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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떼 마랑기 Sate Maranggi - 인니에서 가장 유명한 꼬치구이집

명랑쾌활 2019. 1. 28. 11:37

사떼 마랑기 Sate Maranggi 는 인니 대표음식 중 하나인 사떼 Sate (꼬치구이) 음식점 중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과장 없이 정말로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전 '최고'나 '신급', '역대급'이라는 둥 표현 과잉을 무책임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기레기들에게야 생계가 달렸으니 긍지고 존심이고 없이 해야 하는 떡밥질이지만, 일반인이 그럴 필요는 없지요.)


원래 사떼는 따로 양념에 고기를 재우지 않고, 그냥 굽거나 구우면서 양념을 바르는 게 일반적인 조리법인데, 사떼 마랑기는 고기를 양념에 재웠다가 굽습니다.

중국에서 유래된 조리법으로 원래는 돼지고기나 염소고기 사떼에 쓰였었는데, 뿌르와까르따의 예띠 Yetty 라는 아줌마가 닭고기와 쇠고기 사떼에 적용해서 내놓았던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인니 쇠고기는 육우가 아니라서 대부분 질긴데, 사떼 마랑기의 쇠고기 사떼는 부드럽습니다.


지금이야 하지 예띠 Haji Yetty 라고 간판에 이름을 떡하니 박았지만...

* 하지 Haji는 이슬람력 12월의 정규 순례기간에 메카 성지순례(하'즈)를 마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미스터, 닥터처럼 이름 앞에 붙인다.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를 완수한 사람으로서, 무슬림 사회에서는 존중을 받는다.


2015년 당시 구글 스트릿뷰 사진

이때는 그냥 Sate Maranggi 에 동네 이름인 Cibungur 가 전부였네요.


그러다 여기저기 유사품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니 Haji Yetty 라는 이름을 걸었나 봅니다.

1980년부터 영업 시작했다고 하니, 거의 40년이 됐네요.

원조니 최초니 하는 것보다 훨씬 확실하겠습니다.

원조, 최초 같은 표현은 이유 갖다 붙여 빠져 나갈 수 있지만, 1980년 보다 더 이전이라고 하면 명백한 거짓말이 되니까요.


손님이 몰리기 시작하면 사떼 굽는 연기가 차도까지 진동을 합니다.


사떼 말고 물고기 구이도 있습니다.


생토마토를 썰어 짜베 라윗 Cabe Rawit (인니 쥐똥고추) 빻은 것과 버무린 요 음식이 단무지 역할을 합니다.

의외다 싶겠지만 의외로 그럴듯 합니다.

칠리소스가 토마토와 매운맛의 결합인 거 보면 의외도 아니네요.

궁금하시면 토마토를 청양고추 빻은 것과 버무려 드셔보세요.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몇 차례의 증축을 거쳐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됐습니다.

집 근처라 퇴근길에 종종 들르는데, 식사시간이 아니어도 늘 절반 정도는 테이블이 차있습니다.

테이블에서 먹을 사람은 아무 자리나 앉으면 점원이 올 거고요...


포장해 가려면 계산대에 가서 포장해간다고 말하고 계산하면 됩니다.


이렇게 매뉴판과 영수증을 겸하는 종이에 계산 완료했다는 도장을 찍어 주면...


쁘사난 븡꾸스 Penanan Bungkus (포장 주문) 라고 쓰여 있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영수증을 내밀면 알아서 하얀 봉다리에 포장해 줍니다.


기다란 불판에 꼬치를 주욱 늘어놓고 쉴세없이 굽습니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사떼만 팔리가 없죠.

소또 Soto 나 솝 Sop, 바소 Bakso 등을 파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독립 매장인 거 같지만 계산은 다 한 곳에서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모든 간판에 있는 가게 운영자 이름 앞에 HJ, 즉 하지 Haji 가 붙었습니다.

성지순례 다녀온 사람을 더 우대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복지의 일환으로 매년 직원과 관계자를 성지순례 보내 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사떼 마랑기가 유명해져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급기야 길 건너편에 워터파크까지 생겼어요.

맛집이 먼저 유명해지고, 그에 따라 위락시설이 생기는 신기한 현상입니다.


<출처 : 구글에서 막 퍼옴)>

뭐 그래봐야 그냥 애들 물놀이 하는 곳이지만요.


7월 경까지 꼬치 하나 가격이 4천 루피아였는데, 9월 경에 4천5백 루피아로 오르더니...


11월부터 5천 루피아로 훌러덩 올라갔네요.

원래 인니는 장사 잘되거나 재료값 오르면 판매 가격도 서슴없이 올립니다. (한국처럼 업소가 손님에게 절대 약자인 나라는 드뭅니다.)

그렇다고 장사 안된다고 가격 내리는 일은 없지요, 문을 닫으면 닫았지.


사떼 마랑기가 있는 뿌르와까르따 지자체는 이 곳과 인근의 소나무숲을 엮어 관광지로 밀고 있습니다.

자카르타와 반둥 사이에 있어 주말이면 두 도시에서도 먹으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붐비는 편입니다.

제 입맛에도 쇠고기 사떼는 다른 가게 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인니 쇠고기가 워낙 질기기 때문에 (안심도 질김) 안먹는데, 사떼 마랑기의 쇠고기 사떼는 질기지 않습니다.

닭고기야 어차피 꼬치로 구우면 질길 일이 없고, 질겨도 쫄깃한 식감이 더 좋을 수 있으니 큰 차이 모르겠고요.

그래도, 워낙 장사가 잘되어 회전율이 좋기 때문에, 재료인 고기가 신선해서 기본적으로 다른 가게들보다 음식이 맛있을 겁니다.
꼬치구이가 어차피 거기서 거길텐데, 고기 재료가 신선하고 좋으면 대부분 먹고 들어가는 게 당연하지요.


이래저래 멀리서 찾아와서 먹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오가다 들릴만은 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찾아 올 만큼은 아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