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많이 빌리고 갚은 사람이 신용이 좋다?

명랑쾌활 2020. 2. 28. 10:10


흔히, 금융기관의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 금융권의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은 '얼마나 돈을 많이 빌리고 갚았는가'다.

쉽게 말해, 금융권에 평생 돈을 빌리고 갚은 적이 없는 사람보다, 많이 빌리고 갚은 '실적'이 있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기준은 사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비롯된 거다.

통계학에는, '한 번도 벌어지지 않은 일은 앞으로 벌어질 확률이 0에 수렴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벌어진 일은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테면,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지만, 단 한 번이라도 해가 서쪽에서 떠오른 적이 있다면 그 일은 얼마든지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개념을 기초로 해서, 한 번이라도 빌리고 갚은 사람은 다시 빌려도 갚을 확룰이 있지만, 한 번도 빌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갚은 적도 없기 때문에, 갚을지 안갚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한국 신용 평가 시스템의 개념이다.


이런 신용 평가 시스템에 따르면 빚을 져본적이 없는 사람의 신용 점수는 낮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 주변 사람에게 수시로 돈을 꾸고 갚는 사람이 더 믿을만 할까, 아니면 어지간하면 빚을 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더 믿을만 할까?


신용 등급으로 그 사람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건 '신용'이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신용 등급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나타내는 척도 따위가 아니다.

그저 금융권이 자기들 시각으로 분류한 '고객 실적 등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