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회사 관리 팁] 06. 입증할 수 없는 거짓말은 믿어주는 편이 낫다

명랑쾌활 2018. 3. 20. 11:10


삼촌이 돌아가셨다느니, 엄마가 아프시다느니...

지각이나 결근의 이유가 다채롭다.

거짓말이 뻔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삼촌 사망진단서를 떼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사실 별 의미도 없다.

애초에 직계 가족 경조사 이외에는 법적으로 유급휴가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삼촌 사망으로 인한 결근에 증명을 받아봐야 딱히 쓸모도 없다.

사유가 일단 도의적 문제이고, 게다가 급여 공제까지 감수하고 결근하겠다는데 뭐라 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왕 어쩔 수 없다면, 쿨하게 받아 들이는 편이 낫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도 입증할 수 없다면, 쓸 데 없이 감정 소모하지 말고 그냥 믿어주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결근 사유가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어차피 회사 입장에서는 결근일 뿐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직하지만 실제로 이런 저런 경조사 탓에 한달에 10일씩 빠지는 직원보다, 가끔 거짓 핑계를 대면서 한달에 1~2일 빠지는 직원이 차라리 낫다.

회사는 도덕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다.


입증할 수 없는 거짓말을 의심해봐야 득 될 것도 없다.

관리자가 '너 뻔히 거짓말 하는 거 내가 안다. 앞으로 조심해라'라는 기색을 팍팍 드러내면, 거짓 핑계 댄 직원이 '어이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안그럴게요. 덜덜덜' 뭐 이럴 거 같나?

자신의 거짓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건 '사실'과 다름 없다.

그리고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 관리자는 신뢰 받지 못한다.

가뜩이나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외국인이라 믿을 수 없다는 편견을 받는데, 현지인 직원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평판까지 겹치면, 치명적이다.

타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취급은 받지 않겠지만, 신뢰도 받지 못한다.

신뢰 받지 못하는 리더는 부원들을 통솔할 수 없다.


뻔한 거짓말을 믿어주면, 앞으로도 악용하는 직원들이 더 늘어날 거라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믿어준다고 안할 것 같나?

좀더 그럴듯하고 뻔하지 않은 거짓말을 궁리할 뿐이다.

어차피 그럴 놈은 그런다.

게다가, 거짓 핑계로 결근하는 게 아무나 따라 할 것 같지만, 보통 사람에겐 의외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놀 궁리로 임금 까이면서도 거짓말 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차피 그런 놈만 그런다.

무엇보다도 결근 문제는 정직같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냥 총무인사 업무의 문제일 뿐이다.

결근이 잦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지, 사실이면 봐주고 거짓이면 안봐줄 문제가 아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 괘씸한 것은, 그런 얄팍한 거짓말에 자신이 속을 거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감정이 상해서 그렇다.

하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현명하지 못하다.

입증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면, 그냥 쿨하게 믿어주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