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한국 방문

명랑쾌활 2019. 1. 30. 12:47

올해 한국에 갔을 때는 마침 의원 선거가 한창이었습니다.


광명사거리가 난리도 아니네요.

저도 기분 좋게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자한당 개박살에 일조를 한 거 같아 흐믓합니다.


경찰서 삼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찍었습니다.

이정미 전헌법재판관 이후로 머리에 헤어롤 달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됐나 봅니다.

이제 와서 사진을 보니, 만약에 신고 당했다면 꼼짝없이 성범죄 혐의로 잡혀갈 뻔 했네요.

제가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상대방이 기분 나쁘면 무조건 잡아 넣는 게 요즘 한국 분위기니까요.


30년이 넘은 철산 상업지구의 터줏대감, 꼬마도깨비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딱히 독특한 메뉴랄 게 없는, 그야말로 그냥 호프집이라는 게 이 곳의 특출난 점입니다.

그래서 손님 대부분이 연배가 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경성주막이 있는 자리는 주로 젊은층이 찾는 가게들이었지만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지요.

젊은층은 지갑도 쉽게 열리지만, 유행에 따라 취향도 쉽게 바뀌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정 넘어까지 술 먹고 거리를 걸어다녀도 별 위험이 없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한국에만 사신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한국에 휴가 가면 이런 것조차도 귀하게 생각하며 누립니다.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걷기 좋은 나라인지도요.


여기쯤 오면 집에 거의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약속이 있어서 사당역에 가봤습니다.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제외하고는, 서울에 가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네요.


한국에도 주상복합 아파트가 많네요. 우와~~ ㅋㅋ


사당역 약속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신도림역의 긴 에스컬레이터를 찍은 사진입니다.

전 분명 에스컬레이터를 찍었습니다만, 이 것도 신고 당했다면 성범죄로 잡혀 들어갔을라나요?

싱가폴은 흡연에 대한 처벌을 조심해야 하지만, 한국은 성범죄로 인한 처벌을 조심해야 합니다.


냉장식품을 택배로 시켜 본 게 처음인데, 아이스팩 넣어주는 거 보고 놀랐네요.

역시 한국은 물자가 넘쳐나는 나라입니다.

인니에서는 저 아이스팩 절반 크기 정도 되는 게 1,200원 정도 할 겁니다.

공짜요? 꿈도 못꿀 일이죠. ㅋㅋ 


그냥 평범한 닭갈비입니다.

꼭 먹고 싶었어요.

인니에 살면서 한국보다 더 잘 먹습니다만, 이상하게 이 평범한 닭갈비를 취급하는 한인식당이 별로 없더군요.

닭도 구하기 쉽고, 다른 양념도 만들기 별로 어렵지 않은데 말이죠.


가장 좋아라 하는 닭구이입니다.

먹기 좋게 살코기만 발라내어 매운 양념을 입혀 돼지갈비 구워먹듯 먹는 음식인데, 그 매운 정도가 제 입맛에 딱이라 좋아합니다.

한국에 가면 최소 두 번 이상은 먹는 음식이지요. ㅎ

닭의 나라 인니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그리워하는 집밥입니다.

청국장, 줄줄이 소시지 케찹 볶음, 달래를 썰어 넣은 간장과 먹는 구운 김, 그리고 밥 먹으면서 보는 책... 더도 덜도 말고 딱이네요.

제가 그리는 집밥의 이미지입니다.

엄마가 제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해주셨어요.

그 옆의 부침개는 그냥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입니다.

식구들 대부분이 기름기 많은 부침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나 거의 대부분을 대략 보름동안 제가 처리해야 했던 애증의 음식이지요.

이젠 누가 처리할지... 그냥 생각 안하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 생각을 잠깐 하는 건 괜찮지만, 깊게 빠지면 해외 생활 참기가 엄청 힘들어져요.

혼자 먼 외국에 나와서 그럭저럭 잘 살아가듯, 한국의 가족들도 다들 잘 살아가겠지요.


한국에 가면 그냥 아무 데도 안가고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집에서 빈둥거립니다.

저녁 되면 친구 만나러 기어 나갔다 들어오는 게 다예요.

한국에서 살던 시절의 아주 아주 평범한 휴일의 일상, 지금의 제게는 그 게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하루 하루 잊지 않으신다면 소소한 행복감에 보탬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 거 없는 평범한 일상은 사실 정말 귀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