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비행기를 놓치다 ~가루다 항공 정시 운항률 세계 5위의 비결?~

명랑쾌활 2018. 11. 26. 10:33

비행기를 놓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ㅋㅋ

출발 2시간 전에 공항 도착해서 기다렸는데 그렇게 됐지요.

비행기를 놓친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아주 미심쩍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신문에 가루다 항공이 2018년 10월 집계에서 90.4%로 정시 운항률 세계 5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더욱 미심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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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25분에 출발하는 가루다 항공편을 타야한다.

탑승 대기장 내, 흡연실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출발 1시간 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 다음날 찍은 사진


이상한 느낌이 든다.

23시 정각인데,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비행기 출발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에는 여전히 'ON SCHEDULE'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

스케줄에 이상이 없다면, 출발 30분 전인 22시 55분에 이미 'GATE OPEN'이라고 표시가 바뀌어 있어야 했고, 탑승 안내 방송도 나왔어야 한다.

방송에 문제가 있거나, 스크린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둘 다일 거다.

탑승 게이트쪽으로 가봤다.

줄 서있는 사람이 없다.

연착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카페로 돌아갔다.

첫번째 실수였다.

최소한 게이트 앞 데스크의 직원에게 확인은 했었어야 했다.

인니에서는 워낙 기자재 고장이나 연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렸다.


23시 15분, 여전히 방송은 나오지 않았고, 스크린의 'ON SCHEDULE' 표시도 그대로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탑승 게이트쪽으로 가봤다.

줄 서있는 사람은 여전히 없다.

다시 카페로 돌아갔다.

두번째 실수였다.

보통 때의 나라면 최소한 게이트 앞까지는 가봤을 거다.

뭔 일이 터지려면 뭐에 씌이기라도 한듯 한 행동을 연거푸 하게 되나 보다.


23시 30분, 비행기 출발 시간으로부터 이미 5분이 지났다.

방송은 여전히 없고, 스크린의 'ON SCHEDULE' 표시도 여전하다.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탑승 게이트 앞으로 갔다.

콧수염을 기른, 40~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에게 표를 내밀며 물어보려는 순간, 그가 먼저 대뜸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 아무리 불러도 오질 않지. 비행기는 이미 떠났어요."


나는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과 상황 스크린에 표시가 계속 'ON SCHEDULE'이었다는 얘기를 했지만, 콧수염 직원의 반응은 어딘가 좀 비정상적이었다.

그는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 이어폰 탓만 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당신의 말을 다 듣고 대화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도 소용 없었다.

그는 마치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모든 일은 다 이어폰 때문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 이어폰 얘기만 한다.

콧수염 직원 뿐 만이 아니라, 다른 두 명의 여직원들의 태도도 묘했다.

항공사 여직원이라면 친절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직원의 얼굴에는 짜증이 노골적으로 가득했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직원은 난감함과 당황함이 섞인 표정이었다.

"알았으니까, 당신 말대로 다 내 탓이라고 합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비행기는 떠났고, 난 지금 여기 있어요. 책임 타령 그만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요."
내 말에 드디어 콧수염 직원의 이어폰 타령이 끝났다.
그는 두 여직원에게 퇴근하는 길에 나를 가루다 고객센터에 데려다 주라고 했다.
나이 든 여직원은 오만상을 찌뿌리며 나직하게 뭐라 중얼거렸는데, 절대로 아름다운 말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잠시만요. 수하물로 맡긴 내 트렁크는 어딨죠?"
내 질문에 콧수염 직원에게서 당황한 기색이 살짝 느껴졌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황 해결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당연히 내렸죠. 고객센터 가면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알려 줄거요."

다시 나오기 위해 이민국을 통과하는 건 쉬웠다.
입이 댓발이 나왔던 나이 든 여직원이 표정을 싹 바꿔 나긋나긋하게 이민국 공무원에게 비행기 놓친 승객이라고 설명하고 내 여권과 항공권을 내밀자, 이민국 공무원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여권에 찍힌 출국 도장에 줄을 찍찍 긋고 다시 도장을 쾅 찍어 건네준다.
나이 든 여직원은 여권을 내게 건네줬다.
꽤 당황할 만도 한데, 난 의외로 침착했다.
마치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 보기라도 하는듯한 상태, '제3자의 관점'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제3자의 관점'이라는 건 내가 그냥 지은 이름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능한 차선의 결과부터 최악의 결과까지를 따져본 후, 최악의 결과를 받아 들일 각오를 하면서, 차선의 결과를 위한 행동에만 집중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들면 발동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사태 해결을 위한 행동에만 집중한다는 건, 화내거나 울거나 인상쓰거나 하는 등의 '사태 해결에 쓸모없는' 감정 소모도 배제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무표정했다가는 화 낸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웃는 표정을 짓는다.
울어도 시원찮을 판에 웃고 있으니 정상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되면 나도, 웃고 있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내가 웃는 표정으로 이런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을, 또 다른 내가 지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몸 밖으로 나와서 보는 유체이탈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여전히 같은 몸 안이다.)

이민국 공무원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내 항공권이 보였다.
"항공권은 안챙겨요?"
내가 묻자, 나이 든 여직원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괜찮다며 가자고 재촉했다.
니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뭐.
나는 순순히 그녀를 따라 갔다.
하지만, 그녀는 약 50m 쯤 걸어 가다가 뭔가 기억난듯, 인상을 팍 쓰며 나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이민국으로 향했다.
어째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거 같았다.

고객센터에 도착하자, 나이 든 여직원은 고객센터 여직원에게 내 항공권을 내밀며 다음날 항공권으로 변경해달라 전했다.
다행히 다음날 표가 있었다.
나이 든 여직원은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반쯤 미친 상태였는지, 고객센터 여직원에게 내 짐은 비행기에서 내렸으니 어디서 찾으면 되는지 알려주라고 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표는 물론 공짜로 바꿔주지 않는다.
270만 루피아, 한국돈으로 25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다.
뭐 어쨌든 하루 늦게라도 출발할 수 있으니 그럭저럭 해결된 셈이다.

고객센터 여직원은 중량초과된 짐을 찾는 곳에 가서 내 짐을 찾으라고 방향을 가르쳐줬다.
공항이 원래 넓직 넓직한 건물이라 한 100m는 걸어가야 했다.
중량초과된 짐을 찾는 곳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방이 막힌 사무실에 짐을 투입하는 구조의 컨베이어 통로 구멍만 있을 뿐, 짐을 찾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컨베이어 구멍을 통해 사람을 부르니, 누군가 대답하는 소리는 들렸다.
사정 설명하고 짐 찾으러 왔다고 하자, 알았다고 찾아 볼테니 기다려 보라고 대답은 하는데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하다.
근처에 딱히 앉을 곳도 없어서 서성이고 있었다.
항공사 직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간혹 골프백이나 서핑보드 등 큰 짐을 카트로 싣고 와서 컨베이어 통로로 투입 시키는 게 보였다.
아무리 봐도 여긴 짐을 찾는 곳이 아니라, 규격 외 수하물을 따로 취급하는 곳이었다.

대략 20분을 기다렸는데, 아까 찾아 보겠다고 대답했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짐 없으니 가루다 고객센터에 가보랜다.
다시 고객센터로 가서, 아까 짐 찾는 곳 알려줬던 여직원에게 얘기했다.
그 여직원은 여기는 티켓 발급하는 창구라며, '진짜' 고객센터의 위치를 가르쳐줬다.
진짜 고객센터는 아까 갔었던 짐 찾는 곳을 지나쳐 더 먼 곳에 있었다. =_=

가루다의 티켓 발급하는 창구는 사진 속 A 기둥에 있다.
고객센터는 F 기둥에 있고.
적게 잡아도 100m는 분명히 넘을 거리를 왔다갔다 똥개 훈련을 한 거다.

가루다 항공 '진짜' 고객센터

나를 상대한 고객센터 직원에게서는 고객에게 예의바르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태도에서 느껴졌다.
다른 고객센터 직원들도 그런 걸로 보아, 고객센터 직원은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하는 것이 직무이지만, 다른 직원들은 아니어서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괜찮은 모양이다.(농담 아님)
내 자초지종을 들은 직원은 화물 담당 직원에게 연락을 했고, 내게는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30분 쯤 지나서 직원은 아주 난감하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 짐이 비행기에 실려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알려줬다.
좀더 분명히 확인하고자, 내 짐을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은 것인지 다른 짐을 잘못 내린 것인지 물었다.
직원은 내 짐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게 맞다.
비행기가 출발시간에 맞춰 출발했는데, 내 짐을 어떻게 찾아서 다시 꺼내 내릴 시간이 있었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정말 내 짐을 내렸다면, 내 짐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일 같은 시간 항공편으로 한국 갈 겁니다. 한국에서 내 트렁크를 찾을 수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어요. 나는 인니에 살고, 일단 집으로 돌아갈 거기 때문에 굳이 트렁크가 없어도 갈아 입을 옷 걱정은 없습니다."
내 말에, 이걸 어쩌나... 하는 직원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렇다면 잘 됐습니다. 한국의 저희 회사 직원에게 당신의 짐을 잘 맡아 두도록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한국에 가서 가루다 고객센터에 가서 짐을 찾으면 되는 것이냐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정도면 뭐 그럭저럭 잘 해결된 셈이다.
잘 해결됐으니, 그 뒤로도 택시 잡는데까지 또 한 20분을 걸어, 그날 하루에만 10km 이상은 걸은 것 정도는 별 거 아닌 일이다.
잡아 탄 Express 택시 기사가 목숨이 한 서른 여섯 개 정도 되는 양 미친듯이 총알 운전을 했다는 것 정도도 별 거 아닌 일이다. 
그러다가 막히는 구간에 들어서자 택시기사가 한 서른 여섯 시간 못잔 사람처럼 미친듯이 꾸벅꾸벅 졸면서 운전했다는 것 정도도 뭐 가벼운 에피소드일 거다.
나도 엄청 피곤했는데, 막히는 구간을 벗어나 다시 마구 밟으려는 운전기사 못졸게 하려고 별의 별 쓸데없는 말을 걸었던 건 좀 짜증나지만 뭐 괜찮았다.
비록 새벽 3시였지만, 어쨌든 몸 성히 살아 집에 돌아왔으니까.


다음날, 어제보다 1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고객센터에 갔다.
인니 행정 및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혹시라도 내 짐이 오늘 낮에 도착한 인천발 항공편으로 자카르타 공항에 돌아온 건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마냥 고객센터에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결과는 문자로 알려 달라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내 전화번호를 입력했고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별로 미덥진 않다.

어제보다 약간 더 일찍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대기장의 같은 카페에 앉아 기다렸다.
출발 시간 30분 쯤 전인 22시 45분, 방송이 나온다.

출발 상황을 알리는 스크린에 'GATE OPEN' 표시가 떴다.
지금은 'GATE OPEN'이라고 잘 표시 되어 있지만, 어제는 분명히 한국향 가루다 항공편만 계속 'ON SCHEDULE' 표시였다.
게이트에 가봤다.

내가 탑승할 게이트 쪽으로 줄이 늘어서 있어서 잠깐 식겁했다.

다행히, 같은 게이트를 사용하는 홍콩행 항공편 탑승 줄이었다. 


게이트 앞에 가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어제의 콧수염 직원이다.

그도 내가 반가웠는지 활짝 웃으며 악수까지 한다.

이렇게 앞으로도 시간 되면 게이트 앞으로 오라고 칭찬하며 가르치기까지 한다. ㅋㅋ

아직 오픈 안했냐 물었더니, 한 10분 늦을 거 같다고 한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고 하니, 자기가 챙기고 있을테니 걱정말라며 엄지를 척 세운다.


담배 두 대 피우고 느긋하게 돌아오니, 게이트에서는 1등석과 비즈니스석 탑승이 이미 끝나고 일반석 탑승이 진행되고 있었다.

콧수염 직원에게 가서, 씨익 웃으며 이제 고향에 갈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니, 콧수염 직원도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1등석, 비즈니스석 승객 때문에 일반석 승객들의 입장을 통제하고 있던 탑승구로 나를 먼저 들여 보내준다. ㅋㅋ

고맙다는 내게 그는 고향 잘 다녀오라고 했고, 나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시종일관 화내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랄까.


아, 비행기가 출발할 때까지, 고객센터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별일 없었으니 연락이 없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가루다 고객센터가 어디있는지 찾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냥 바로 공항 수화물 센터에 갔고, 내 트렁크는 예상대로 거기에 있었다.

트렁크를 찾아서 내용물 살펴보고 있으려니, 수화물 센터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묻는 걸 보니, 역시나 가루다에서는 내 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차피 아무도 안찾는 짐은 자연히 수화물 센터로 가게 되어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리자의 말을 들으니 연락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그냥 대충 뭉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관리자는, "원래 짐과 승객은 절대로 따로 가면 안되게 되어있다. 시스템에 에러가 있어서 다른 비행기에 실려 갈 수는 있어도, 사람이 안탔는데 짐만 가는 일은 못하게 되어있다."고 했다.

관리자의 얘기로 미심쩍었던 부분이 풀렸다.


합리적인 추론일뿐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1. 가루다는 정시 출발을 위해 승객이 탑승 대기장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출발해 버렸다.

비행기 출발 시간 5분 후에 도착했는데 이미 출발해버렸다는 건, 비행기에 실린 화물을 도로 내려서 내 짐을 찾아 내릴 생각도 안했다는 뜻이다.

정시 출발률은 항공사 평가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최근 들어 가루다는 세계 항공사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고 있다.

2018년 10월 집계에서도 가루다 항공은 90.4%로 정시 운항률 세계 5위를 차지했다.

그 이면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운영 방침이 있는데, 이 징도 비상식적인 일은 인니에서는 얼마든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2. 가루다의 탑승 게이트 직원들이나, 고객센터 직원들도 그런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적대적인 반응이나 난감한 반응들을 보였을 것이다.

3.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직원들이 보딩 타임이 지나도 아직 탑승하지 않은 승객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유는 고객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승객을 남겨두고 짐은 실은 채 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비행기에 실린 화물들을 다시 내려 승객의 짐을 찾느니, 승객을 찾는 편이 차라리 낫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정시 출발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때문이다.

4. 비행기를 놓쳤을 당시, 자카르타 공항 제3청사의 안내시스템에 인천향 가루다 항공편만 문제가 있었다.

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상황 알림 스크린에도 유독 가루다 항공 인천향만 표시가 사실과 달랐다.

다음날 같은 조건에서는 방송도 제대로 들렸고, 표시도 제대로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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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비행기 놓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었거든요.

비상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현실적으로 깨닫게 된 것도 좋은 일이지요.

보통은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어서 비상금까지 써야 할 경우는 겪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면세점을 두 번 가게 되어, 한 보루는 집에다 갖다 놓을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불쌍해서 그랬나, 비행기 놓쳐서 도로 나오는데 이민국 직원이나 세관원이나 내 짐에 별 신경 안쓰더만요.

담배 한 보루 들어 있는 비닐봉다리 덜렁덜렁 들고 나왔는데도요.


뭣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나 돈의 위력이었습니다.

비행기 놓쳤을 당시, 새 항공권 서너 장 살 만큼의 여유는 있었거든요.

생돈 나가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어쨌든 '정 안되면 새로 사지 뭐 ㅆㅂ'라고 생각하니 별로 쫄게 되지 않더라고요.

돈으로 거의 대부분을 살 수 있다는 건, 어지간한 착오나 실수를 메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벼랑에 몰려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감정 제어가 안되어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는 일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