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믿음 3

무책임한 믿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하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훌륭한 사람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수술비 안내면 죽는데, 수술비로 충분할 만큼의 남의 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식 죽게 두는 사람이 여전히 훌륭한 사람일까? 소위 '좋은 사람'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거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에 대한 불신은 그럴 당위성이 있다..

단상 2024.02.23

맹신의 행복

믿으세요.믿으면 편해요. 자식이 반 친구를 잔인하게 왕따 시킨다는 소문을 들었군요.믿지 마세요.내 자식이 그럴리 없잖아요?자식을 믿으세요.믿으면 편해요. 내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난대요.믿지 마세요.내 남친이 그럴리 없잖아요? 내 남편이, 내 부인이, 내 직장동료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그럴리가 없잖아요.믿으세요.믿으면 편해요. 혹시 배신을 당한다면 믿었던 자신을 자책하지 말아요.배신한 상대를 탓하세요.그러면 편해져요.배신한 상대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어서 탓하기 힘들다고요?그러면 그의 주변사람을 하나 택해서 그 사람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탓하세요.그러면 편해져요. 당신은 아무 죄 없잖아요.그저 당신에게 죄가 있다면, 누군가를 믿은 죄 밖에 없잖아요?믿음이 무슨 죄인가요.당신..

단상 2020.05.29

불신자에 대한 벌은 신의 소관이니까 댁은 신경 끄시죠?

당신에게 뭔가 좋은 게 있으니까 율법을 따르는 거 아닙니까.당신의 신이 잘했다며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든, 벌을 면제해주든, 천국에 보내주든 말예요.설마, 그야말로 아무 대가 없이 그냥 당신 괴로우라고 율법을 그렇게 정한 건 아닐 거잖아요. 그럼 당신은 당신 종교의 율법을 지키지 않는 내게 화를 낼 게 아니라 측은해 해야 하지 않아요?당신이 지키는 걸 난 지키지 않았으니, 벌을 받거나 상을 못받을테니까요.내 불신에 대한 벌이 있다면 그 건 당신의 신 소관이니, 당신은 신경 끄시죠?정 신경 쓰이면, 화를 낼 게 아니라 위로를 하시던가.

단상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