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스포일러

Stilyagi

명랑쾌활 2010. 2. 2. 01:36
미소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 롹큰롤 뮤지컬 영화.
(난 왜 롹큰롤 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R&B가 롹앤발라드라고 우기던 고등학교 때 같은 반 녀석이 생각날까? 아니라고 하니까 그 녀석은 왜 화를 냈을까?)
제대로 만들었고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
같은 반 러시아 친구 Anna에게 물어보니 꽤 유명하고 흥행도 했다고 한다.
줄거리나 그 밖의 내용은 인터넷이 제법 소개되어 있으니 따로 찾아 보시길.
여기는 결말까지 다 까발리는데 그닥 주저없는 곳이니, 스포일링이 싫은 분은 이쯤에서 창을 닫길 바란다.
제법 의외인 부분도 있으니, 이런 영화에 줄거리는 별 상관 없겠다며 끝까지 보는 것은 좀 숙고하시고.

첫 크레디트 올라가는 배경도 심상치 않다.
X-Ray 사진 잘라서 LP판을 복사하는 장면.
나도 말로만 들었지 진짜로 복사하는 과정은 처음 봤다.

주인공의 아버지의 멋징 오프닝 쇼~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수만 명이 죽는 대폭격 속에서 살아 돌아온 과거가 있어서 그런지 유쾌하고 매사에 관대한 성격을 갖고 있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정말 엄청난 일에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비범한 사람이다.

록큰롤과 재즈에 관심이 생겨 버린 주인공이 색스폰을 사기 위해 찾아간 선술집에서도 쇼 한 판.
이것도 Anna에게 물어보니, 러시아 시골 지방에는 아직도 마을마다 이런 선술집이 있다고 한다.

모범생이었던 주인공이 탈선(?)의 길에 접어 들고 나서 여러 가지를 가르켜 준 친구.
고위 외교관인 아버지 덕에 미국 문화를 많이 알고 주위에 퍼뜨리는, 이 무리의 두목 격이다.

탈선의 길에 빼놓을 수 없는 빨간책을 아버지 서재 뒷 편에서 꺼내어 주인공에게 건내준다.

두둥! 이것은 카마수트라!?

멋진 파티에서 갈고 닦은 색소폰 실력을 뽐내서 드디어 여주인공의 마음을 얻은 주인공.

비록 이런 비밀 거래들 통해서지만, 그래도 구하려는 것은 다 구할 수는 있긴 했나 보다.
Anna에게 이것도 진짜 였는지는 차마 못물어 보겠더라.
20 초반이라 알 것 같지도 않고.

비밀 거래로 받은 열쇠로 찾아온 건물 안에는 저런 할머니가 범상치 않은 포스로 방을 안내하더니...

이런 짓을 하신다. -ㅂ-

이런 센스있는 화면 처리 같으니라구.

고위 외교관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이제 날라리 짓은 그만 두는 주인공 친구의 은퇴 파티.

아주 우수한 모범생이었던 전력의 주인공도 결국 이런 인민 재판 비스무리 한 곳에서 축출된다.
무슨 공산청년회 같은 곳인 모양인데, 이곳에서 재명되면 출세길이 막히나 보다.
이 장면에서 나왔던 노래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예브게니 브릭 - 스꼬판니 옷노이 체피우 라고 읽기는 하는데...
Anna가 말하는 원발음과는 서울에서 부산 만큼의 차이가 있다. -_-;

대관절 러시아에서는 정말 저런 아가씨가 밭을 간단 말인가?
저런 표정으로 " 밭 좀 갈아 주세요." 이러면, 당장 쟁기를 둘러 매겠지만...
Anna를 보니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뭔 쌍꺼풀이...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과 신나게 몰려 가는데,
어째, 여주인공 표정이 심상치 않다.
두둥!
오른쪽 하단의 주인공 동생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손자라고 인정하며 축하한다.

미국으로 아버지를 따라 외교 경력을 쌓았던 주인공의 친구가 돌아왔다.

그는, 미국이 자신들이 꿈 꿔 왔던 것처럼 거리마다 밝고 음악과 생기가 넘치는 곳이 아니라, 모두 자신이 입고 있는 옷 같은 것을 입고 어둡고 우울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의 대공황 시절을 얘기하는 듯.)
어둡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이 미국에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던 주인공은 거짓말이라 화를 내고, 친구는 그 마음을 알기에 쓸쓸하게 돌아선다.

아마도 주인공의 내면을 그렸던가, 아니면 뭐 다른 것이던가, 하여간 현실은 아니지만 뭔가 여운이 남게 하는 마지막 장면.
과연 컴퓨터 그래픽일까, 정말 다 사람들일까?
미국이나 우리 나라라면 분명 전자일텐데, 러시아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