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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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고 나발이고

당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태어났다면, 기쁜 감정이 들까, 불쾌한 감정이 들까. 당신이 의도에 의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은 별다른 목적 없이 태어났다. 어디 써먹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 거대한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생을 허무하게 느낀다고 한다. 희생자 중엔 평소 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생존자 중에 나쁜 사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을테고. 생사를 가른 이유가 체력이나 기민한 판단력이 아닌, 그저 운이다. 내가 살아 남은 건 착한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침 이 곳에 있어서다. 의도가 없는 죽음이란 건 그래서 무자비하다. '무슨 짓을 했기 때문에' 당하는 죽음이 차라리 인간적이다. 인간이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

단상 2024.01.19

삶에 꼭 의미가 필요할까?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양 굳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누군가의 반려자,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 스스로 찾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억지로 갖다 붙여서라도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우주가 보기에 인간과 들꽃이 뭐 그리 대단한 차이가 있을까 사는데 의미가 반드시 있어야 할까 없어도 지장 없다면 없으면 큰일 나는 양 결핍의 강박을 느끼는 건 자해일 뿐이다 산골짜기 외진 곳 이름 모를 들꽃은 굳이 의미가 없어도 별탈 없이 피고 진다 있어도 괜찮고 그딴 거 없어도 괜찮다

단상 2021.03.22

죽을듯이 징징거려야 챙겨준다

아기가 배고프다 젖을 달라고 방글방글 웃으며 귀염 떠는 걸 상상해 보자. 비현실적이다. 애가 배가 고프면 때와 상황 가리지 않고 빽빽 지랄지랄 우는 게 정상이다. 좋게 좋게 웃는 낯으로 월급 올려달라고 해봐야 소용 업는 게 바로 그런 거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짜든, 아니면 관두겠다고 협박을 하든, 욕망을 곧이 곧대로 드러내라. 그 좆도 아닌 이미지 관리 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어필해라. 그러면 반응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고 잘라 버리든, 진지하게 반영을 하든. 울지 않으면 젖 안준다. 그 대단하고 찬란하신 모성애로 무장한 엄마도 애가 배고픈 거 같이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애새끼는 체면 차리지 않고 울어 재낀다.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 좋게 좋게 웃으며 달라고 하면 엄마가 ..

단상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