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 포장 박스에 담겨온 미디엄 피자를 먹으며...
버터플라이 이펙트같은 거창한 연쇄적 꼬임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우연이 겹쳐 실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일은 제법 흔한 일이다. 가령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피자 미디엄을 시켰다. 혼자 먹기엔 한두 쪽 정도 버거운 양이다. 피자는 라지 포장박스에 담겨져 배달됐다. 그날따라 피자가게의 미디엄 피자 포장 박스가 떨어졌댄다. 시킨 사람은 음, 그렇구나 하고 먹는다. 다 먹은 피자판으 내놓는다. 친구가 그 피자판을 봤다. 이야, 돼지새끼. 라지 한 판을 혼자 다 먹나? 라고 묘한 눈빛으로 본다. 그 눈빛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지만 해명하기 애매하다. 분명 변명으로 생각할 거다. 아니 내가 뭐랬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뭘 설명하고 그래? 이해해. 그거 해명하려고 피자집까지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