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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안다란 바뚜까라스 Batukaras Pangandaran] 8/10. 라낭 동굴 Goa Lanang 가는 길

명랑쾌활 2018. 10. 22. 10:52

어젯밤 시켜 먹은, 무심한듯 의외로 맛있는 피자를 만든 끄다이 미니 바뚜까라스 Kedai Mini Batukaras 식당도 문을 닫았다.

<During Ramadhan 17 May - 17 June Open 15:00PM - 21:00PM> 라고 써붙어 있다. (24시간 표기를 하고 PM까지 붙여주는 과잉 친절 영어. ㅋㅋ)

상황을 보니 바뚜까라스 지역의 식당들도 금식기간 동안은 낮에 문을 열지 않는 모양이다.


숙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문을 연 곳이 두 군데 있다면서, 그 중 Beach Corner Cottage 를 알려 준다.


사진 오른편 맨 끝 집이다.

다른 곳들도 다 서퍼 상대의 가게들인데 영업하지 않는다.


대신 밖에서 잘 보이지 않게 발을 쳤다.


숙소 아주머니 얘기로는, 처음에는 서퍼들 상대로 영업을 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항의해서 닫았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서퍼들이 "우린 서핑을 하기 때문에 배가 고픈데 어쩌란 얘기냐" 라고 항의를 했고, 결국 길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위치라 잘 보이지 않는 곳 두 군데만 영업을 허용하는 대신, 바깥에 홍보는 하지 않고 조용히 장사하는 선에서 타협을 했다고 한다.

즉,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면 천상 쫄딱 굶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뭐 그래봐야 금식 기간 말고는 별로 필요 없는 정보다.


어젯밤 갔었던 Salt Cafe도 낮에는 영업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운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길 가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영업을 못하게 막은 게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거다.

'법적으로는' 근거가 없지만, 결국 그 마을에서 살려면 그 마을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문제는, 그 규칙이라는 게 문자로 분명히 명시된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실질적인 강제력이 있다는 점.


냉장고에 꽉꽉 채워진 맥주를 보니, 단순히 금식기간 점심 영업을 하는 것만이 장점은 아닌 가게인듯 하다.


되게 곤하게 잠을 자고 있던 서양인


바닷가 나무 그늘밑

바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아직 관광객 때가 덜 탄 지역답게 가격이 착하다.


외부 자본이 팍팍 들어와 깔끔한 건물에 삐까뻔쩍 인테리어 처바르게 되면, 그 본전 뽑기 위해 가격을 높여 받는 건 당연지사다.

어차피 관광객은 일부러 시간 내서 돈 쓰러 나돌아 댕기는 인간들이니, 몇 푼 더 들더라도 '이왕이면' 깔끔하고 좋은 곳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관광객은 점점 늘어나는데, 돈 팍팍 들인 외지인 가게만 점점 번창하고, 예전부터 있던 양심적인 가게의 현지인 가게들은 점점 허름해져 간다.

원래 다들 허름했다면 허름한 게 아니지만, 주변에 새로 단장한 가게들이 들어서면 허름한 게 된다.


나는 3천원 받았는데, 바로 옆에 새로 생긴 고급 레스토랑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메뉴를 1만원을 받고도 잘만 장사가 된다.

외국놈들 돈 많은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돈을 물쓰듯 쓸 줄이야.

그럼 나도 4~5천원은 받아도 되겠네.


하루하루 그럭저럭 살면 만족하던 사람들이라 적당히 제시했던 메뉴판의 가격들은, 이제 돈판에 점점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 주인들의 심리상태를 따라 널을 뛰기 시작한다.

돈이 굴러 다닌다는 소식에 인근 놈팽이들이 오기 시작한다.

농사든 직장이든 멀쩡히 자기 일을 가진 사람은 몸이 무겁지만, 놈팽이들은 가볍다.

이름이 알려지고, 그렇게 관광지로 '발전'되어 간다.

혹은, 되바라져 간다.


풍만한 가슴을 가진 아줌마 개가 스윽 오더니


몇 차례 눈빛 보내고는 그냥 엎드리더니


벌러덩 누워 버린다.

젖 상태로 보아 갖나은 강아지들이 있을듯.


점심을 든든히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보디 레프팅 Body Rafting (구명조끼 입고 물 따라 둥실둥실 내려오는 액티비티의 인니식 표현)을 해볼 참이다.

빵안다란 Pangandaran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그린 캐년 Green Canyon을 갈까, 근래 몇 년 사이 유명해진 찌뚜망 Citumang을 갈까 하다가, 최근 새로 알려지기 시작한 고아 라낭 슬라사리 Goa Lanang Selasari 를 가보기로 했다.


<사진 출처 : www.travelpangandaran.com>

고아 라낭의 심볼인 종유석.

지나치게 해맑게 좋아하는 표정으로 보아, 사진 속 여성분은 자연을 사랑하고, 특히 종유석을 참 좋아하시는 분인 것 같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뭘?), Goa는 동굴, Lanang은 '남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뭘?)


예전에 건넜던 출렁다리

이번엔 일행과 같이 타고 건넜는데, 중심이 자꾸 오른쪽으로 쏠려서 식겁했다.

튼튼하게 보강하느라 통행로 가운데 부분이 양쪽 가장자리보다 약간 볼록한 구조라 정중앙으로 얌전히 가야 하고, 한 번 가장자리로 쏠리게 되면 다시 중앙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안전망이라고 설치된 게 좀 굵은 철사라 오토바이 무게 버티는 데엔 큰 도움이 안된다.

거기에 뒤에 탄 일행이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두 배로 식겁했다. ㅠ_ㅠ

하도 식겁해서, 돌아올 때는 큰 길로 빙 돌아 왔다. ㄷㄷ


빵안다란 입구에는 청새치가 한 마리였는데, 군청이 있는 이 곳엔 세 마리다.

두 마리가 세워진 곳도 봤다.


읍내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는 곳은 길이 쾌적했다.


가끔 가다 느닷없이 활짝 펼쳐지는 풍경이 즐겁다


읍내에서 멀어지면서 도로 폭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도 새로 포장한지 얼마 안된 길인지 노면 상태는 좋았다.


여기도 잘 부스러지는 돌을 파냈던 흔적이 있다.

빵안다란 지역 대부분이 지질이 이런가 보다.


점점 길이 안좋아지기 시작한다.

건물 구조로 보아 입장료를 받을 용도로 지어진 곳 같다.

이런 곳이 방치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아니면 관광지가 쇠락했거나.


길 상태로 보아 후자인 것 같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길 너비로 보아, 현지인들만 찾아 왔던 관광지였던 모양이다.


경치는 좋다.


동굴이 형성되기 쉬운 지질인가 보다.


라낭 동굴 거의 다 와서 찍은 사진

경치가 좋아 사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 왼편에 보이는 동산 윗자락부터 보디 레프팅을 시작하며, 동굴도 동산 안에 있다고 한다.


라낭 동굴 보디래프팅을 운영하는 여행사 사무실(?)


전기나 들어올까 싶은 완전 시골집이다.


본업은 농사고 래프팅 운영은 부업인듯...


운영자인 야야 Yaya 아저씨를 만났다.

건기라 물이 무릎 높이 아래로 빠져서 레프팅은 못하고, 원한다면 물길을 걸어 동굴 트래킹은 할 수 있댄다. (그런 걸 원할리가 있냐... =_=)

아쉬운 마음에 정보만 수집했다.

보통 우기(11월~4월)에만 운영하는데, 가장 좋은 때는 연말연초 경이라고 한다.

래프팅 코스 길이는 대략 300m 가량이고, 시작지점까지 가는데 걸어서 30분, 끝나고 다시 사무실(?)까지 오는데 걸어서 30분 정도라고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총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30분을 저 수풀을 헤치고 걷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30분 거리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분초로 쪼개어 빡빡하게 살아가는 한국과 달리, 인니인들은 시간 개념이 느슨한 편이라 소요 시간 짐작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약속시간 10분 늦는다고 펄펄 뛰어 봐야 시간 계산을 잘하게 되는 법인데, 30분 ~ 1시간 늦는 정도는 그다지 큰 실례도 아닌 문화권이니...)

오는 길도 너무 험난했고, 래프팅 하려 왕복 1시간을 걸어야 한다니,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종유석을 애호하는 한 사람으로서, 라낭 동굴의 심볼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서 꼭 취하고 싶었던 포즈가 있는데, 참 아쉬운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