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안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게 아니라

명랑쾌활 2025. 1. 16. 07:07

안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게 아니라,

1. 안좋을 때는 판단력이 흐려져서 안좋은 선택을 자꾸 하고

2. 좋을 때는 사소하게 넘길 일들이 크게 느껴지고

1번과 2번이 계속 반복 중첩되는 게 아닐까 싶다.

 

하던 사업이 큰 계약 99% 확정되고 딱 한 걸음 남은 시점에서 동업하던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

계약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핵심 기술 전수'인데, 기술 쪽을 맡은 선배가 쥐고 있던 열쇠였다.

이 시점에서 깔끔하게 접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황망한 상황에 판단력이 흐려졌다.

선배가 데려온 씨발 중국계 현지인 직원이 차라리 현명했다.

그는 선배의 사망 소식을 들은 시점부터 결제 계좌를 자기 계좌로 돌려서 거래처의 대금을 착복했고, 그 사실이 들통나자 미련없이 잠적했다.

현지인 직원이 연결한 거래처들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선배와도 관계가 있는 동종 업체에 설비와 자재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고, 그 쪽에서도 받아 주겠다고 했다.

그대로 진행했어야 했는데...

현지인 직원이 연결했던 거래처에 방문해서 미결제 금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 거래처 씨발 중국계 현지인 사장은 결제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더 많은 물량을 주문하고 신규 물량에 한해서는 제품 인도 즉시 결제하겠다고 했다.

그 말에 혹해서 설비 자재를 매입해주겠다는 업체에 잠시 미뤄달라고 했다.

결제 대금 들고 잠적한 현지인이 연결한 거래처인데 그 말을 또 받아들인 거다.

 

역시나 거래처의 씨발 중국계 현지인 사장은 오더를 줄듯 말듯 시간을 끌기만 했다.

그동안 공장은 가동하지도 않으면서 임대료만 꼬박꼬박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룬지 2개월이 넘어서야 '이게 뭐하는 등신짓인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자재 설비를 매입해주겠다는 업체에 연락을 했지만, 경기가 안좋아져서 형편이 어렵다며 매입은 없었던 일이 되었다.

씨발 중국계 현지인 사장에게 오더고 나발이고 미결제 금액 변제 계획서를 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잠적한 현지인 직원에게 말하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보유하고 있던 박스 트럭도 중고로 매각했는데, 급매로 내놓았으니 300만원 정도 후려치기를 당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어쩜 그렇게 멍청했을까 이해가 안갈 정도로 내딛는 발걸음마다 지뢰만 골라서 밟아 버렸다.

평소 똑똑한척 냉정한척 해봐야, 결국 나도 미리 준비가 안된 일이 닥치면 판단력이 마비되어 버리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ㅆㅂ 중국계 현지인 사장 집이 있는 주택단지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