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뿔라우 스리부 Pulau Seribu ~뿔라우 뿌뜨리 Pulau Putri~ 1/4

명랑쾌활 2010. 6. 1. 16:25
Pulau 섬 Seribu(Satu 일 + Ribu 천) 일천
일천 개의 섬이라는 뜻이다.
정식 명칭은 끄뿔라우안 스리부 Kepulauan Seribu이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현지인들도 어색해 한다.
(kepulauan은 군도 라는 뜻)
천 개의 섬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몇 백개 정도 이며, 그 중 사람이 사는 곳은 몇 십개라고 한다.
그렇다고 과장한 것이라기 보다는, 스리부 Seribu 라는 단어가 대단히 많다는 뜻으로 관용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천년만년이라는 단어처럼)
즉, 쁠라우 스리부는 한 섬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섬들이 많은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다.

위치는 자카르타 바로 앞바다다.
20분 정도 거리의 가장 가까운 섬부터 2시간 정도 거리의 가장 면 섬까지 줄줄이 늘어서 있는 형상이다.
몇몇의 섬들은 리조트나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몇몇의 섬들은 개인 별장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심각한 공해의 자카르타답게 가까운 섬들은 바다가 매우 혼탁하여, 최소한 한 시간 정도는 나가야 열대의 바다를 볼 수 있다.

거리도 적당한 쁠라우 뿌뜨리 Pulau Putri (뿌뜨리는 공주라는 뜻) 라는 섬을 선택했다.
한 시간 반 거리에 떨어진 이 섬은 여러 편의시설이나 레져테마가 ' 그나마' 가장 잘 되어있는 섬이다.
다른 섬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고 자리 잡은 섬들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다.
바닷물도 깨끗하고 한적하긴 한데 음식이 영 아니라던가...
발리를 제외하고 인니의 관광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 물론 배낭여행자 기준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 기준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선착장 입구.
야자잎에 가려져 있는데, 잘 보면 입구 간판 윗부분에 DERMAGA 9 (9번 선착장)이라고 써있다.

바로 뒤돌아 찍은 사진.
이런 식으로 도로를 따라 선착장들이 따로따로 줄줄이 늘어서 있는 구조다.

선착장을 바라보고 왼 편에 설치된 접수대...라고 할 수 있는 곳.
이 곳에서 바우처를 접수하고 승선 및 숙소 예약 등을 확정한다.
설마 부스라도 하나 있겠지 싶었는데 이런 떳다방 형식일 줄이야... -_-;
그도 그럴 것이, 쁠라우 스리부의 대부분의 리조트들은 토-일 1박 2일 만 운영한다.
평일까지 풀로 돌릴 정도로 관광객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달에 네 번, 그것도 아침에 대략 1시간 정도만 열면 되는 곳을 굳이 건물로 설치할 필요는 없지 싶다.

그럼 기껏 리조트 만들어도 수지가 맞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신 이 곳은 죤나게 비싸게 받는 것으로 수지를 맞췄다.
1박 2일에 1인당 무려 백4십만 루피아, 한화로 17만원 정도다.
이 곳의 서민 물가 감각으로는 백만원 정도의 수준이다.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난히 부담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어중간하게 잘고 번거롭게 버느니, 심플하고 굵게 버는 쪽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빈부격차가 공공연한만큼, 부유층, 중산층이 서민들 막 대하는 것도 상당히 심하다.
(한국이라면 칼부림 났어도 몇 번을 났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막 대한다.)
그러니 보다 대중적으로 가격 대를 책정하면, 서민과 섞이기 싫어하는 상위 고객층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유층 대상에 걸맞을 만큼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괜찮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 얘긴 중간 중간 나올 것이고 후반에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한국의 대형 페리 선착장을 연상했던 내게는 참 소박학 느껴졌던 선착장.

마치 거울처럼 비치는 이유는... 물이 굉장히 더럽기 때문이다.
속을 보이지 않고 아주 완벽하게 반사한다.
악취도 코를 쥘 정도는 아니지만, 흥건하게 깔려 있었다.

부두 옆으로 줄줄이 늘어선 저택들.
거의 대부분 중국계의 소유다.
원래 중국계들은 자카르타의 중심부에 살고 있었는데, 98년 폭동 때 폭도들에게 당한 이후로, 이렇게 자카르타 북부의 바다 근처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한다.
(유사시에 섬으로 튈 수 있도록. 그래서 사유섬들도 많다.)
약탈, 폭행, 강간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산채로 불 태우거나 말 그대로 박살나 죽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누구를 탓하랴.
폭력으로 해결한 현지인들도 그렇지만, 경제권을 틀어 쥐고 현지인들은 멸시하는 증국계들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겠다.
그저 중국계라는 이유 만으로 당한 선량한 사람들만 애석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표적으로 노출되기 쉬웠다. 진짜 나쁜 넘들은 안전한 곳에서 군이나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그 후, 중국계 자본들도 겉으로나마 여러 가지 유화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고, 특히 대부분을 장악한 언론을 통해 중국문화에 우호적인 선전에 공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고용인을 비인간 적으로 대하는 중국계 부유층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고(고급 쇼핑몰 같은 곳에서 몇 번 직접 목격했다), 현지인들도 그런 사실을 공공연히 알고 있다.

이런 현실은 중국계들이 못돼서 그렇다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빈부격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빈부격차가 클 수록 사회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국 역시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요런 배로 간다.
이 곳 항구 지역에 흔한 배다.
스즈끼가 꽉 잡고 있나 보다.

내부 모습.
가뜩이나 좌석 간격도 좁은데, 사람은 꾸역꾸역이다.
나같은 경우 앉았을 때 등받이에서 등판이 3분의 1은 비져 나왔다.
덩치 큰 외국인의 경우 좌석 한 개 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말했다시피, 가격에 비해 시설이 별로다.

배는 두 대가 운용됐으며, 외국인과 내국인을 되도록 구분해서 태웠다.
나중에 선셋 크루즈 때도 그런 기색이 강했다.
(이유가 뭘까?)

드디어 출발.
저 배는 어느 섬으로 가는 것일까?

쁠라우 스리부 지역의 각 섬들은 주인이 다르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비용도 배편, 숙박, 식사까지 모두 포함한 패키지 단위다.
그래서 오늘은 이 섬, 내일은 저 섬, 이런 식으로 다니는 것은 어렵다.
어차피 1박 2일만 달랑 운영하는 것도 문제고.

선글래스를 대고 찍은 사진.

개인섬이지 싶다.

뭔가 짓다 만 섬.
리조트 개발이 진행되다 중단된 모양이다.

가장 신기했던 두 섬.
백 평이나 될까 말까한 섬에 덩그러니 집 하나, 접안시설 하나다.
태풍이 없는 잔잔한 바다라 가능할 것이다.
나도 나중에 한 개 살까 한다.
사람들 초대해서 며칠 놀면서 파티도 하고, 낚시도 하고... 캬~

도착.

배 앞부분에 적재했던 화물들을 꺼내고...

로비로 고고.
많은 서양인들이 돌돌이를 끌고 왔다.
서양인들은 어딜 가던 짐이 많은 거 같다.(다 그런건 아니지만)
배낭여행 다닐 때도 보면, 서양인 배낭은 다 왕따시 만 하다.

금지 사항.
해석해 보자면...
1. 그물이나 폭발물, Potasium(경금속, 칼륨의 일종. 일정 조건에서 물과 반응하여 폭발한다)으로 고기를 잡지 마시오.
... 그물은 그렇다 치고, 폭파 낚시라... 그런 사람이 있었나 보다.
2. 허가 없이 모래나 산호를 채취하지 마시오.
... 산호 많다. 후훗~
3.  건축물 따위를 설치하지 마시오.
... 아마도 텐트 따위를 말하는듯.
4. 자연보호구역을 손상시킬 만한 활동을 하지 마시오.
5. 해상교통수단을 약탈(해적질), 혹은 손상시키지 마시오.
... 뭐, 뭥미?

혼자서 소박하게 환영의 춤을 추고 있는 아가씨.
대부분 잠깐 보고 지나칠 뿐이지만, 꿋꿋하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이 아가씨도 나중에 서빙할 때나, 노래 공연 때 다시 볼 수 있었다. ㅋㅋ

비록 불량식품 삘의 웰컴 드링크지만 공짜는 일단 마셔 준다.
두 잔 마셔도 되지만... 싫다.
저번 사웅 앙클룽 우조 때도 그렇고, 어지간하면 고속버스를 타도 물 하나 정도는 주는 것 보면, 인니의 접객 문화 중 하나인가 보다.

방 배정을 위해 프론트에서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의문 사항은 여기에 물어보면 된다.
프론트의 아가씨가 나를 맞아, 요상한 영어로 얘기한다.
인니어로 말하니, 한층 빵긋 웃으며 이것 저것 알려준다.
훗훗, 귀엽긴~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나중에 일어나 중국어도 배워볼까 싶다.
그런데 왜 난 영어가 싫을까?
가장 요긴한 언어는 영언데.
10년을 넘게 배웠는데도 요모양 요꼴이라 징그러워서 그런 걸까?
영어 좀 한다 싶으면 외국인 붙잡고 왠지 으쓱거리며 영어로 깝작거리는 한국인들 모습이 재수없어서?
아니면 열등감?
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고는 영어 잘 못한다고 대답하면, ' 아니, 어떻게 영어를 못할 수 있어?' 하는 표정을 짓는 면상을 보면 성질 뻗친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 치고 현지어 할 줄 아는 넘 못봤다.
현대 사회에 영어는 필수?
영어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긴 하지만, 인격이나 지적 수준의 척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