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유명산 캠핑장 리스캠프

명랑쾌활 2009. 4. 13. 12:41
토요일 저녁, 한참 PC방에서 폭사 후 죽척하며 앵벌에 여념없는데, 친구녀석 전화가 왔다.
(캠핑에 한창 맛들린 그 친구다.)
어쩌다 보니 캠프를 왔는데 막걸리 한 잔 하다보니 생각이 났댄다. 오랜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반... (뭐냐 이 녀석 -_-;;)
알았다고 하고 대충 준비해서 바로 튀어 갔다. (뭐냐 난 ㅡ,.ㅡ)

위치는 유명산 자연휴양림 바로 전, 근처에 많은 캠핑장들 중 하나다.

내가 도착하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 친구 녀석.
산지 1년 만에 텐트가 바뀌었다.
아울러 팬션보다 싸게 먹힌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밤벚꽃 밑의 고즈넉한 캠프퐈이야~
낭만적인 비쥬얼이지만 대화 내용은 매우 구수하다.
울엄마가 재미있게 사는 거 같으니 칭찬해 주라고 해서 전해 주었는데, 재수씨는 그닥그닥.
재수씨... 저 녀석 예전에 사고치던 거 생각해 보세요.
이건 곰이 사람이 된 차원이 아니라, 플라나리아나 민갈고리촌충이 사람이 된 격이라구요.

단촐한 상차림.
캠핑 올 때마다 짐이 줄고 있는데, 필요한데 없는 것도 줄고 있다.
좀더 살고 좀더 현명해지면, 인생의 짐도 점점 줄어들까?
모쪼록 그렇기를...

아침에 본 풍경.
저리 물건을 두어도 가져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한다.
하긴, 이제 돈 없어서 텐트치는 시절은 아니다.

밤에는 몰랐는데, 흐드러지진 않았어도 제법 벚꽃이 피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주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마음에 방해가 된다는 불교 말씀이 이런거?

친구 아들 녀석도 이제 캠핑에 익숙하다.
의자에 첩 달라붙어 혼연일체가 된 저 모습을 보라.
훗날 저 녀석이 제법 여기저기 털 좀 자랐을 무렵에, 지금의 나날들이 큰 보물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밤이라 깜깜했고 우리 텐트만 떨어져 있어서 몰랐는데, 많이 번잡해 보인다.
내 생각엔 모름지기 캠핑이란 자연을 벗삼아 고즈넉하니 지내는 거라 보는데,
왠지 난민촌 같다는 생각이... ^^;

원래는 방갈로촌으로 목적하여 지어진 곳이다.
그러나 멀쩡한 방갈로들은 방치되고 그 앞마당에 천막들로 북적인다.
이래서야 방갈로에 묵고 싶은 사람들은 난감한 상황.
기껏 지어놓고 캠핑장으로 운영하는 주인도 황당한 상황.
우측에 저 멀리 보이는 철창 우리는 술 먹고 난동부리는 사람들을 가두는 용도로 쓰인다.
아침에 보니 밤새 어찌나 마셨는지 커다란 개가 되어 있더라.
두 명인거 보니 둘이 마셨나 보다.
아이들이 와서 구경도 하고 먹이도 주고 막 그런다.

우리 아파트 앞 목련은 이제 피고 있는데, 강원도 산자락의 목련이 만개했다.
지역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한 거다.
그렇다고 늦게 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니, 너무 닥달할 일도 아니다.
이제 피울 우리 목련이 기대되기만 한다.

만개한 목련은 이미 져가고 있다.
저 커다란 꽃잎이 까맣게 변해가며 가차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매서운 겨울을 기다린다.
봄꽃들의 삶이란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