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또바 호수 Danau Toba - 더 변하기 전에] 06. 다시 올테니 너무 많이 변하지 마

명랑쾌활 2018. 2. 12. 11:28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다.

어제 일정이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일행을 깨우려고 했더니 으르렁 거린다.

조금 더 건드리면 물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아침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 딸린 바 겸 레스토랑

원래는 이 전망 좋은 바 사진을 보고 이 숙소를 선택했는데,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뭔가 구려서였다.

저 무대에서 여성 가수 혼자 가라오케 반주(키보드나 드럼 안씀)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당최 노래로 밥 벌어 먹을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언뜻 봐서 그 가수가 맞는지 확실하진 않은데, 낮에 객실 청소를 하고 있는 걸 봤다. ㅋㅋ


숙소 앞 풍경
아, 묵었던 숙소 이름은 DG Inn, Cafe & Restaurant 였다.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건너편에 줌바 댄스 하는 곳이 보인다.
줌바 댄스 음악이 흘러 나오면, 사진 왼쪽 노란 이층집의 2층 발코니에서 어떤 배 나온 콧수염 대머리 아저씨가 줌바 비스무리한 몸부림을 친다.
...농담 아니다.
전신 그물 타이즈를 입은 금발 미녀라면 모를까, 내 상상력이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는다.
직접 본 광경이다.


아침 7시, 개판이다.

레슬링 하는 놈도 있고, 사진 중앙 약간 왼쪽의 검둥이는 길 한복판에 영역표시 물건을 생성중이다.


화살표 머리 모양의 머리를 가진 개색히

몇번 쓰다듬어 줬더니, 세상 끝까지 쫓아올 기세로 한 10미터 따라오다가 다른 데로 갔다.


오토바이 타고 가볍게 뚝뚝 지역 한바퀴 드라이브를 했다.

파란길 따라 출발해서 회색길 따라 돌아오는 코스로, 오토바이르 설렁설렁 달리면 30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는 대략 3시간 걸릴 코스니, 건강 끔찍히 챙기시는 여행자라면 즐겨볼 만 하겠다.


인니 도로는 저렇게 패인 부분들이 드물지 않다.

가뜩이나 가로등도 인색하기 때문에, 밤에 오토바이를 타는 건 위험하다.


어라라... 전통가옥과 박물관이 있던 자리인데, 뭔가 예전에 왔을 때랑 많이 달라 보인다.

http://choon666.tistory.com/327?category=289511

저 함석지붕은 뭐지?


뒤편 골목으로 기념품점이 다닥다닥 있다.

이것도 예전에 왔을 때는 못봤었다.


올리다 만 2층을 오픈형 카페로 활용하는 창의력... 이 아니라 넉살


사모시르 섬은 땅 여유가 많아서, 풍경도 한가롭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음에 다시 왔을 때, 이런 공터들에 새로운 건물들이 마구 들어서 있을까봐.

발전은 피할 수 없겠지만,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제 오후에 음료를 마셨던 오라리 Orari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

원래는 투데이스 카페에서 먹으려 했는데, 8시 반이 넘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아마 일요일이라, 예배를 가느라 그렇지 않나 싶다.


떠나려 배를 타야하는 시간, 2박3일 묵는 내내 단 한 번도 내려가 보지 않은 계단을 내려간다.


한 켠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오른쪽 모자 쓴 남자는 2일 전 숙소 도착할 당시에는 깔짝깔짝 하며 오토바이 대여로 수수료를 챙기더니, 갈 때가 되니 우리한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참 알기 쉬워서 좋다. ㅋㅋ 


고기가 꽤 잡히나 보다.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온다.

배가 수시로 다니는 것 같지만, 빠라빳 선착장 가는 배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한다.


단체로 여행 온듯 보이는 학생들

이 좋은 풍경을 두고도 채팅이나 게임을 하느라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거나, 혹은 자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지금 중고등학생이었으면 얘네들처럼 스마트폰에 중독됐을까?

학교 규칙으로 머리 스타일을 정했는지, 다들 똑같은 스포츠 머리 뒤통수를 보니 옛날이 괜히 떠오른다.

중고등학생에게 이런 스타일을 강요하는 나라는 중국일 것 같았는데, 일행이 이들 대화하는 것 들어보더니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같다고 한다.


형제인 게 분명해 보이는 고양이들

형제가 같은 영역에서 사이좋게 지내며 저 크기까지 자라는 게 쉽지 않은데, 먹을 것이 풍족한가 보다.


실랑잇 공항에서 빠라빳까지 타고 왔던 택시 기사에게 돌아가는 편도 예약했었다.

미리 나와 대기하고 있어서 바로 올라탔다.


별탈없이 실랑잇 공항 도착

일부러 시간을 재봤는데, 11시 44분에 출발해서 13시 29분에 도착, 2시간이 채 안걸렸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 티케팅을 하고, 다시 나와 띰보 Timbo 라는 커피숖에 앉아 기다린다.

소규모 공항은 공항 내부에 먹거나 쉴 곳이 마땅치 않다.

가게 입장에서도 공항 내부 손님만 대상으로 장사해서는 답이 안나올 거다.

그래서 공항 외부에 가게를 내는 게 아닐까 싶다.

수마트라 만델링 커피를 주요 메뉴로 취급하는 업소였는데, 맛은 좋게 말해 독특했고, 솔직히 말해 요상했다.

독특한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내가 탈 비행기가 착륙하고, 사람 내리고, (아마도) 청소하는 것까지 다 보인다.

블리뚱 Belitung 딴중 빤단 Tanjung Pandan 공항도 이랬었는데, 소규모 공항이 다 이런가 싶다.


매콤한 소스에 비빈 생선살 튀김과 깡꿍 Kangkung (공심채. 시금치 사촌) 볶음, 밥이 기내식으로 나왔는데... 맛있다.

기내식에 신경 썼다는 게 절로 느껴진다.


자카르타 북쪽, 바다를 간척해서 만든 주거상업지구


1997년 자카르타 폭동 때 큰 피해를 입은 화교들은 여차하면 바다로 튀기 위해 바다에 면한 지역을 개발하여 이주했다.

쁠루잇 Pluit 지역에 개발된 사진속 지역은 폭동에 대한 화교들의 대책에 있어서,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내륙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좁아서 폭도들의 진입을 막기에도 용이하다.

쁠루잇 지역 서쪽의 까뿍 Kapuk 지역 역시 비슷한 목적으로 한창 개발중이다.


지금은 많이 안정됐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직도 '얼마든지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니 국민들의 법을 경시하고 정서나 지역 관습법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이고 공권력도 잘 작동하고 있지만, 크게 번지지 않도록 내리 누르는 형국일 뿐이다.

한국처럼 수천명 이상의 사람이 모였어도, 충돌은 있을지언정 약탈이나 방화는 없어야 비로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인니는 앞으로도 최소한 20년은 더 지나야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를 20년으로 잡고, 폭동 때로부터 두 세대는 지나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20년 뒤 사회의 주축이 될 현재의 초등학생들에 대한 질서나 준법 교육 수준을 보면, 앞으로 20년이 더 지나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찍은 하늘 풍경


동쪽 하늘에는 수퍼문이 뜨고 있다.

(사진 중앙 약간 왼쪽)


어어엄청나게 크고 밝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