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끼니 Kini - 보고르 한국 분식집

명랑쾌활 2020. 3. 2. 10:39

바람 쐬러 보고르 Bogor 에 간 김에 근처 한국 분식집 끼니 Kini 라는 곳에 들렀습니다.

kini는 '지금, 요즘'이라는 뜻의 인니어이기도 합니다.

보고르 식물원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총 3층 중 1층은 포장 손님 위주의 홀, 2층은 테이블 홀, 3층은 주방 겸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2층 테이블 홀 한 켠에는 한복을 입어 볼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빔 프로젝트로 K-Pop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류 팬을 타겟으로 한다면 당연한 구색이겠지요. 


화장실이 엄청 청결했습니다.

오픈한지 1년 정도 됐으니, 오픈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 게 아니라 늘 신경 써서 관리하는 거겠지요.


한국도 당연하겠지만, 인니야말로 화장실 청결도가 그 식당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인니인들의 전반적인 청결 수준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직원 교육이 어렵고, 교육 후에도 지속적으로 체크하지 않으면 금새 엉망이 되거든요. (물론 인니인 상류층들은 청결에 민감합니다.)

딱히 인니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한국도 일본에 비하면 좀 낮은 편이지요.

한인 식당 중에 간혹 화장실 청결이 약간 부족한 곳들이 있는데, 그런 곳들은 사장이 매장을 좀 덜 신경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니는 한인 식당 수가 뻔하기 때문에 대번에 티가 납니다.


수저와 포크도 신경 써서 고급 제품을 썼습니다.

현지 업소들은 손으로 쉽게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얇은 제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니는 공산품 가격이 비싸서, 두껍고 튼튼한 수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편입니다.


메뉴 가격대는 한국 분식집보다 약간 비싼 편입니다. (원화 환산은 0 하나 빼면 대충 맞습니다. 원래 환율대로라면 다시 15% 정도 빼야 하지만, 부가세와 서비스 차지 15%가 다시 붙기 때문에 안빼도 됩니다.)

김밥 - 채소 29,000 루피아, 치즈 35,000 루피아, 참치/쇠고기 45,000 루피아

라면 - 기본 35,000 루피아. 치즈나 계란, 떡 등 토핑 종류별로 5,000 루피아 추가

떡볶이 - 기본 40,000 루피아. 토핑 종류별로 5,000 루피아 추가

그외 비빔밥이나 우동면을 활용한 짜장면 등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건, 김치를 10,000 루피아에 따로 판다는 점입니다.

한국처럼 공짜로 줬다가는 순식간에 거덜날테니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치를 요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반찬처럼 밥 한 번 먹고 집어 먹고 하는 식이 아니라 그냥 김치만 계속 집어 먹고 그러거든요. ㅎㅎ


한국과 인니의 물가 차이를 감안하면 꽤 비산 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한국 분식집 가격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한국은 분식이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식자재를 공급 받을 수 있어서 그런 거지요.

인니 물가를 대충 아는 제가 보기엔 원가에 비해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김밥+라면+냉녹차 = 75,000 루피아 세트 메뉴와 떡볶이를 시켰습니다.


김밥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_+b

한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정도입니다.

쌀도 품질이 가장 좋은 걸 썼고, 다른 채소도 싱싱하고 좋네요.

밥 간과 참기름 밸런스도 딱 적당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것 저것 잡다하게 들어가지 않은 '보통 분식집 김밥'을 맛봤습니다.

인니에서 파는 김밥 중 최고라고 단업합니다.


나중에 사장님과 잠깐 말씀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원래 한국에서 분식집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합니다. (역시!)

사실 김밥이란 게 한국 사람이라면 레시피 다 알고, 음식 조금이라도 할 줄 알면 대충 흉내는 낼 수 있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밥을 파는 한인 식당은 흔합니다만, 그건 그냥 만들 줄 알아서 만드는 김밥일 뿐이겠지요.

아무리 요리 잘하는 요리사라도 '김밥에 한해서는' 김밥을 하루에만 백 단위로 말아 본 사람에 비해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라면은... 그냥 신라면입니다.

역시 라면은 자기가 끓여 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어요. 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분식집 스타일로 끓인 꼬들꼬들한 라면이라 반가웠습니다.


떡볶이는 가격에 비해 양이 매우 적었고, 떡의 식감도 좀 떨어졌습니다.

모 한인 마트에서 판매하는 떡을 쓰기 때문일 겁니다.

양배추를 듬뿍 넣은 걸로 보아 적은 양을 어떻게든 늘리려고 고심한듯 보입니다만, 직접 떡을 빼지 않는 한 더 이상 가격 낮추기 어려울 겁니다.


모 한인 마트는 원래 교민들에게 떡을 만들어 팔던 걸로 시작해서 지점 몇몇 곳을 둘 정도로 성공했기 때문에 좋은 쌀을 쓰고 가격도 저렴했었는데, 몇 년 전부터 품질이 좀 떨어지는 쌀을 쓰더군요.

아마 창업주가 후대에게 경영을 넘기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아무리 돈 벌자고 하는 게 사업이라 해도 창업주에게는 얽힌 스토리에서 비롯된 애정이란 게 있지만, 후대에게는 그런 게 없으니 사업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게 자연스런 일이겠지요.


10,000 루피아에 따로 파는 김치도 먹어 봤습니다.

그냥 직접 담근 김치맛입니다.

약간 단맛이 강하고 덜 숙성된 걸로 보아 현지인 입맛에 맞춘듯 합니다.

한국인 입맛에 딱 적당하게 숙성된 김치는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좀 있겠지요.



최근 3년 간 한국 분식을 아이템으로 하는 요식업체들의 진출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분식은 한국에서는 가볍게 끼니 때운다는 개념이지만, 인니에서는 한국 요리의 한 종류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되어도 거부감이 적습니다.

정통 한식보다 식자재나 조리 관리도 훨씬 간단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술을 팔지 않고서는 한국인이 외국까지 나와서 사업할 가치가 있을 정도의 이익을 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프랜차이즈로 가야 하겠지요.

식자재와 조리 관리가 쉽다는 점도 프랜차이즈 사업과 궁합이 딱 맞기도 하고요.

끼니도 잘 됐으면 하네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김밥맛을 봐서 흡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