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노조 4

인니의 연합 노조 = 비즈니스

인니의 연합 노조는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과 같은 비장함이나 자기 희생, 정의감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건 철저한 비즈니스입니다. 회사와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요청하는 노동자가 찾아 오면, 어서옵쇼~ 열성적으로 고객맞이를 합니다. 세미나실을 제공하고 교육을 제공한다거나 단합대회도 지원하며, 고객 유치에 공을 들입니다. 금속조노, 섬유노조 등등 분야는 따로 있지만, 자기들 산업 분야와 아예 상관 없는 업종의 가입도 받아줍니다. 그렇게 해서 회원으로 받게 되면, 조합원 회비를 짜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입원들에게 다른 미가입 직직 동료들이 가입하도록 포섭하기를 독려합니다. 이를 위해 포섭 요령도 가르쳐 줍니다. 근무시간에 노조 가입을 권하면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으니, 화장실에서 하라던가 하는 식이..

그래도 되니까

인니 살면서 이런 인간 흔히 본다. 특히 20대 후반 ~ 30대 초반, 소위 사회 초년생이라는 청년들의 변화는 드라마틱 하다. 갑질의 천국인 한국의 사회 구조 상, 청년들 대부분은 갑질의 피해자 입장이다. 하지만 인니의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신입이라도 현지인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선다. 그리고 어느새 자기 직장 상사, 사장의 사상에 경도되어 현지인들을 하등한 인간 보듯 한다. 개설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어느 청년의 블로그에 그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초기 포스팅에는 임금 착취하는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논조였으나, 언젠가부터 답답하고 근시안적인 현지인 근로자를 비난하는 시각이 글에 드러난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단상 2021.05.13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2. 평판의 허상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실화다. 김전무는 해외지사의 법인장으로 발령 나왔다. 본사 대표이사였다가 나왔으므로 사실 상 좌천이다. 기분이 좋을리 없다. 김전무의 역할 중 하나는 생산 정상화였다. 회사는, 회사가 소규모일 때부터 생산 영업 안해본게 없는 김전무의 경험을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한 사람에게 생산 관리라니, 권위로 똘똘 뭉친 김전무에게는 모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생산 현장을 현지의 한국인 관리자에게 맡겨 두고 방치해 버렸다. 해외에 가족들을 데리고 나온 김전무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가족과의 외식이나 여행에 사용된 돈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현지에서는 법인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

단상 2014.10.09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8. 생산성과 급여 - 닭과 달걀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사장이나 간부들(때로는 중간간부들도)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말들이 있다. "니가 일을 똑바로 해봐라, 월급 안올려 주나." "니가 회사에 천만원은 벌어다 줘야 니 백만원 월급값 하는 거야." 한편으로는 이런 항변도 있다. "월급을 많이 줘봐요. 미친듯이 하지." 그래서 흔히들, 생산성과 급여는 닭과 달걀의 관계라고들 생각한다. 생산성이 올라가야 월급을 올려주는게 맞는가, 월급이 올라가면 생산성도 올라가는건가. 딱 잘라 말해, 절대 닭과 달걀이 아니다. 어느 쪽이 먼저냐는 담론은 동등한 순환 관계일 때나 성립하는 것이다. 회사는 사용자이므로 선택권이 있지만, 피고용인인 직원에게는 없다. 동등하지..

단상 2014.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