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책임 회피 2

무책임한 믿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하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훌륭한 사람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수술비 안내면 죽는데, 수술비로 충분할 만큼의 남의 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식 죽게 두는 사람이 여전히 훌륭한 사람일까? 소위 '좋은 사람'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거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에 대한 불신은 그럴 당위성이 있다..

단상 2024.02.23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2. 평판의 허상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실화다. 김전무는 해외지사의 법인장으로 발령 나왔다. 본사 대표이사였다가 나왔으므로 사실 상 좌천이다. 기분이 좋을리 없다. 김전무의 역할 중 하나는 생산 정상화였다. 회사는, 회사가 소규모일 때부터 생산 영업 안해본게 없는 김전무의 경험을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한 사람에게 생산 관리라니, 권위로 똘똘 뭉친 김전무에게는 모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생산 현장을 현지의 한국인 관리자에게 맡겨 두고 방치해 버렸다. 해외에 가족들을 데리고 나온 김전무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가족과의 외식이나 여행에 사용된 돈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현지에서는 법인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

단상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