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14. 수입인지 가격 인상

명랑쾌활 2021. 1. 28. 08:44

수입인지는 한국에도 있습니다만,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 국제운전면허증 발급할 적에나 구입하곤 했습니다.

보통 관공서 한 켠의 창구에서 현금을 주고 우표 모양의 종이 수입인지를 샀었는데, 요즘엔 전자결제로 집에서도 프린트로 출력해서 사용하기도 한다더군요. (전 인니 산지 오래돼서 그렇다더란 얘기만 들었습니다. ㅎ)

 

인니 수입인지 Meterai 액면가 6천 루피아

인니의 수입인지 Meterai 는 보다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민간 거래 시에도 공식적인 영수증이나 청구서의 경우 수입인지를 부착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민간 거래에 사용하는 건 아니고, 제 경험상 주택 매매나 임대처럼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거래에 사용하더군요.

또한 법인간 거래 시 발행하는 청구서에 수입인지를 반드시 부착하길 요구하는 업체가 종종 있습니다.

매년 따박따박 부가세 환급을 받는 업체들이 보통 그런 거 같습니다. (인니의 세금 환급은 온갖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세금 환급을 신청하면, 공무원들이 실사 나와서 트집 하나라도 잡으려고 티끌까지 탈탈 텁니다. ㅋㅋ)

제가 거래하고 있는 업체도 청구서에 수입인지 부착을 요구해서, 저도 정기적으로 우체국에 가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인니 정부는 수입인지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재작년부터 얘기는 있었지만 (http://www.pagi.co.id/bbs/board.php?bo_table=business&wr_id=27337), 2021년을 한 달 앞둔 작년 11월에 '전격적으로'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이딴 상황은 비일비재합니다.)

기존의 1백만 루피아 이하 거래에 사용하는 액면 3천 루피아 짜리와 1백만 루피아 이상 거래에 사용하는 액면 6천 루피아 짜리 수입인지를 1만 루피아 짜리로 통합했습니다.

기존 수입인지는 올해까지는 통용되지만, 내년부터 사용 전면 금지입니다.

 

올해까지는 사용할 수 있지만 수입인지의 액면가는 1만 루피아가 되었으므로, 그 이하 액수의 수입인지를 붙여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1만 루피아 이상이 되도록 붙여야 하는데, 구형은 3천 짜리와 6천 짜리 밖에 없기 때문에 3천 짜리 네 장을 붙이든 6천 짜리 두 장 붙이든 어차피 빼도박도 못하게 1만2천 루피아를 붙여야 합니다.

구형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2천 루피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지요.

 

미리 사두었던 수입인지는 6천 짜리 다섯 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두 장씩 붙여 사용을 하면서, 날을 보아 우체국에 가서 새로운 수입인지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인니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해도, 그 정책이 일선 관공서에서 시행되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반 년 정도 걸리거든요.

정부의 공식 발표를 했어도, 일선 관공서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월 말이 되어 '이제쯤이면 새 수입인지가 들어왔겠지' 싶어 우체국에 갔습니다.

하지만, 우체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예전 수입인지를 팔고 있었습니다.

새 수입인지는 없냐고 물으니... 태연한 표정으로 너무나 당연하다는듯 "기존 수입인지는 올해까지 사용해도 괜찮다."라는 답을 합니다... =_=

민원인이 쓸데없이 2천 루피아를 손해봐야 하는 사정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입니다.

 

인니에 꽤 살았다고 하지만, 역시 인니는 여전히 제 예상보다 한 수 위입니다. ㅋㅋ

기존 수입인지 사용에 1년 유예 기간을 둔 것은 국민들이 미리 사둔 것에 대한 배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선 관공서에 남아있는 재고 소진을 위한 기간이었던 거죠.

한국이라면 1년 전에 국민들에게 예고를 하고, 새로운 수입인지를 미리 제작해서 시행일 이전에 일선 관공서까지 준비를 마쳤을 겁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구형 수입인지는 폐기했을 거고요.

하지만, 인니 정부는 자신들의 편의와 비용 절약을 위해, 그 모든 비용과 불편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국민들에게 전가합니다.

한국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인니 국민들은 잠잠합니다.

이런 문화다 보니, 민간 기업들의 서비스 개념도 공급자 위주일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