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속이 시커먼 인니의 비닐 봉지 제한 정책

명랑쾌활 2020. 3. 25. 08:12

인니는 작년부터 마트에서 제공하는 비닐 봉지 하나 당 200 루피아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비닐 봉지의 사용을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인니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전혀 소용 없는 짓이다.


한국에 장바구니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딱히 한국인이 환경 의식이 높아서가 아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종량제가 정착되면서 일상 생황에서 비닐 봉지가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필요 없으니 쓰지 않는 것이고, 쓸 데 없는 것에 돈 쓰고 싶지 않은 거다.


인니는 쓰레기 수거가 거의 대부분 민간업자가 맡고 있다.

주택단지의 경우, 관리소에서 정해진 모양의 쓰레기통을 주택 각각에 지급한다.

그리고 관리소와 계약을 한 민간업자는 정해진 모양의 쓰레기통에서만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러면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리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쓰레기를 비닐 봉지에 담아 묶어서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대신 방치해버린다.

집앞 쓰레기통에서 악취라도 나면 결국 손해는 거주자일 뿐이다.

컴플레인 해봤자 실수로 그랬다고 하면 끝이다.

결국 쓰레기를 버리려면 비닐 봉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반 동네는 더 심하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통 따위는 없다.

일반 동네는 대부분 골목이 좁아 마땅히 쓰레기통을 둘 장소도 없고, 주택단지처럼 외부인 통제를 할 수도 없으니 도난 위험도 있다.

그냥 집앞 한켠에 두면 업자가 수거해가는 시스템인데, 쓰레기통이 없으니 그냥 내놓을 수도 없어 비닐 봉지에 담아 묶어서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수거 시스템이 없는 동네도 있는데, 그런 경우 그야말로 '알아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오토바이 타고 외출하면서 쓰레기를 담은 비닐 봉지를 갖고 나가 만만한 장소에 훽 버리며 지나친다. 


쇼핑할 때 편리하고 불편하고를 떠나, 쓰레기 처리 때문에 비닐 봉지가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세를 부가하더라도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일부러 비닐 봉지에 담아 와야 한다는 뜻이다.

평범한 외국인도 알고 있는 이런 이치를, 과연 인니 정부 관료와 전문가가 모르고 있을까?


인니 소비자들 중에는 비닐 봉지 한 장에 200 루피아씩이나 내고 싶지 않아서, 장바구니로 장을 보고 비닐 봉지는 따로 상점에서 아예 묶음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별로 기발할 것도 없는 생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인니 재무부 장관이 비닐 봉지 1kg 당 30,000 루피아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환경부가 아니라 재무부가, 환경세가 아니라 소비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1kg 당 30,000 루피아면 대략 비닐 봉지 한 장당 200 루피아다.


인니 정부가 시행하는 일련의 비닐 봉지 제한 정책들이 과연 환경을 위한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