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33

다혈질 - 진짜와 가짜 구별법

"네가 좀 이해해. 내가 좀 다혈질이잖아."소위 다혈질이라는 사람이 실컷 버럭버럭 화 내놓고,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변명입니다.'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니 이건 사과도 아닙니다. 진짜 다혈질과 가짜 다혈질의 구별법을 얘기하기 전에 둘의 구분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진짜 다혈질은 자신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가짜는 통제하지 '않는' 사람입니다.구분 기준이 확실하면 구별도 쉽습니다. 화가 나면 상대가 선생님이든 담당 교수든 군대 고참이든 직장 상사나 심지어 사장이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다혈질 맞습니다.그런 사람이 하는 사과 아닌 사과, '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는 받아 들일만 합니다.자기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 상황에도 그럴 정도로 통제가 안된..

단상 2019.10.14

충분히 자고 알람 없이 깨어 일어나는 게 적정 수면시간

전 제가 저녁형 인간인줄 알았습니다.자정 전에 자는 일이 드물었지요.나이 들면서 점점 하루 종일 찌부둥 하고 업무가 힘에 부쳐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그러다 어떤 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난다"라는 대답을 하는 걸 듣고 깨달음(?) 같은 게 왔습니다.그 후로 밤 8시든 9시든 10시든, 심지어 저녁 7시라도 졸음이 온다 싶으면 애써 버티려 하지 않고 잤습니다.그리고 4시든 5시든 눈 떠지면 일어나서, 출근 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원래는 밤에 잠 안자고 했을 것들을 했지요.정말 좋더만요. 알람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잘만큼 자고 깨면 일어났을 때의 그 개운함이란...수면 시간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릅니다.10시간 잘..

단상 2019.10.11

타고난 성품과 후천적 가정교육

"나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은 엄마가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 다 했어. 나나 형이나 그런 거 하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고. 아, 자고 일어나서 이불 안개면 그건 좀 뭐라고 한 소리 들었다. 옷 벗어서 아무데나 두지 말라는 소리도 좀 들었고. 그래서 난 집안일 같은 거 할 줄 몰라. 태어나서 그런 거 해본 적도 없고. 그 건 원래 주부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 대신 나는 밖에 나가서 돈 벌어 오잖아." "나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은 엄마가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 다 했어. 나나 형이나 그런 거 하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고. 아, 자고 일어나서 이불 안개면 그건 좀 뭐라고 한 소리 들었다. 옷 벗어서 아무데나 두지 말라는 소리도 좀 들었고. 근데 어른 돼서 아직도 그렇게 하고 사시는 엄마 보니까, 와 씨발 이건 ..

단상 2019.09.30

솔직히 편하기로 따지면 인니에서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한국의 경제수준이 인니보다 발전한 건 사실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즐겨 말하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더 향상된 삶을 살고 있는 나라지요.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한국에서의 삶이 인니보다 편하던가요? 절대 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스스로 요리하고, 집청소를 합니다.인건비가 비싸니까요.쓰레기도 몸소 알뜰살뜰 분리해서 버립니다.재활용이 안되는 쓰레기는 봉투를 사서 넣어 버려야 하니까요.어지간히 덥지 않으면 에어컨도 안켭니다.전기요금 아껴야죠.어지간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기름값이나 주차비도 비싸서요.개인 운전기사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요.커피숖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셀프라는 건, 이젠 따로 안내문도 써붙여 놓지 않아요.뭐 하나 만만한 게 없으니, 매사 가성비를 계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머리를 씁니..

단상 2019.09.27

한국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고마운 일 아닐까요?

어차피 돈 벌자고 장사하는 겁니다.'이역만리 타지에 나와 고생하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자선 사업 하는 거 아닙니다.장사에 마진은 당연한 거고, 마진은 장사하는 사람이 고민할 일입니다.식당 원가 따지는 건 양아치 짓이지요.대기업이 하청 납품 원가 속속들이 알고 단가 후려치는 거나 똑같은 겁니다.차라리 대기업은 어느 정도 선의 매출을 보장하기라도 하지요.수 틀리면 안가고, 기분 나쁘다고 안가고, 다른 가게 생겼다고 안가는 게 식당 손님이잖아요.비싸게 느껴지면 안가면 그만입니다. 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걸 파는 가게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요.손님이야 자기 일로 바쁘게 살다가, 한 주 만에, 한 달 만에 불현듯 먹고 싶어서 가게 찾아가 한두 시간 먹고 가면 그만입니다.하지만, 그 가게는 손님..

단상 2019.06.07

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

살다 보면 시답지도 않은 인간 쓰레기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신경 끊는 건,살아오면서 세상 이런 저런 사람 만나다 보니 마음이 넓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증오에도 에너지가 소모되거든. 젊었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니까 그만큼 감정도 세게 폭발하는 거고, 그래서 참기 힘든 거야.늙어서 둥굴어지고 현명해지니까 잘 참는 게 아냐.애초에 에너지가 많지 않다보니 감정도 그리 강렬하지 않은 거고, 그래서 참기 쉬운 거야.성욕이랑 비슷한 거지. 제대로 인간 쓰레기라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면 돼.꽤 많이 겪어 봤는데, 격렬한 증오는 부질없더라고.그보다는 그냥 기억에서 지우는 편이 더 쉽고, 효율적이더라고.늙어서 좋은 점이라고나 할까, 나이 먹으면 기억을 잘 못하고 자꾸 까..

단상 2019.06.03

차량공유(카풀)에 대한 생각

인니 거주 초기 시절, 자카르타 근교 데뽁 Depok 이라는 곳에 살았습니다.어느날 자카르타에 나가려고 택시를 잡아 타는데, 택시 문을 열고 기사에게 "블록 엠 가요?"하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습니다.한국 버릇이 나온 거지요. ㅋ택시기사도 당황한 얼굴이 볼 만하더군요.'이 외국놈이 지금 뭐하는 짓인가...' 영락없이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인니는에서는 일단 택시에 타고 나서 행선지 얘기하는 게 보통입니다.승차거부가 없는 게 너무 당연하거든요.물론 서울에서 부산 가자는 등 아주 심한 경우라면 아주 정중하게 거절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거기까지는 못갑니다.'라고 하지 않고, '교대 시간이라 차량 본부에 가야해서 안된다'라는 식으로 다른 핑계를 대며 거절합니다.그외에는 돌아오는 손님을 찾기 어려운 행선지를 가자고..

단상 2019.05.13

욕망하지 않는다면 결핍도 없다

빠 오가 Pak Ogah 에게 줄 동전 문제 때문에 잔돈을 신경쓰게 됐습니다. * 빠 오가 : 유턴이나 우회전 등을 돕고 수고비를 받는 사람. http://choon666.tistory.com/730 참조예전엔 식당에서 잔돈 정도는 서빙 직원들 팁으로 놓고 나왔는데요.운전기사가 알아서 해결했으니 잔돈 신경 쓸 필요가 없었거든요.이젠 제가 직접 몰고 다니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거스름돈이 올려진 계산판에서 동전을 주섬주섬 줍자니, 스트레스가 밀려옵니다.그 계산판에 5천 루피아짜리 지폐를 올려 놓으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원래는 지폐는 챙기고 동전은 냅뒀거든요.그렇게 챙긴 동전은 수요량에 비해 턱도 없습니다.자질구레 자주 사지 않고, 한 번에 쇼핑을 하는 외국인 특성 상 잔돈이 들어올..

단상 2019.05.06

나도 그렇게 같잖아 보였을까?

갑인 거래처의 서른도 안된 신입직원의 눈빛이 참 좋다.봉제업계가 워낙 센 사람들만 살아남는 거친 판이다 보니, 직장상사가 얕보이지 말라고 단단히 잡도리를 했을 거다.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주어진 업무를 자기 인생이라도 걸린듯 아등바등 하며, 회사에서의 위치가 곧 자기 자신의 위치라도 된 듯, 충성심으로 불타 오르고 있다.한국과 달리 부하직원들을 통솔하는 관리자 역할이 시작부터 주어지다 보니, 어깨가 무거워져서 그런지 상체가 점점 뒤로 젖혀지고 있다.관리자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부하직원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지 않는 태도에 익숙해졌는지,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수습 기간 3개월까지 합쳐, 갓입사한지 이제 5개월된 신입직원이.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다.몸담은 조직..

단상 2019.04.22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

어렸을 적부터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딱히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의 것 빼앗아서 득보려고 한 적은 없는데도 그랬다.하지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버버~ 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정도 머리가 여물고, 입도 제법 잘 놀리게 되고 나서는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줄기차게 항변을 했었다.남이 피해 보든 말든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기주의자고, 나는 남에게 피해 안끼치는 한도 안에서 남 신경 안쓰고 자기식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개인주의자라고.구구절절 옳은 소리니 딱히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납득하는 반응 따위는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웃으며 끄덕이는 표정 너머로 '아유~ 그 새끼 친구 말은 참 잘하네~' 하는 듯한 눈빛은 종종 봤다. 세상 물정 좀 알 나이가 되어서야..

단상 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