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 274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

여행기?/한국 2023.09.13

[한국 방문 2023] 3. 외국인 서울 관광

일요일 낮 한강공원, 아직 쌀쌀한데 사람이 다글다글 하다. 아내는 상당히 좋아했다. 수도를 가로지르는 강이 엄청 넓고, 깨끗하고, 강변도 깔끔하게 정리된 게 특별해 보인다나. 나로선 '아니 여길 왜 굳이 이렇게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 듬뿍 문어 듬뿍 왕타코야키는 맛있었다. 기념품 사러 남대문 시장도 갔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인니인들은 어디 여행 가서 기념품을 챙겨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풍습이 있다. 한류 기념품들을 파는 점포들을 때문에 할 수 없이 가긴 했는데, 확실히 시장은 나랑 정말 상극인가 보다. 5만원 어치를 사고 현찰로 계산하면서 웃으며 "깎아주시고 그러진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장사꾼 아주머니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요즘은 그냥 정찰제예요. 다 가격표 붙어 있잖아요..

여행기?/한국 2023.09.06

[한국 방문 2023] 2. 부산행

어쩌다 보니 부산은 한 번도 가본적 없다.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아내도 다음엔 모를까 이번 한국 방문에 부산 여행은 시큰둥 했다. 인니에서 인연이 있던 지인들 중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형님이 작년 크리스마스 날 돌아가셨다. 한국에서 치뤄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형님 모셔진 곳에 작별인사 드리러 가는 건 이번 한국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형님은 부산 사람이었고, 부산에 모셔졌다. 부산역 광장 한국 제2의 도시라 해서 상상했던 풍경과 매우 달라서 의외였다. 안양보다도 소박했다. 광장에서 뭔가 찍고 있다. 뮤직비디오 같다. 행인 통제하는 사람들이 야광조끼 입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태도로 유도하는 게 눈에 띈다. 예전엔 방송 찍는 게 뭔 벼슬이라도 되는 양, 후..

여행기?/한국 2023.08.30

[한국 방문 2023] 1. 아내의 첫 한국 방문

다시 5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아내와 함께다. 2019년 초, 관광비자가 거부되지 않았다면 아내는 진즉 한국을 가봤을터다. 직후 코로나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봉쇄됐다. 작년에 다시 한 번 신청한 관광비자가 받아들여졌다면 그때 방문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진국에 대해, 예전 미국이 개발도상국인 한국에 대했던 것보다 더 거만한 나라가 됐다. 주인니 한국대사관이 요구한 모든 서류 요건을 충족시켜 제출했지만, 가타부타 뚜렷한 사유도 없이 아내의 관광비자는 거부됐다. 혼인신고 전 한국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는 계획은 그렇게 무산됐었다. 그리고 처음 비자 신청을 했던 2019년으로부터 만 4년이 넘어, 아내는 드디어 그 대단하신 대한민국에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한국인의 배우..

여행기?/한국 2023.08.23

[한국 방문 2022] 3. 복귀

안양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치 섬처럼 혼자 허름했던 낡은 건물.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재개발이 늦어지는 건물인가 보다. 도로를 경계로 한 편은 신식 건물들이, 반대편은 몇 십 년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보행자 도로 한복판 전동 킥보드가 놓인 걸 자주 봤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전동 킥보드를 탄 고등학생이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 10여 미터 가다가 보행자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두고 학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버리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머뭇거리거나 주변 신경 쓰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수도 없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차라리 껄렁거리는 티라도 있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저 교복 입은 차림새가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었다. 평범한 학생, 여기저기 흔하..

여행기?/한국 2023.07.28

[한국 방문 2022] 2. 인니 촌놈

80대 배경에 등장할 만한 양옥집과 90년대에 급격히 늘어난 다세대 주택, 그리고 전봇대. 서울에 아직도 이런 풍경이 남아 있구나. 안양천변 배추밭. 멋지다. ㅋㅋ 나이트클럽과 캬바레 스탠드바였던 곳이 이제 러브 호텔이 됐다. 터가 그런 건가, 건물주 취향인가.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 남자 1명이 벤치에 앉아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개인의 욕구를 한층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된 거 같아 흡족하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인니인들의 닭고기 선호도가 매우 높다보니, 저렇게 장작구이나 전기구이 기계를 한국에서 수입해서 장사 시도해봤던 한국인들이 좀 있었다. 그 사람들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행기?/한국 2023.07.21

[한국 방문 2022] 1. 도착. 사랑니 발치.

3년 8개월 만에 한국 방문이다. 매년 한국에 가는데 갈 즈음에 국가 봉쇄가 시작됐고, 이런 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간다. 한국 정부가 입국시 PCR 테스트 의무 규정을 해제해서 별다른 과정 없이 출국 대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면, 엑스레이 신체 검사대를 통과할 적에 주머니 속 라이터로 다시 통과, 허리띠로 또 다시 통과하자 공항 시큐리티가 짜증이 났는지, 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압수했다. 따져 봐야 나만 손해다. "오오~ 라이터 1개는 휴대할 수 있는 걸로 알았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네요? 코로나 때문인가요?"라며 어벙한 표정으로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경비대원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안된다"라고만 한다. 공항 시큐리티는 완장찼다고 갑질하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이지 ..

여행기?/한국 2023.07.14

인니 지폐 도안에 나오는 자연 경관들

2016년도에 도안이 바뀐 인니 지폐 뒷면에 나오는 자연 경관들 위치 10만 루피아 지폐에 있는 자연 경관은 라자 암빳 Raja Ampat 입니다. 벳남의 하롱 베이처럼 수많은 섬과 암초로 구성된 군도입니다.자연 경관도 뛰어나지만, 다이빙과 스노클링 포인트로도 유명합니다.특히 다이빙 포인트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합니다.자카르타에서 멀리 떨어진만큼 여정도 만만치 않고 여행 경비 부담도 큰 편입니다.자카르타 출발 기준으로 비행 시간만 4시간에 가격은 편도 30~50만원으로 인근 동남아 국가로 해외 여행 가는 것보다 멀고 (자카르타-호치민 3시간 반 소요), 숙박비와 물가도 비싼 편입니다.그렇다 보니, 2~3일 설렁설렁 둘러보고 휴양하러 가기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곳입니다.저도 그래서 아직 엄두가..

[찌르본 Cirebon] 아삐따 리조트 까페 Apita Resort Cafe

찌르본 Cirebon 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200여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해안도시입니다.해안 지형, 자와섬 동서를 가로지르는 유료도로와 1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 인프라 조건, 자카르타와 스마랑 중간 위치 등등 '당연히' 항구가 있어야 할 입지지만, 결정적으로 수심이 낮아 작은 항구만 있습니다.대신 작은 새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새우젓 원료로 한국에 수출하기도 합니다.한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수십번을 갔었던, 제게는 좀 각별한 곳이기도 합니다. 찌르본에 있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갔었습니다.생긴지는 몇 년 됐는데 이래저래 미루다가, 문득 바람이나 쐴 겸 점심 먹으러 갔었네요.그 때가 대략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막 발생하고, 전세계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시기였..

보고르 자연사 박물관 Museum Biologi Bogor

보고르 자연사 박물관 Museum Biologi 은 보고르 시 한복판에 있는 보고르 식물원 Kebun Raya Bogor 구역 안, 남서쪽에 있습니다. 보고르 식물원 안에는 대통령궁도 있습니다.문재인 대통령도 방문했던 곳이지요.식물원이나 대통령궁은 별로 볼 거 없고요, 당일치기로 바람이나 쐴 겸 자연사 박물관만 둘러 보러 갔다 왔습니다....박물관도 별로 볼 건 없더군요. ㅋㅋ =========================================================== 보고르 식물원 정문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된다.자연사 박물관 입장료는 따로 없다. 이번에도 현지인 입장료를 냈다.혹시 외국인이냐고 물어볼 만도 한데 의심하는 기색이 아예 없다. ㅋㅋ 입장료는 현지인 15,000 루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