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뿔라우 스리부 Pulau Seribu ~뿔라우 뿌뜨리 Pulau Putri~ 4/4

명랑쾌활 2010. 6. 12. 13:44
다음 날 오전, 글래스 보트를 타러 나섰다.
별로 할 것도 없는 섬, 일단 공짜면 다 들이대 본다.

이 것 역시 웨스턴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킨 스쿠버와 선텐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스노클링 따위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글래스 보트를 타지 않은 것 만큼은 웨스턴들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가장 잘 나온 사진.
이중 강화유리가 낡았는지, 너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더워서 환장할 것 같았다. -_-;
대부분의 사람들이 3분을 못견디고 다 나가 버렸다.
(볼 것이 없기도 했다.)
난 그래도 혹시 비경이 있을까 몰라 반환점을 찍는 15분까지 꾿꾿하게 땀투혼을 발휘하며 버텼다.

그리고 배가 반환점을 돌 때, 자리를 박차고 배 위로 올라갔다.
저 넓은 바다를 보며 내 마음도 넓혀 분노를 삭여야 했다.
교활한 웨스턴 놈들.
그들로서는 억울할 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분노 해소는 남탓이 최고다.

드디어 스노클링!
째째하게 시간당 얼마 아니다.
그냥 1박 2일 대여하는데 6만 6천 루피아 (8천원 정도)다.
반나절만 빌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파트별로 빌릴 수도 있는데, 통째로 빌리는 것에 비해 비싸거나 하진 않다.
난 오리발을 제외하고 4만 9천 5백 루피아에 빌렸다.

둥실둥실~
해양 레져 중 유일하게 좋아한다.
힘 안들이고 둥실둥실 떠있기만 하면 되니까. ㅋㅋ
너무 오래 있다가 뭍으로 올라오면 자기 체중에 몸 가누는게 일시적으로 어색해질 정도로 편하다.
고기는 충분히 많았다.
안움직이고 가만히 떠있으면, 몸에 상처가 있거나 하면 거기를 뜯어 먹기도 한다.(꽤 따끔하다.)
길 잘못 들면 성게밭도 있다. -_-;

군데군데 둥글둥글한 산호가 굳은 바위가 있어서, 구명조끼 없이 스노클링 즐기는 사람들은 그 위에서 쉬기도 한다.

바나나 보트, 그리고 스킨 스쿠버 초급 강습.
그리고 놀랍게도 돌고래도 있다!! +_+
선창가에서 10m 떨어진 수면 위로 두어 번 폴짝폴짝 뛰며 지나갔다.
그래서 사진기 들고 기다렸는데 다시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슬쩍 구경하러 왔었나 보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가끔 온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웨스턴들이었다.
스킨 스쿠버이 이 곳에 온 주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난 너무 깊은 곳은 왠지 무서워서 가기도 싫던데, 역시 웨스턴들은 모험심이 강하다.
늘씬한 웨스턴 소녀 두 명도 있었는데 +_+, 소심해서 사진은 못찍었다. -ㅂ-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할 넉살이 없는 바에야, 몰래 찍다 걸리면 뭔 개망신이란 말인가?
그냥 눈만 호강시켰다. ㅋㅋ


식사는 인니의 정통 방식인 부페식. (농담 아님)

식당은 간격도 넓고 깨끗했다. 하지만...

첫 날 점심.
닭국, 튀김닭, 새우 복음, 깡꿍(채소 볶음)
튀김닭에 밥은 안먹자 주의였는데, 반찬이 달랑 저거라 할 수 없이 먹었다.
인니인들은 튀김닭에 밥 잘 먹는데, 난 튀김닭은 술과만 먹어야 한다고 지조를 지켰건만, 결국 여기서 무너졌다. ㅠ_ㅠ

저녁 식사.
기다렸던 른당(인니식 쇠고기 조림), 뭔 큰 물고기 튀김, 새우튀김.
하지만 른당이 너무 짜고 자극적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현지 아침 메뉴인 닭죽, 볶음밥 등과 함께 각종 빵과 쏘세지가 나오긴 했다만... 죄다 맛이 별로였다.
빵이 흔해서 만만한 거 같아도, 맛있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방부제 잔뜩 든 빵을 손님 나르는 배와 함께 가져와서 하루 보관했다 데워서 낸 것이 아닐까 싶다.

둘째 날 점심.
짭 짜이(인니의 중국풍 야채볶음), 볶음 국수, 새우튀김, 또 튀김닭.

식사에 대해선 매우 불만이 많다.
1박 2일 동안 네 끼 제공되는 17만원 짜리 패키지 치고는 음식이 너무 성의가 없다.
1인당 단가 5천원이 넘을 수가 없는 수준이다.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대량으로 만들기 편한 음식들 뿐이다.
보통 중간 수준 이상의 부페 차림엔 꼬치구이가 있게 마련인데, 그 조차도 없다.
게다가 고작 네 끼인데 메뉴가 겹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한국의 3천원 짜리 직원 식당도 한 달 동안 메뉴 거의 안겹친다.
인니도 종족이 다양한 만큼 음식 종류는 충분히 다양하다.
이건 명백히 성의 부족이다.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가 아닌 이상에는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뿌뜨리 섬이 음식이 가장 낫다던데, 그럼 다른 섬은 뭐가 어떻게 나온다는 걸까.

저녁 식사 때는 여흥을 돋구는 공연과 노래 자랑이 있었다.
저 수다맨 같은 아저씨는 좀 불쌍했다.
밴드가 노래 부를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음식 먹으며 즐기는 구석이라도 있었는데, 이 아저씨의 전통 춤 공연 때는 초반만 잠깐 보다가 다들 흥미를 잃고 음식 먹으며 대화나 하고 있었다.
박수 따위는 기대도 않는다는 듯, 반주가 딱 끝남과 동시에 인사도 없이 홱 돌아서서 대기실로 나가 버렸다.
물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ㅂ-

양 끝의 검은 상의 언니들은 노래도 부르고 진행도 하던 직원들.
다음 날 아침 식사 때는 서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여기 직원들은 1인 2,3역 정도는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운데 두 아가씨들은 노래자랑 나온 현지인 아가씨들.
오른 쪽의 검은 나시 아가씨가 끼가 넘치는 듯, 좋은 목소리로 열창을 했다.
왼 쪽의 유니언 잭 티 아가씨도 목소리가 충분히 좋았는데 성격이 얌전한 편인지 보조만 한다.
검은 나시 아가씨는 잘 모르겠는데, 유니언 잭 아가씨는 생김새로 보아 중국계다.
어떻게 아냐고?
그냥 그럴 거 같다.
돈 걸라면 걸 수도 있다. ㅋㅋ

몇 번을 빼다가 나온 아줌마들.
흰 옷 입은 아줌마는 웨스턴과 결혼한 아줌마 같았다.
처음에는 계속 빼더니...

나중에는 신났다.

일행들 다 불러다 춤판이다.
물론 현지인들은 참가 안한다.
좀 지켜보다가 다들 숙소로 돌아갔다. ㅋㅋ

부르스 윌리스 닮은 대머리 아저씨의 앙증 맞은 춤.

웨스턴 꼬마아이도 나와서 추긴 하는데, 뭔가 경직돼 보인다.
아까 빼던 아줌마들 거의 10시까지 불러 재꼈다. (저녁 식사 공연은 9시까지다.)
나중에 보니 흰 옷 입은 아줌마는 많이 취한듯 보였다.
현지인의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좀 신기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본, 프론트 근처 어항의 물고기들.
가만히 면상을 보고 있자니, 왠지 열 받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