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Moni 4

[Flores Indonesia] 16/18. Moni -> Ende, Soekarno 유배지

아침 6시 30분,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숙소가 정동향이고 앞이 탁 트인터라, 거의 수평으로 날아와 때린다. 숙소에 사는 고양이가 새끼 한 마리와 볕을 즐기고 있다. 경계의 눈빛을 보냈지만 내가 딱히 신경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이내 앞다리에 턱을 괴고 잠을 청한다. 뭐 속으로야 덥썩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지만, 내 좋은대로 하자고 녀석들의 잔잔한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다. 살짝 온기가 도는 볕과 차갑고 신선한 새벽 공기가 좋다. 7시 쯤 되자 햇살이 벌써 따갑다.그늘로 피하려 안에 들어가 방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글을 끄적인다. 한참 끄적이다 문득 고개를 드니 어미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고 없고, 새끼는 내 쪽으로 좀더 다가와 의자 밑에서 잠을 청하고 있..

[Flores Indonesia] 15/18. Kelimutu를 뒤로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나머지 호수 한 곳을 보지 않을 수 없겠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아까 운좋느니 감사한다느니 했던 아름다운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고, '아 좆됐구나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사람 마음의 간사함은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제법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이 있으니, 내장이 짧은 사람도 걱정 없겠다. 이미 오후 4시 50분, 노점상도 철수해서 텅빈 길을 원숭이가 지나 다닌다. 원래는 이렇게 노점상이 있다.세계 테마기행 촬영팀은 내가 온 다음 날 오전에 이곳에 온 것으로 보인다. 자막 내용은 여기서 먹을 거 사서 원숭이 줘도 된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먹을 거 주지 말라고 한다.관광객이 주는 먹을 거에 원숭이들이 익숙해져서, 관광객이 안주면 ..

[Flores Indonesia] 14/18. 마침내 끌리무뚜 Kelimutu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 방 타일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열을 식힌다. 숙소 지대가 좀 높기 때문에, 문만 열어 놓으면 방바닥에 누워서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대여를 부탁한 오토바이는 이미 숙소 앞마당에 세워져 있었다.방바닥을 뒹굴거리며 끌리무뚜 Kelimutu 에 갈까말까 고민했다.주인 아주머니는 오늘은 더우니 내일 가라고 했지만, 내 촉은 자꾸 지금 가라고 한다.산간 지역인 루뗑 Ruteng 과 바자와 Bajawa 에서도 매일 낮시간에 비가 한 차례 왔었는데, 이곳도 그럴 거 같았다.오늘은 날씨가 꽤 좋은 편이고, 시간도 이미 4시에 가까워져 그리 덥지 않을 거다.일반 승합차로 편하게 와서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다.'일단 가봐서 너무 더우면 내일 다시 가면 되고, 경치 좋으면 내일 또 가면 되..

[Flores Indonesia] 13/18. Bajawa - Moni

어제 밤 9시 이전에 잠들어, 새벽 5시 30분에 눈을 떴다.양껏 푹 쉬어서 개운하다.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온 거 같다. 모니 Moni 까지 태워줄 기사 마르셀 Marsel 씨는 벌써 일어나 매니저 아저씨와 담소 중이었다.그도 어제 저녁 도착하여 숙소에서 묵었다.매니저 아저씨와 정말 친구가 맞는 거 같다.인니어로 뜨만 Teman 은 '친구'라는 뜻이긴 한데, 뜻이 광범위하다.아주 가까운 친구뿐만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에게도 쓰기 때문에, 한국인이 헷갈리기 쉽다. 8시 20분 모니로 출발 나와 일행 말고, 마르셀 씨의 사촌 동생도 동행한다.그는 엔데 Ende 대학교 학생인데, 고향집에 왔다가 엔데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마르셀 씨는 메인도로가 막힌다며 초반 구간은 뒷길을 통해 갔다. 왕복 1.5차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