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강요 4

뭘 자꾸 하려는 게 문제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뭘 자꾸 해주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 꽃다발이라던가, 맛집이라던가, 사람 많은 곳에서 공개 프로포즈라던가. 좋아하면 다행인데, 싫어하면 역효과다. 몰라준다고 섭섭해하기도 한다. 뭘 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내 생각에 좋은 걸' 상대하게 강요하는 꼴이 된다. 부모가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면서 강요하면 자식은 진저리를 친다. 자식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입맛이 없는 손자에게 억지로 밥 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손자 입장에선 참고 받아줘야 할 강요다. 손자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만, 사실 그저 할머니의 만족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건 온전한 배려다. 뭘 한다는 건 ..

단상 2024.03.08

곤란한 부탁을 받았을 때

"생각할 시간을 달라." 사정은 잘 알겠는데... 무슨 얘긴지 알겠는데... 구구절절 어색하게 이런 저런 말 주워섬길 필요 없다. 그냥 일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고서 거절할 방법을 찾든, 들어줄 방법을 찾든, 다른 방법을 찾는다. 상대도 당신이 곤란해할 부탁이란 거 안다. 고민을 거듭하다 부탁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들어줄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부탁 받는 당신도 들어줄지 고민할 시간을 갖는 게 당연하다. 보신하라는 게 아니라. 그저 당신 입장이 그렇다. 한쪽만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부탁은 부탁이 아니다. 상대의 부탁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보다, 서로를 위해 더 나은 길이 있을 수도 있다. 당신도 사정이 있어서 전부 들어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 게 당신 입장이다. 상대가 즉답..

단상 2024.01.26

역지사지의 폭력

당신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 강요하는 건 폭력입니다. 당신이 괜찮은 것이 남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축구를 보며 느끼는 재미를 상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상대가 피규어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당신은 역시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세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그냥 존중하세요. 역지사지는 그 다음입니다.

단상 2021.08.23

모성을 신성화 하지 마세요.

모성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모든 엄마는 대단하다'는 주장이 종종 보이길레 몇 자 적어봅니다. 모든 엄마가 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그래서 대단한 엄마가 더욱 대단한 겁니다.모성을 일반화 하지도 말고 신성화 하지도 마세요.엄마라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속박이 될 수 있습니다.대부분의 자식넘들이 엄마의 희생을 찬양하면서도 당연시 합니다.'엄마라는' 이유로요."엄마가 뭐 그래?", "엄마라는 사람이 저럴 수 있나?"이런 싸가지 없는 말들이 다 모성의 신성화, 혹은 일반화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모성은 '세상 모든 것보다,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도 자식이 우선'인 마음이잖아요.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행태가 모성에서 나왔다면 어떨까요?여전히 신성화 할 겁니까?잘못된 모성이라고 깎아 내릴 거라면, 신성하다는 주장이 우습..

단상 2017.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