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인생 3

삶의 의미고 나발이고

당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태어났다면, 기쁜 감정이 들까, 불쾌한 감정이 들까. 당신이 의도에 의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은 별다른 목적 없이 태어났다. 어디 써먹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 거대한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생을 허무하게 느낀다고 한다. 희생자 중엔 평소 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생존자 중에 나쁜 사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을테고. 생사를 가른 이유가 체력이나 기민한 판단력이 아닌, 그저 운이다. 내가 살아 남은 건 착한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침 이 곳에 있어서다. 의도가 없는 죽음이란 건 그래서 무자비하다. '무슨 짓을 했기 때문에' 당하는 죽음이 차라리 인간적이다. 인간이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

단상 2024.01.19

그 두 사람 이야기의 끝

https://choon666.tistory.com/966 에서 4년의 터울을 건너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선배형이 갑작스럽게 귀국했다. 이미 귀국하고 나서 연락을 해와서 알게 된 거라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2022년 12월 6일일 거다. 기력이 없긴 했지만, 덤덤한 말투로 사업 마무리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인니에서 평생 살기를 바랐다. 뒤늦게 발견된 대장암 말기, 다니던 회사에서 한국 본사로 발령내주고 치료도 지원한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항암치료를 받느라 한달에 한 번 한국을 왕복하면서까지 인니에 있으려 했다. 6차까지 받으며 점차 호전되고 있다는 검사 결과에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간까지 전이되어 버렸다. 더 지체하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될까 서둘러 떠났다고..

소오~설 2023.11.24

삶에 꼭 의미가 필요할까?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양 굳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누군가의 반려자,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 스스로 찾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억지로 갖다 붙여서라도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우주가 보기에 인간과 들꽃이 뭐 그리 대단한 차이가 있을까 사는데 의미가 반드시 있어야 할까 없어도 지장 없다면 없으면 큰일 나는 양 결핍의 강박을 느끼는 건 자해일 뿐이다 산골짜기 외진 곳 이름 모를 들꽃은 굳이 의미가 없어도 별탈 없이 피고 진다 있어도 괜찮고 그딴 거 없어도 괜찮다

단상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