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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 뒷풀이 휴식 여행] 3/8. Ubud - Bali Swing, 요상한 한국음식

명랑쾌활 2019. 12. 9. 07:52

7시경 기상

어젯밤 좀 습해서 천정 선풍기를 이빠이 틀었더니, 머리가 띵하다.

우붓이 선선한 편이지만, 열이 많은 체질은 에어컨 없이는 좀 힘들겠다.


그래도 아침엔 초가을 날씨다.


스크램블
그냥 달걀 대충 비벼서 만든 게 아니다.
우유도 들어가고, 양도 실하다.


미 고렝 Mie Goreng 도 300원짜리 인스턴트가 아니라, 따로 판매하는 미 고렝용 면으로 직접 만들었다.


맛있게 싹 비웠다.
저가 숙소라는 게 믿기지 않는 제대로 된 조식이다.


정성 들여 지은 티가 나는 객실

이런 숙소가 조식 포함에 20만 루피아라니, 비수기가 아니면 찾기 힘들 거다.


9시쯤 되어 체크 아웃을 하고, 어제 예약한 뽄독 오까 홈스테이 Pondok Oka Homestay 로 옮겼다.


발리 남부에서 우붓 중심부에 진입하면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상습 정체 구역인 주유소 삼거리의 작은 골목에 있다.


객실이 딱 두 개 밖에 없는 곳이라, 성수기는 거의 늘 방이 차있다.


에어컨 방이라지만, 30만 루피아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조식 제외하면 25만 루피아)

가격을 따진다면 엊그제 묵었던 쁘라따마 하우스의 에어컨 방이 더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옮긴 건 일단 위치가 좋고...


넓은 객실 공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넓은 화장실과 욕조에 홀랑 반했기 때문이다.

아주 약간이지만 동굴 안처럼 목소리가 울릴 정도로 넓다.

왠만한 방 하나 크기만 한 화장실을 보니 해방감이 느껴진다.


객실 건물 뒤편에 공동 부엌을 개방해둬서,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에어컨 틀어놓고 누워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열대지방에 오래 살게 되면 더운 기후에 적응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만약 선택지가 없어서 더운 기후를 온전히 버텨내야 한다면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에어컨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면 오히려 에어컨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진다. (시원하게 있을 수 있다면, 뭐하러 더위랑 싸워 가며 고생을 하겠나.)

7, 8월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 하기까지 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료 누진제가 워낙 비싸서 어지간한 더위는 참는데 익숙하지만, 인니에서는 이정도 더위에는 당연히 에어컨을 켜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다.


11시쯤, 그 유명하다는 발리 스윙에 가봤다.

원래 2년 전에 그런 곳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셀카 찍는 취향이 아닌 내게는 나무에 그네 매달아 놓은 게 다인지라 굳이 갈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 엄청 유명해지면서, SNS나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발리를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느니, 인생샷이라느니 온통 난리법석을 치며 소개되는 걸 보다 보니, 뭐 얼마나 대단한가 궁금해서 가보게 됐다.


입구에 딱 들어서는 순간, '아, 여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해서 영업하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딱 온다.

주차장이 자동차 위주로 되어 있고, 오토바이는 구석에 알아서 주차하게끔 되어 있다.


매표소에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그 합리적인 가격에 까암짝 놀랬다.

식사 포함해서 33달러, 루피아로는 43만 루피아다.

다른 선택지는 없고, 먹든 말든 무조건 식사 포함한 패키지를 구입해야 한다.

이런 곳 식사는 뻔하다.

아무리 좋아봐야 15만 루피아 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네 타는 값이 2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나무에 그네 매달아 놓은 거 타고 사진 몇 장 찍는 값이 고작 2만원이라니, 돈이 썩어 넘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네 타러 발리까지 올 정도면 그깟 2만원이 대수겠나.

한 5만원 쯤 받아도 될텐데, 너무 착한 거 같다.


구경만 하면 안되겠냐고 물으니, 그네가 있는 밑에 가는 건 안되고 식당 옆 대기소에서 보라고 인심 쓰듯 말한다.

아주 고맙다 못해 황송해하며 가봤다.


90% 이상이 중국인이다. ㅋㅋ


제대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_=


바로 옆에 또 다른 발리 스윙이 있다.

저 주차 관리원으로 보이는 놈팽이 주목.


일단 33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놀라 월렁거리는 가슴을 젤라또 아이스크림으로 식히면서, 가게 옆에 난 샛문을 들여다 보니...


아까 가봤던 발리 스윙에 비해 좀더 깔끔하지만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문 입구로 보이는 풍경이 그럴듯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아까 사진의 주차 관리원 놈팽이가 강압적인 말투로 사진 찍지 말라고 제지한다.

"아니, 씨바 무슨 종교 사원도 아니고, 장사하는 곳 바깥에서 대문 좀 찍겠다는 데 그걸 못찍게 해?"라고 하지는 않고, 그냥 생글생글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뭐 한국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원래 인니는 주인보다 완장 찬 문지기가 목에 힘주고 쥐꼬리만 한 권력 과시하는 게 심한 나라다.

그 쥐꼬리만 한 권력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걸 건드리면 어떤 과격한 반응이 나올지 모르니 그냥 존중해주는 게 좋다.


난 오히려 사람 좋은,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놈팽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저씨, 여기도 발리 스윙이예요? (아까 갔던 곳을 가리키며) 저기랑 같은 곳인가요?"

"저긴 다른 곳이예요. 여기가 원조고, 저긴 여기 유명해지니까 새로 생긴 곳이예요."

아닌게 아니라, 마침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아까 갔던 곳 앞에 서더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우루루 내린다.

"저긴 저렇게 대부분 단체 관광객을 받는데, 대부분 중국인이예요. 아, 당신도 중국인인가요?"

"아뇨, 전 한국인이예요."

"오, 코리아? 팍지숭? 인니어 잘하네요."


실없는 말 몇 마디 더 나누고, 웃으며 자리를 떴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곳을 떠나면서 놈팽이에게 손을 흔들었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건들건들 하면서 손을 마주 흔든다. ㅋㅋ


발리 스윙 입구에서 내리막길 좀 내려오니, 계곡 밑이 더 잘 보이는 포인트가 있었다.

여기는 별달리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밑을 내려다 보았다.


알고 보니, 발리 스윙은 아융강 래프팅 코스의 하일라이트인 점프 지점이 보이는 계곡 면에 세워진 거였다.


<출처 : http://www.balihighlandtour.com>


각각 위치는 대략 이렇다.


루트 Root 라는 퓨전 한식당에 가봤다.

위치는 스노우 잼에서 내리막 방향으로 5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식당 앞에는 '뿌리가'라는 한글 현판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1층은 주방과 프론트만 있고, 홀은 2층이다.

1층 출입문으로 들어갈 경우, 상당히 좁고 경사가 급한 나선 계단을 두 바퀴 돌아 2층으로 올라가야 하기 떄문에 불편했다.


건물 옆 계단이 2층 출입문과 연결되니, 이쪽으로 출입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2층 손님 홀은 전후면이 트인 반실내, 반실외 구조다.

원래 옥상이었는데 지붕을 얹어 개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풍은 잘 되지 않아 더운 편이다.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기엔 적당할 것 같다.


무료로 제공하는 인퓨즈 워터나 컵, 작은 접시 등등의 보관대가 2층 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급경사 나선 계단을 오르내리며 서빙을 해야 하니, 작업 동선을 줄이려고 고심한 흔적으로 보인다.


2층 홀 뒷마당(?)에 화장실이 있고, 흡연도 이곳에서 한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남았는지, 자갈돌 포대가 쌓여 있다.


설마 플로레스 블루스톤 비치 자갈인가? (https://choon666.tistory.com/1174)


음식 양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격은 대체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인퓨즈 워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인니 식당은 물 한 잔도 사마셔야 하는 게 보통이다.


반찬도 따로 나온다.

김치는 담근 것으로 보이는데, 맛있다!

오이무침도 참기름 비율이 적당해서 맛이 깔끔했다.

보라색은 무채 비슷한 맛이었는데, 아마 적채를 절인 것 같았다.


일행이 시킨 야채 카레

...그냥 일제 인스턴트 블럭 카레 맛이다.

실패는 하지 않겠지만, 딱히 특색도 없다.


난 가장 무난한 비빔밥을 시켰는데, 고추장이 너무 적다.


기본 베이스가 야채 비빔밥이고, 1만5천 루피아 더 내면 고기가 추가된다.

근데 간 쇠고기가 아니라, 돼지 불고기다.


고추장을 더 줄 수 없겠냐고 했더니, 종업원은 활짝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딱 그 타이밍에 들어온 다른 손님의 오더를 받고, 1층으로 내려 가서 감감무소식이다.

차라리 카레라면 소스가 부족하더라도 있는 만큼만 밥 일부와 비벼 먹고 나중에 더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비빔밥은 그야말로 전부를 비벼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난 종업원이 다시 올라오기까지 우두커니 앉아 기다려야 했다.

15분쯤 뒤 올라온 종업원의 손에는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담은 쟁반이 들려 있었다.

다른 손님들에게 음료를 서빙한 뒤, 종업원은 '겸사겸사' 갖고 온 고추장을 내게 갖다 줬다.

그러다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며 고추장이 담긴 종지를 내려놓고 멀리 간다.

성질이 뻗치면 뻗칠수록 점점 무표정해지는 내 얼굴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뭐, 인간적으로는 이해한다.

1층 주방과 이어지는 나선 계단은 오르내리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 편한대로 하려면 일을 쳐하질 말고, 집 방바닥에 쳐누워 뒹굴뒹굴 지 하고 싶은대로 옆구르기든 앞구르기든 하고 자빠졌으면 될 일이다.

아무리 종업원 근무 환경 배려해준다고 해서, 세상에 어떤 손님이 종업원더러 "아이고, 힘드시죠? 쉬엄쉬엄 하세요. 음식은 한 두어 시간 뒤에 나와도 되요. 음식 준비하시다 입 심심하시면 담배도 한 대 태우시고 그러세요. 아유, 서빙 힘드시면 나중에 손님 한 두어 테이블 더 차면 한꺼번에 하시면 되지요."라고 이해해주겠나.


음식이라도 맛있었으면 잡쳐버린 기분이 좀 나아졌을텐데...

밥과 고추장, 참기름만 베이스로 깔리면 냉장고에 남은 밑반찬 아무거나 때려 넣어도 기본은 하는 게 비빔밥인데, 이렇게 맛없에 만드는 재주가 감탄스럽다.

무채에서 나온 건지 절인 적채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고추장 소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신맛이 강하다.

길쭉하게 썰어서 익힌 고추장 양념 돼지고기도 딱딱하게 식어서 식감도 좋지 않고 밥이나 채소와도 따로 논다.

거기에 밥알은 한숫갈 떠서 테이블에 탁 쳐 엎으면 촥하고 구슬처럼 퍼질 정도로 풀풀 날려서, 비빈 밥 사이에 채소가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비빈 채소 샐러드 사이에 뿌려진 콩알 같은 느낌이다.

채소의 4분지 1도 안되는 밥양으로 보아 아마 샐러드 느낌으로 서양인 입맛에 맞춘 모양인데, 문제는 신맛이다.

한국인은 밥맛의 기준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밥에서 신 맛이 나면 쉰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반도 못먹고 남겨야 했다.


비빔밥에 대한 기준이 없는 서양인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건 '비빔밥'이라고 팔아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비빔밥은 엄연히 '밥'이 주재료여야 한다.

채소 무더기에 새콤한 소스를 뿌린 샐러드에 밥알 조금, 고추장 조금 들어갔다고 비빔밥이라는 건 억지다.

이 음식으로 비빕밥을 처음 접해보는 외국인들은 이게 한국 '원래 비빔밥 맛'이라고 착각할 거 아닌가.

차라리 '한국 비빔밥 스타일의 채소 샐러드'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트립 어드바이저의 한국인들 리뷰를 보니, 삼겹살은 먹을만 하다는 멘트가 자주 나오는데... 뭔 소린지 알겠다.

삼겹살 구이야 맛이 다를 여지가 거의 없고, 일단 김치가 맛있으니 그런 평이 나왔을 거다. 


스노우 잼에 다시 들러 시원한 음료수로 Root에서 받은 열을 식혔다.


일주일 뒤면 녀삐 Nyepi 다. (발리 힌두력으로 새해 첫날. 침묵의 날)

거리 이곳 저곳에 녀삐를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녀삐에 맞춰 발리로 여행오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하고 밖에도 나갈 수 없는 날에 뭐하러 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숙소에서 좀 쉬다 저녁 6시 쯤 되어 가까운 홍갈리아 Hongalia 라는 중국 음식점에 갔다.

걸어서 2분 거리다.


와, 되게 맛없어 보인다. ㅋㅋ

중국계 현지인이 아니라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랜다.


메뉴판만 보면 가격대가 저렴해 보이지만... 음식 양이 적다.
뭐 이것 저것 먹어보기엔 나쁘지 않겠지만, 그러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면 생각보다 많이 나온 음식 값을 보고 놀라게 된다. (내가 그랬다는... =_=)


새우만두 Gyoza Shrimp

이게 제일 맛있었다.


완탕

생강향 밸런스가 좋았다.


돼지고기 덮밥은 그닥그닥


맥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만두피 튀김

요거 별미다.


포크립이 있어서 시켜봤다.
약간 매콤해서 너티 누리스에 비해 소스 밸런스는 너티 누리스에 비해 더 괜찮은 편이다.
가성비는 여기가 더 낫지만, 돼지 누린내가 약간 더 난다는 게 단점이다.

에스 부아 짬뿌르 Es Buah Campur
과일빙수 비스무리한 디저트다.

식당에서 키우는 개, 뽀삐.

붙임성이 좋아서 이름 부르면 쫄랑쫄랑 다가 온다.


생수같지만 인니 소주인 아락 Arak 이 담겨 있다.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발리 여행 시 어떻게든 아락을 구하길 권한다.

밀주다 보니 무슨 마피아 갱단의 비밀 거래처럼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발리 현지인들 사는 동네마다 반드시 유통하는 곳이 있다.

대놓고 팔지 않을 뿐이다.

발리 현지인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숙소의 남자 직원에게 부탁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자 직원에게 부탁하지 말고.)

자기가 사는 가격에 얼마간 붙여 받겠지만 그래봐야 1~2천원이니 수고비로 생각하면 되겠다.

도수가 세니 작은 페트병에 담아 들고 다니면서 그냥 마시든, 맥주에 타마시든 하면 여행 내내 풍족하게 마실 수 있다.

덤으로 술값도 많이 세이브 된다.


양이 적지만 값도 저렴해서 이것저것 막 시켰더니 4만원 가량 나왔다.

둘이서 평범한 식당에서 저녁 한 끼 먹은 게 4만원... 미쳤다. =_=

역시 장사는 중국인이 제일 영리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