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누명 2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2. 평판의 허상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실화다. 김전무는 해외지사의 법인장으로 발령 나왔다. 본사 대표이사였다가 나왔으므로 사실 상 좌천이다. 기분이 좋을리 없다. 김전무의 역할 중 하나는 생산 정상화였다. 회사는, 회사가 소규모일 때부터 생산 영업 안해본게 없는 김전무의 경험을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한 사람에게 생산 관리라니, 권위로 똘똘 뭉친 김전무에게는 모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생산 현장을 현지의 한국인 관리자에게 맡겨 두고 방치해 버렸다. 해외에 가족들을 데리고 나온 김전무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가족과의 외식이나 여행에 사용된 돈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현지에서는 법인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

단상 2014.10.09

라지 포장 박스에 담겨온 미디엄 피자를 먹으며...

버터플라이 이펙트같은 거창한 연쇄적 꼬임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우연이 겹쳐 실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일은 제법 흔한 일이다. 가령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피자 미디엄을 시켰다. 혼자 먹기엔 한두 쪽 정도 버거운 양이다. 피자는 라지 포장박스에 담겨져 배달됐다. 그날따라 피자가게의 미디엄 피자 포장 박스가 떨어졌댄다. 시킨 사람은 음, 그렇구나 하고 먹는다. 다 먹은 피자판으 내놓는다. 친구가 그 피자판을 봤다. 이야, 돼지새끼. 라지 한 판을 혼자 다 먹나? 라고 묘한 눈빛으로 본다. 그 눈빛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지만 해명하기 애매하다. 분명 변명으로 생각할 거다. 아니 내가 뭐랬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뭘 설명하고 그래? 이해해. 그거 해명하려고 피자집까지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친..

단상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