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강박 3

삶의 의미고 나발이고

당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태어났다면, 기쁜 감정이 들까, 불쾌한 감정이 들까. 당신이 의도에 의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은 별다른 목적 없이 태어났다. 어디 써먹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 거대한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생을 허무하게 느낀다고 한다. 희생자 중엔 평소 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생존자 중에 나쁜 사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을테고. 생사를 가른 이유가 체력이나 기민한 판단력이 아닌, 그저 운이다. 내가 살아 남은 건 착한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침 이 곳에 있어서다. 의도가 없는 죽음이란 건 그래서 무자비하다. '무슨 짓을 했기 때문에' 당하는 죽음이 차라리 인간적이다. 인간이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

단상 2024.01.19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가끔 내 맘대로 하는 것도 필요해요.

인간은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기적인 본성이 있어요.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를 굳이 나쁘게 볼 필요 없어요.그건 자연스러운 겁니다.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를 실감하지만, 결국 타인과 자신은 다른 존재니까요.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그 본성을 죄악시 하는 것 뿐입니다. 부부 사이에도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 받는 영역이 있으면 부부생활이 더 원만해진다고 생각합니다.사적 공간이 없으면, 타인과 공존함으로써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쌓여, 타인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이 됩니다.자기 스트레스(짜증)의 근원이 늘 붙어있는 배우자 때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사람의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건데, 사회적 요구에 따라 훈육되고 절제를 강제 받아 인위적으로 주입..

단상 201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