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로서 알려주는 경력직 면접 요령

명랑쾌활 2019. 2. 2. 10:24


예전에 신입들 입사 응시 서류 관련 팁이라며 적었던 글이 있었습니다. (http://choon666.tistory.com/706)


경력직에 대해서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경력직이라면 대부분 사회의 좆같은 험난한 풍파를 겪어왔기 때문에, 조언이랍시고 끄적이는 이 글이 굳이 필요할까 싶기는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소설 쓰고 자빠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있으니 적어보겠습니다.


경력직 입사 요령은 신입과 다릅니다. (당연한 얘기죠. ㅋ)

이력서와 자소서에 실질적으로 적을 내용이 있기 때문에 서류 작성에 필요한 팁이라고 할 건 별로 없겠습니다.

굳이 짚자면, 모집하는 분야의 실무에 관련된 서술을 간명하게 하면 되겠습니다.

경력은 없고, 그저 내세울 건 발전 가능성 밖에 없어서 소설을 써야 하는 신입과 달리, 경력직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만 보여주면 됩니다.

장래의 가능성을 보고 써먹으려면 물정 모르고 때 덜 탄 신입 데려다 어르고 굴려서, 자기 회사 방식이 빛이요 진리라고 세뇌 시키는 편이 낫겠지요.


경력직은 신입과 정반대로 절박한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신입의 절박함은 회사의 부조리를 감수할 수 있는 의욕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경력직의 절박함은 의구심에서 비롯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 십상입니다.

애초에 경력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왜 나오시는데요/나오셨는데요?'니까요.

(참고로, 신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왜 하필 우리 회사 들어 오겠다는 건데요?')

자칫하면 절박함은, 그 회사에서 (쫓겨)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욕은 드러내되, 절박해 보이지는 말아야 합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듯한 태도지요.

마치 나오고 말고는 내 선택이라는듯요.


이미 무직 상황이라면 절박함도 나쁘진 않습니다.

무직 상황인데 절박하지 않다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 거지요.

어차피 취직판이라는 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뻥카인지 의심을 깔고 시작하는 바닥인데, 의심을 살 요소는 하나라도 줄이는 게 좋습니다.

무직 상태라서 절박한 상황이라면 그것도 순순히 인정하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절박함을 어필하기 위해라고 해도, 최소한 처자식 파는 건 조심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제대로 된 사람이 면접관이라면, 거부감을 갖게 될 확률이 높거든요.

요컨데, '딱한 처지는 알겠지만, 뭐하시는 겁니까. 일 할 줄 아는 사람 찾는 거지, 사정 불쌍한 사람 구제하려는 게 아니예요.'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자칫, 처자식 문제 때문에 본의든 아니든 회사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까지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절박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스스로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거나, 절박함을 이용하려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전자는 회사가 절차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장래성이 없거나 잘릴 위험이 크고, 후자는 이용당하다 버림 받기 십상입니다.


면접관은 반드시 실무에 대한 질문을 할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건 당연한 얘기지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답하시는 게 좋습니다.

'정말 실무를 해봤는지' 드러낼 수 있는 실질적인 에피소드를 섞으면 더 좋습니다.

추상적 대답은 잘 모른다는 뜻입니다.

두리뭉술한 대답을 하느니 차라리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최소한 정직하다는 인상은 줄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동종 직무 경력자라도, 회사가 다르면 방식이 다릅니다.

그리고, 방식이 다르면, 맡았던 실무도 다른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모른다는 게 반드시 무능한 건 아닙니다.

다 안다는듯 얘기하는 게 오히려 비정상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서로 닳고 닳은 직장인입니다.

면접관이나 응시자나 프로라는 걸 '서로 인정'하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을 보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그러면 건방져 보이지 않는 여유로 나타나고, 자신감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제 글이 100% 맞지는 않을 겁니다.

백 개의 회사, 천 명의 면접관 관점이 다 다를테고, 저도 그 중 한 명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본인 마음가짐을 위의 내용처럼 가다듬어 본다면, 최소한 '뭐 이런 ㅄ이 다 있냐'는 취급은 받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