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인니어 공부(Pelajaran)

인도네시아에 어학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몇 마디

명랑쾌활 2009. 12. 25. 13:29
1. 노트나 필기구 정도는 가급적 한국에서 챙겨오면 좋습니다.

여기도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공산품은 비싸고 질도 떨어집니다.
한국인의 요구수준에 맞는 제품은 수입품인데, 한국에서 1, 2천원 정도 할 강의 노트 한 권에 5천원 정도 합니다.
필기구도 수입품은 쓸만하지만 매우 비싸고 선택의 폭도 그리 넓지 않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4지 같은 것 꼽을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일철이 한국에서는 200원, 가끔 길거리에서 사은품 찌라시로 뿌리기도 하는 그것이, 인니에서는 천원이 넘습니다. -_-;;



2. 친구 사귀는 것 주의하세요. 아니, 친구 사귀지 않는 편이 더 낫습니다.

보통 20대에게서 자주 보이는 모습인데 참 딱한 일입니다.
처음 개강하고 나서 며칠 지나면 성격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그룹들이 형성됩니다.
뭐 그 마음 이해 못할거 아니고, 개중에는 아주 드물지만 서로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기는 하지만...
딱 잘라 말해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급증하고, 다른 외국 친구를 사귈 기회는 급감합니다.
밥을 먹던, 학용품을 사던, 장을 보던, 어떻게든 혼자 부딪쳐야, 벙어리 신세에 자극 받고 한 마디라도 느는 법인데, 두셋이 같이 움직이면 그 자극의 강도가 확 줄어 들게 마련입니다.
무엇보다도, 서로 간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았습니다.
책을 읽던, 운동을 하던, 아니면 클럽 순회를 하던, 혼자의 취미라면 얼마든지 계획성 있게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사귀고 같이 움직이게 되면 친구의 (혹은 자신의) 사정에 따라, 뜻하지 않게 같이 다녀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길 수 밖에 없죠.
게다가 그런 경우가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일은 거의 없구요.
그렇다고 자기 어디 가는 거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가 놓고, 나중에 상대방이 같이 가자는데 " 난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안되겠다."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의리라는 명분 하에 서로 발목 잡는 쓰잘데기 없는 시간 낭비의 극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초급끼리 뭉쳐 놀지 않고, 같은 나이 또래의 중급, 상급 학생과 같이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생활 정보와 공부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원래 부딪혀가며 배워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얻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적습니다.
또한 나름 먼저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정착시킨 생활 패턴에, 그냥 휘둘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도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선배가 이런 저런 복잡한 일들 척척 해결해주고, 여기저기 재미있는 곳도 많이 아니까, 자신도 저절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할 필요 없이 얻었는데 그런게 저절로 쉽게 얻어질까요?
결국 스스로 공부한 만큼 아는 거고, 부딪히는 만큼 배우는 거라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요.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초급 과정이 끝난 이 시점에서 개개인의 능력 편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평균 이하의 성과을 보이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룹 지어 늘상 같이 몰려 다니던 사람들이라는 뚜렷한 결과 때문입니다.
아예 도태되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그렇게 되신 분들이야, ' 나는 나 나름대로의 공부 스타일이 있고, 그 시간에 인맥을 구축했다.' 라는 합리화를 내세우실 텐데, 아무렴요, 어련하시겠습니까. ㅋㅋ
지 인생 지가 사는 것이니 알아서 할 일이고, 이제부터 공부를 시작할 사람들에게나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친구 그룹에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학습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외로움과는 싸워야겠지만, 외롭기 싫었으면 뭐하러 먼 타국까지 와서 공부하십니까. 그냥 강남에 학원 다니면서 친구도 만나고 하실 일이지.)
...솔직히 그들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도 있습니다.
어느 드라마건 잘하는 사람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면 들러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당신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으신지요?


3. 시험만 잘보면 장땡이란 생각은 버립시다.

아직도 한국식 학교 시스템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납니다.
중간 평가, 졸업 평가 시험? 쉽습니다.
굳이 미련하게 수업 다 착실하게 듣지 않아도, 시험 보기 며칠 전에 바짝 땡겨서 공부하면 낙제할 리 없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어떤 20대 친구는 수업 자주 빠지고 놀러 다녔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던 40대 분보다 중간 평가 성적이 잘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두고 농담조로, 자기가 머리가 좀 좋다고 하더군요. 아무렴요. -ㅂ-)

1 과정이 끝난 지금, 둘의 실력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물론 어영부영 실생활 의사소통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지만, 학과에 관련된 단어량이나 문장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도 간당간당은 하겠지만 아마도 그 20대 친구는 졸업 평가도 통과할 듯 합니다.
시험 보는 요령에 빠삭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난이도니까요
BIPA는 아주 개박치치 않는 한, 그렇게 빡빡하게 탈락시키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불합격한다면 자존심에 자극 받아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니면 쪽팔려서 족자의 UGM 초급 과정 다시 들으며 약간 배운 가락을 뽐내던가요.
초급 과정은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기도 하지만, 중급 과정을 배우기 위한 기초 핵심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얘기고, 중급 이상의 사람들도 모두들 그렇게 얘기합니다.)
초급을 차근차근 확실히 이해한 사람도 중급 과정은 따라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초급을 그런 마음가짐, 생활패턴으로 모면한 사람이, 중급 때 실력의 한계를 통감하고 갑자기 열심히 공부할까요?
초급 때 열심히 안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후회하면서, 초급 한 번 더 듣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초급 시험 통과했으니 이제 중급 듣겠다는, 다분히 한국 날나리 대학스러운 생각보다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봅니다.
적어도 중급 과정 따라오지 못해서 도태되어 시간 날려버리고, 그렇다고 초급을 다시 들을 수도 없는 측은한 상황에 처할 위험은 없으니까요.
(BIPA는 일단 과정을 통과하게 되면 동일 과정을 다시 들을 수 없습니다.)

무슨 국가 자격증 따러 왔습니까?
BIPA 수료증 따위는 취업이나, 사업에 눈꼽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곳의 한국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때, BIPA 어디까지 들었나는 그냥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몇 백명 모아놓고 공채로 뽑는 것도 아닙니다.
딱 3분만 말 시켜보면 말 어느 정도 하는지는 뻔히 드러납니다.


4. 여자사람들의 옷에 관하여.

뭐 이런 얘기는 아버지가 딸에게 해도 " 참견마삼." 이라는 소릴 들을 얘기라는 것을 뻔히 아는지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리 방어막 깔고 말씀드립니다.
그냥 그렇다고 알아 두기만 하세요.

미니 스커트나 초미니 반바지 입었다 하면 거의 대부분 한국여자사람분들이십니다.
아이구, 고마운 일입죠.
데뽁은 제법 촌인데다 이슬람 강성지역이어서 전반적인 여자사람들 행색이 심심한 편인데, 제 눈의 비타민입니다.
그런데... 현지인 남녀대학생들이 뭐라는지 아십니까?
한국의 여자들은 원래 다들 저렇게 입냐, 아니면 헤퍼서 저렇게 입고 다니는 거냐...
혹시 창녀 아니냐는 소리도 나옵니다.
패션이란게 남에게 보인다는 면 못지 않게 자신의 표출이기도 합니다만, 그를 쳐다보는 현지 남녀대학생들, 현지인들의 시선이 선망의 눈초리 따위의 양성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 두시길.
이 나라는, 시골은 아직도 여자가 강간 당하면 지가 행실이 바르지 못했으니 당하지 하고 오히려 배쳑 당하는 그런 정서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게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연한 정서란 얘깁니다.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
(현지 대학생들의 생각은 사실입니다. 소설 아닙니다. 워낙 좁은 사회라 출처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5. 남자사람들, 현지 여학생들 쉽게 대하지 좀 맙시다.

연애하다 성격 차이로 헤어질 수도 있다?
맞는 얘깁니다.
인니는 사람 사는데 아니랩니까.
여기서도 비일비재한 얘기죠.
문제는, 여기는 외국이라는 겁니다.
한 사람 한 짓이 한국인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대학사회라는 곳이 의외로 좁고, 외국 학생은 제법 주목받는 존재라, 소문 순식간에 퍼지고, 아주 오래 갑니다.
누구랑 누구랑 사귀었었다,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소식 없다, 여자는 지금 고학년, 의식적으로 한국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다...
이거 2년 전 일이랩니다.
그 여학생 얼굴 알아요.
여기 온지 고작 4개월도 안됀, 마땅히 친구도 없고 ,관심 갖고 알아 본 것도 아닌 제가 이런 사건 몇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여기선 현실입니다.

연애? 좋죠.
어학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은 현지인과 연애를 하는 겁니다.
BIPA의 일본인들에겐 그런 구설수 없습니다.
그들이 연애를 안해서 그런게 아니라, 애초부터 선을 분명히 하고 지저분한 거 없이 깨끗하게 정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자신 없으면. 최소한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그러지 맙시다.
그렇게 지 좋다고 지내다 훌쩍 떠나버리면, 뒷사람들만 죄도 없이 그 편견 다 뒤집어 씁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아직 나쁜 축은 아니지만,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나라도 일본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만, 적어도 대학교 내에서의 일본인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보다 훨씬 낫습니다.

훌쩍 떠나면 그만일 당신에게는 별 상관없는 얘기겠지만요. 젠장


6.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행동하지 좀 맙시다.

위의 남자사람, 여자사람에게 했던 얘기와 비슷한 얘깁니다.
생각 좀 하고 행동합시다.

태국에서는 찡쪽, 베트남에서는 ...뭐였나 기억이 안나네요, 하여튼 건물 벽에 보면 흔하게 보이는 조그마한 도마뱀붙이가 인니에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찌짝이라고 하는데, 모기같은 해충을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유익한 동물로 취급됩니다.
관광지의 호텔 방에 찌짝이 있다고 치우라고 하면 절대로 잡아 죽이지 않습니다. 그냥 다치지 않게 쫓아 내지요.
한 번은 수업받는 건물 앞에서 20대 초중반의 한국 남학생들 셋이서 큰 소리로 뭐라뭐라 하면서 뭔가 하고 있더군요.
건물 벽에 제법 큰 찌짝 한 마리를 가지고 징그럽다 어떻다 하면서 잡으려다가, 후다닥 도망가니까 발로 차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주 해맑게 깔깔 웃으면서요.
저 편에서 잔디정리 하다가 쉬고 있던 인부들이 그 작태를 무표정하게 물끄러미 보고 있습니다.
저 무표정한 얼굴로 뭐라 생각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차라리 일본말을 지껄이면서 그 짓거리를 하던가요.
무슨 초중딩도 아니고 스물도 넘게 쳐먹고서 그게 뭐하는 짓입니까.
또 한 번은 깊은 웅덩이에 찌짝 큰 거 보인다고 거기다 돌은 쳐던지고 있습니다.
(일전에 찌짝 발로 차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뭔가 정신에 문제라도 있는 건지... -_-;;)
평소에 정리 잘돼서 근처에 적당한 돌 찾기도 번거로운데 부지런히 찾아 줏어다 아주 있는 힘껏 던집디다.
그 놈이 물려고 쫓아오기라도 합니까?
외국인이 한국에서 까치 잡아다 낄낄 거리며 발로 차는 거랑 똑같은 행동입니다.
아니, 길조니 뭐니를 떠나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나가는 똥개나 들고양이를 발로 뻥뻥 차면서 낄낄거리면 한국인으로서 당신들 기분이 어떨거 같습니까?

한국에서 그러면 당신만 이상한 넘 취급 받으면 끝이지만, 외국에서 그러면 한국인들 다들 도매금으로 넘어 갑니다.
생각 좀 하고 행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