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싱가폴

[Singapore 당일치기] 2/2. Gardens by the Bay - Cloud Forest

명랑쾌활 2020. 2. 17. 09:48

혀가 참 인상적인 이 녀석이 멀라이언의 아빠인 모양이다.

어느날 바다에 갔다가 생선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해 우렁찬 혀로 꼬셔서...


클라우드 포레스트에 입장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광경

저 높은 구조물의 둘레와 안을 둘러 보는 게 클라우드 포레스트의 전부다.


땅덩어리가 워낙 작아 그 흔한 폭포도 하나 없고, 온통 빡빡하게 개발되어 화원으로 꾸밀만한 땅도 없는데, 돈은 오라지게 많아서 이런 초대형 식물원을 만든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으면 가지지 못한 것을 어떻게든 충족하려 하는 건 사람이나 나라나 똑같은가 보다.


음... 자기네 부족 청년들의 신체적 장점을 홍보하는 토템인가?


이 난초들 주변에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뭔가 싶어 가까이 걸음을 옮기며 들었던 생각의 흐름

1. 매우 희귀한 거라 박스를 씌워서 보관했나?

2. 그럼 저 구멍은 숨구멍? 아니지, 그럼 뒤에 뚫고 말지.

3. 그럼 손 넣어서 만져 보라고? 그럴리가 있냐.

4. 아, 난초 향 맡아 보라는 건가 보네. 향이 약하니까 가둬놨구만.

여기까지 대략 2초 정도 걸렸다.

그리고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는듯 걷고 있던 그대로 자연스럽게 다가가 구멍에 코를 들이 밀었다.

내가 하는 양을 보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다른 난초 박스들에 코를 들이민다. ㅋㅋㅋㅋ


사진 왼쪽의 난은 오줌 냄새 비슷한 향이 났다.

오른쪽 난은 언젠가 맡아 봤던 고급 향수의 향보다 두 배 정도 더 고급스럽지만 희미한 향이 났다.

그 고급 향수가 이 향을 구현한 건가 보다.


높은 구조물 밑의 둘레를 돌아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엘레베이터에 도착한다.

이 걸 타고 꼭대기까지 직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돌아보며 내려오는 동선인가 보다.

맨 위 전망대까지 올라가려면 죽었다 싶었는데, 아주 좋다.


이런 배려가 부족한 인니 관광지들만 다니다가 모처럼 문명세계(?)의 시설을 보니 감동이 남다르다.

대신 인니 관광지들은 저렴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발리 스윙 같은 곳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고작 그네 타고 사진 찍는데 3만원 넘게 받아 쳐먹으면서도 4층 높이의 가파른 경사를 계단으로 떼우는 거 보면, 애초에 그 정도 수준의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

너도 나도 주변사람도 모두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환경에서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게 마련이다.

회사가 근무지를 어디로 발령하든 직원이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나라에서는, 그 게 반드시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듯.


저 멀리 싱가폴 플라이어 Singapore Flyer 가 보이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도 보이고...


인공 바오밥 나무도 보인다.


책에서만 봤던 벌레잡이 통풀이다.

식물원 전체에 벌레를 볼 수가 없던데, 얘넨 파리 잡아다 넣어줘서 키우나?


라플레시아 꽃...의 모조품이다. ㅋ


최근 라플레시아 꽃 관련하여 종전 최대 기록을 넘어서는 개체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기사에는 라플레시아 꽃의 썩은 고기 냄새가 벌레를 유인해 잡아 먹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그 썩은 냄새는 꽃가루 수분을 하려는 목적으로 파리 등의 벌레를 유인하는 냄새다.

벌이 생존하기 어려운 밀림에서 자라기 때문에 (아주 가끔 일주일 정도만 피었다 지는 꽃만 있는 지역에서 벌이 생존을 어떻게 하겠나), 파리로 매개체를 대체하는 쪽으로 진화한 거다.

난 국민학교 때 <소년중앙>에서 읽고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요즘 기자 수준 참 심각하다.


입구 들어서자마자 나왔던 폭포 밑이 저 아래 보인다.

저 아래서 지금 내가 있는 전망대 봤을 때는 '저기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나' 싶어서 식겁했었다.


꼭대기부터 공중 통로를 따라 느긋학 걸어 내려가면 되는 구조다.

경사도 걸음에 부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만하고, 양쪽의 펜스도 튼튼해서 공포감이 거의 들이 않는다.

노약자 배려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다 내려와서 보니, 지지대 기둥의 경사가 좀 불안해 보인다.


뭐 그래도 싱가폴이니 알아서 잘 계산했겠지 싶다.

인니에 저런 구조물이 있다면 못미더워서 올라갈 엄두를 못냈을 거 같다.

국격이라는 규정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이, 이런 경우에 실체적으로 다가 온다.


공중 통로는 지상이 아니라, 지하 1층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방으로 이어진다.

뭐 대충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상을 틀어주는데...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실내 식물원을 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에어컨 시설과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생각한다면, 뭔가 좀 모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하 1층 정원은 깊은 숲속 햇빛이 닿지 않는 지역처럼 꾸몄다.


크기가 매우 작은 꽃을 보라고 돋보기를 설치했다.


베고니아가 이렇게 생겼었나?

쌈 싸 먹으면 건강에 그리 좋아 보이진 않은 무늬다.


와 씨, 깜짝이야.

숲길을 걷는데 저런 게 어디서 스윽 튀어 나오면 공포 영화가 따로 없겠다.

제목은 <싱가폴 식인 달팽이> 정도?


식물원을 뜨기 전 담배 한 대 피우러 다시 흡연 구역으로.

저 대관람차 엄청 뜨겁겠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어컨 설치되어 있어서 쾌적하댄다.

하긴, 내가 생각하는 걸 국가 랜드마크 건설하는 사람이 생각 안했을까.


둔덕농협에서 단체 관광 온 모양이다.

작물들이 주말이라고 안자라는 것도 아니니, 농한기에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마땅하다.


비자대행사가 있는 건물 야외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공사현장

싱가폴도 사람 사는 곳이니 당연히 거칠고 힘든 일들이 있다.

그런 일들은 인근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몫이다.

싱가폴도 한국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의 텃세로 자국민이 공사장 일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