㅋㅋ
저 WC 표시, 화장실 맞다.
유료다.

사원보다 저 나무가 더 재미있어 보인다.

타잔이 타고 다닌 건 덩쿨이 아니라, 이 늘어진 가지가 아닐까?
끈처럼 낭창낭창 한 게 아니라, 뻣뻣한 것이 나뭇가지 같다.

고맙게도 때마침 모델이 되어준 서양 아가씨.
혼자라는게 이런 때 잠깐 잠깐 불편하다.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고서 빵끗 웃으며 매달리며 포즈 취하는, 나이 제법 먹은 남자를 상상해 보자... ㅎㄷㄷ

그냥 이렇게 보로부두르 가는 도로 변에 있다.

사원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인의 것으로 보이는 석비.
비석에 물 뿌리는 것은 일본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중국에서 유래된 건가?

픽업 서비스, 모시고 가고 모셔다 드립니다.
인니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새벽엔 정말로 방문을 두드려가며 모시러 왔는데, 돌아 올 때는 근처에 내려주고는 대충 길을 알려준다.
" 저기 보이는 저 골목으로 끝까지 가면 소스로위자야 거리야."
" 그래, 고맙다."
는 내 대답에는 대꾸도 없이 미니버스는 멀어져 간다.
팁 안줘서 그런가?
뭘 한게 있어야 주지.


* 보로부두르는 새벽 투어를 적극 추천합니다.
  해돋이 장관이 어쩌고 다 필요없고, 선선하고 그나마 사람이 적어서 분위기도 차분하니 좋습니다.
  보로부두르에서 족자로 출발한 시간이 9시 경이었는데, 벌써 햇빛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가게가 반의 반도 안 열었는데도 심심찮게 들어오는 호객 역시 무시 못하지요.
  여행사 친구가, 10시 경부터는 현지인 관광객들이 몰아 닥치기 시작하는데, 그야말로 미어 터진다고 그러는 군요.

** 보로부두르 투어는 5만 루피아입니다.
  어차피 새벽엔 마땅한 교통편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행사 별로 가격 차이 없습니다.
  어차피 소스로 Sosro 라는 여행사로 다 통합해서 움직입니다.
  새벽 5시 쯤에 방으로 데리러 옵니다.

*** 아침 포함하면 6만 루피아입니다만,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 루피아 짜리 치고는 정말 별로거든요.
  어차피 아침 신청 안했다고 쫄쫄 굶기면서 따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 먹는 사람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때 그냥 그 가게에서 사드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나시 고렝 Nasi Goreng 볶음밥 - 만 루피아, 서양식 메뉴들도 만~2만 루피아)

**** 믄둣 사원은 3천 루피아도 아깝습니다.
  그냥 밖에서 사진이나 찍어도 충분합니다.
  뭐 한국 돈으로 5백원이니 싼 맛에 들어 간다면야...
  이왕 입장한다면, 줄타기나 열심히 하시면서 노세요.
  그거면 본전 비스무리하게 뽑을 수 있을까 싶네요.
  그런 정보를 벌써들 알고 있었는지, 같은 버스의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그냥 차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고 잠이나 자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