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인들은 직장상사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도, 자기 말할 거 그냥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불이 나도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계산기 두들겨 가며 숫자 적고 있는 거 뻔히 보이는데도 달려드는 경우를 흔히 겪는다.
아마도 자기 말할 것만 신경쓰느라 그럴 수도 있고, 무언가에 대해 집중해 본 적이 없어서 방해 받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인니에 살면서, 현지인이 남이 불러도 못들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우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뭔가 계산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때, 계산의 단락까지만이라도 끝내려고 잠시만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내 손이나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안달복달' 기다리는 기척을 노골적으로 보낸다.
신경쓰여서 환장하겠다.
아무리 교육해도 소용없다.
조금만 짜증내는 기색을 보이면, 그 다음부터는 반드시 보고해야 할 일까지도 보고하지 않는다.
어쩌면 질문병 걸린 어린이의 부모 심정이 이럴까?
어떤 일에 몰두하다 방해를 받으면 뿌악 올라오는 빡침이 있다.
꾹 눌러참고 대답을 해준다.
적응하는데 3년 정도 걸렸다.
그 전엔 스트레스가 심각했는데, 적응하고 나니 그럭저럭 괜찮다.
생각하던 걸 멈추고 책갈피를 해뒀다가 다시 진행하기가 가능하다.
물론, 10분 빡세게 집중하면 끝날 일을 중간에 한번 치고 들어오면, 20분 걸리게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치 주행중인 자동차가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면 속도를 다시 올려야 하는 것처럼.
그래도 이런 '머릿속 책갈피 기능'도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인간의 대단한 능력 중 하나가 적응력인가 보다.
적응 안하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적응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