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Ekas Lombok] 3. 고난의 비포장도로 롸이딩

명랑쾌활 2016. 10. 24. 10:26

아침볕은 그리 덥지 않다. 눈이 부실 뿐이다.


어제 저녁은 저기에 앉아서 먹었더랬다.


숙소 가격대에 비해서는 조식이 좀 처진다.

인니에서는 40만 루피아 이상이면 어지간한 지역 중급 호텔에 조식 부페다.

하지만 여긴 어지간한 지역이 아니니까 이해한다.

그래도 오믈렛에 이런저런 재료가 들어가 꽤 든든했다.


오늘 예정 코스는 롬복 남동부 꼬리 지역의 끝단들을 아우르는 대장정이다.

거리상으로는 별거 아닐 것 같지만, 가끔씩 멈춰서 구경하고, 이런저런 돌발상황 감안하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후 늦게나 복귀할 수 있을 거다.

구선생이 꽤 똑똑하지만, 인니의 도로사정에 대해선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이 있다.

뭐 하긴 소나 염소들이 지나가느라 길이 막힌다던가, 결혼식 행사 한다고 길 절반을 막는 행사장을 만든다던가 하는 변수를 반영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비용을 투입할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아침 햇살 좋고, 공기도 좋고~


질척한 소똥이 줄줄이 널브러진 시골길 풍경~

김만 안날 뿐, 정말 신선한 소똥들이었다.

브레이크 잘못 밟았다간 꽤 유니크한 교통사고를 경험하기 충분할 정도다. -ㅂ-


순낫 Sun'at (할례, 혹은 포경) 행사를 하고 있다.

인니의 순낫 행사는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치룬다.

대상인 아이들을 말 모형에 태워 마을 주변을 행진하기도 하고, 쿵짝쿵짝 신나는 연주를 한다.

아이들 겁 먹을새 없게 얼을 빼놓고 후다닥 싹둑 해치우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스쿠터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구경하는데, 행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내 쪽을 쳐다보는 표정이 영 호의적이지 않다.

순낫은 이슬람의 신성한 종교행사 중 하나이니, 외국인이 구경하는 게 불쾌할 수도 있겠다.

어제도 좀 느꼈는데, 낙후된 지역이니만큼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도 더 심한 것 같다.

이런 지역일수록 좀더 웃는 표정으로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게 안전하다.

고개 꾸벅 숙여 인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메인도로는 상태 정말 좋다.


좀 지나자 길이 점점 안좋아진다.


물소떼를 모는 할아버지.

그 뒤로 뭔가 농산물 수확이 한창이다.


비포장도로의 시작


나름 읍내라고 할만 한 곳도 비포장

넓기까지 하니 스산하다.

서부영화에서 본 미국 개척시대 마을 풍경이 이럴까?


치료 받을 일이 생겨도 가면 안될 거 같아 보이는 마을 보건소

파란색 간판 내용은 '가정에서의 청결한 생활을 위한 10가지 지침'


1980년대 시골 길이 이랬던 것이 기억난다.


갈림길

뜰록 달름 Telok Dalem 방향으로 먼저 가본다.



꽤 안좋은 도로 상태가...


더 안좋아지고...


인적도 거의 없다.


끄트머리에 가까워지니 바다가 빼꼼히 보이기 시작한다.


끄트머리니까 반대편에도 바다가 보일테고...


드디어 양쪽에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마링끼 섬 Pulau Maringkik 도 보인다.

왜 넓은 땅 놔두고 저 조그만 섬에 복닥복닥 살까?

아마 저 섬 주민들은 몇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다 친척이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찾아 본 바로는, 저 곳이 상어잡이 마을이랜다.


막바지에 다달아 도로상태는 거의 최악이다.


시골 마을이라면 이래야 한다는듯 마을 어귀에 큰 나무와 정자가 있다.


드디어 끝단 땅시 해변 Pantai Tangsi 도착

완전 시골 어촌이다.

여기저기 사진 찍고, 건물 올리는 걸 구경하고 있자니, 몇몇 남자 주민들이 다가온다.

뒤편 집 처마 밑에는 아이를 안은 아줌마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내 쪽을 쳐다보고 있다.

활짝 웃으며 먼저 인사했다.

대장인듯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거는데, 그 뒤편으로 아저씨 두 명이 좌청룡우백호인 양 양쪽 약간 뒤편에 서있는 모습이 꽤나 위풍당당하다. ㅋㅋ


"안녕하세요, 어르신."

"엉, 안녕. 빤따이 삥 가려다 길 잘못 든겨?"

핑크 해변 Pantai Pink 가려다 이리로 오는 사람이 종종 있는 모양이고, 그런 이유 아니면 이곳에 관광객이 올 일이 없는 곳인가 보다.

"아뇨, 롬복 좋아서 자주 오는데, 구석구석 보고 싶어서 일부러 왔어요."

"엉, 여기도 좋지. 나도 저쪽에 홈스테이 운영해. 함 가볼텨?"

"아뇨, 다음에요. 오늘은 저기 빤따이 삥도 가야해서 시간이 좀 없네요."

"그려, 다음에 와. 여기 혹시 리조트 짓고 싶으면 나한테 와서 말해. 도와줄게."

리조트 짓고 싶냐는 얘기는 이후로도 종종 들었다. 외국인이 땅 보러 종종 오나 보다.

"네, 그럴게요. 이건 뭐 짓는 거래요?"

"배 보관하는 곳. 비 맞지 말라고."

배에 비 맞으면 뭐가 안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알았다고 했다.


발리 시골 사람들 중에는 인니어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사람도 있었는데 비해, 롬복은 인니어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았다.

인사 나누고 마을을 나섰다.


함석 지붕을 얹은 소박한 회당...


안에 원숭이가 어슬렁어슬렁

이 마을 사람들은 원숭이 안괴롭히나 보다.


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원두막 한 채가 있어 가봤다.

인니의 원두막은 보통 경치 좋은 곳에 있다.


한쪽은 마링끼 섬과 그 뒤편으로 린자니 산이 보이고...


다른 방향도 바다


3면에 다른 바다가 보인다.


나머지 한 면은 이 원두막에 진입하는 길이다.


원두막에 기대어 꽂아둔 나무에 이파리가 자란다.


스까로 Sekaroh 라는 마을 어귀



그냥 어촌 마을이다.

거의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다닥다닥 있는 모양이, 왠지 배타적인 느낌을 준다.

경치는 참 좋다.


마을 건너편 딴중 금뿌르 Tanjung Gempur 로 갔는데...


이런 길까지 지도에 표기된 구글맵이 놀랍다.


롬복 저개발지역의 멋진 경치와 황폐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오늘 여정의 주목적지인 빤따이 삥 Pantai Pink (핑크 해변)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