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오해 5

개떡의 적반하장

"니가 그랬잖아.""내가 언제 그랬어?"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 흔히 벌어지는 말다툼이다.발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모호한 표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은 모호한 표현을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 쓴다.가령 '그 사람 깔끔한 편이야'라는 표현을 예로 들자면...말한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깔끔한 정도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그런데 여기서 '깔끔하다'는 건 모호한 표현이다.1부터 10까지의 레벨로 나눠진 정확한 기준 따위는 없는, 상대적 표현일 뿐이다.내가 봐서 깔끔하면 깔끔한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 기준으로 말해야 한다.말하는 사람이 '그 사람'과 듣는 사람의 양쪽을 알고 있으니, 듣는 사람의 기..

단상 2020.11.18

서비스업의 "도와 드립니다"라는 표현에 대한 단상

서비스업은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1차 산업과 2차 산업에 속하지 않는 모든 산업이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니까요.요즘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것들도 사실 대부분 서비스업의 연장입니다.전 그중에서도 대행업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2015년 중순경, 인니 최대 한인 커뮤니티인 인도웹이 달아올랐던 일이 있었습니다.모 비자업무 대행업체와 의뢰인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크게 한 판 붙었는데, 인도웹 회원들도 대거 양쪽 진영에 참전하면서 사태가 커졌던 사건이었죠.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해서 진흙탕에 신나게 구른 덕에 인도웹에서 알아주는 또라이로 이름을 날리게 됐고요. ㅋㅋ대행업체와 아무 관계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대행업체를 옹호하거나 반대편을 비난하고 조롱한 댓글들 중 일부가 대행업체 ..

단상 2020.09.28

[언어로 인한 생각의 전환] 02. mengerti 와 paham

mengerti 와 paham 둘 다 '이해하다', '알다'라는 뜻이지만 차이가 있다.mengerti 는 '(무슨 말인지는) 이해한다'라는 뜻이고, paham 은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다'라는 뜻이다.mengerti 는 '(동의는 하지 않지만) 이해한다'라는 뜻이고, paham 은 '납득하고 받아 들인다'는 뜻이다.영어로 따지면 understand 와 get 의 차이 정도 되겠다. 물론 한국어도 세분화한 표현이 있지만, 보통 구어체에서는 혼용해서 쓰기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반면, 인니어에서는 두 단어를 확실히 구분해서 쓰는 편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던가.저 쪽 입장도 이해한다고 하면, 너 지금 저쪽 편 두둔하는 거냐고 한다고 벌컥 ..

라지 포장 박스에 담겨온 미디엄 피자를 먹으며...

버터플라이 이펙트같은 거창한 연쇄적 꼬임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우연이 겹쳐 실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일은 제법 흔한 일이다. 가령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피자 미디엄을 시켰다. 혼자 먹기엔 한두 쪽 정도 버거운 양이다. 피자는 라지 포장박스에 담겨져 배달됐다. 그날따라 피자가게의 미디엄 피자 포장 박스가 떨어졌댄다. 시킨 사람은 음, 그렇구나 하고 먹는다. 다 먹은 피자판으 내놓는다. 친구가 그 피자판을 봤다. 이야, 돼지새끼. 라지 한 판을 혼자 다 먹나? 라고 묘한 눈빛으로 본다. 그 눈빛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지만 해명하기 애매하다. 분명 변명으로 생각할 거다. 아니 내가 뭐랬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뭘 설명하고 그래? 이해해. 그거 해명하려고 피자집까지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친..

단상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