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베트남 0809

방콕-호치민. 탄선녓 공항, 데땀 거리, 리멤버투어 호텔

명랑쾌활 2008. 11. 20. 13:59

남겨진 사람이든 떠나는 사람이든 헤어진다는 사실은 같지만, 아픔도 같을까.
남겨둔 사람의 빈자리는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지만, 떠난 사람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부질없는 의문.
내겐 내 아픔, 그녀에겐 그녀의 아픔일 뿐이다.
이제는 원망했던 기억도 희미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저 궁금하다.

떠나보내는 것도, 남겨두고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를 떠나 보냈던 그 때가 문득 떠올랐다.
어딜가든 공항 풍경이야 비슷하지만, 수완나품 공항은 특히나 인청공항을 닮았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게다.

비행기가 귀여운 녀석이라 그런건지 플랫폼이 부족해서 그런건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요녀석이 나를 호치민으로 데려다 줄 녀석이다.
따듯한 육류가 없는 기내식이지만, 1시간 반 거리여서 마음 넓은 내가 봐주기로 했다.
기내 면세품 리스트를 보다가 참신한 향수를 봤다.
DKNY 레드 딜리셔스 듀오 향수.
무려 ' 도전적이고 감질나는 느낌'을 준단다.
저거만 뿌리고 다니면 " 어머 저 사람 왠지 도전적이면서 감질나." ...
왠지 말 되는거 같기도 하고... ㅡ,.ㅡ

작년보다 훨씬 깨끗해진 청사.
특이한 점은 도착한 사람들 마중나온 사람들은 저렇게 외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즉, 입국 수속 마치고 문을 나서면 바로 청사 밖이라는 얘기다.
여러모로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일단 냉방 비용이 굳는다.)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난 이상하게 베트남이 만만하다.
태국에 비하면 영어도 거의 안통하는 곳이고,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없는 편인데도...
만원 씩이나 줘가면서 택시타고 가는 것도 왠지 아까와서 일반버스 타고 가기로 한다.
미리 얻어둔 정보대로 152번을 타러 간다.
저멀리 한 대가 떠나는게 보인다.
뭐 다음 차 타면 되지 뭐~
옆 청사의 그늘에서 쉬고 있자니 바로 다음 차가 온다.
배낭 매고 털레털레 다가가니 운전기사는 힐끗 보고는 휑하니 어디론가 가버리고, 차장 누나만 안절부절이다.
영어 던져봤으나 당연히 될 리가 없다.
씨익 웃으며 손목을 가리키고는 손가락을 한개, 두개, 세개 펴 보였다.
같이 씨익 웃으며 두개를 펴 보인다.
즉 20분 뒤에 출발한다는 얘기겠지. ㅋㅋ

이윽고 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타는 현지인들 다들 날 보고 깜딱~ 곁눈질로 관찰한다.
현지인들은 두 명이 앉는 좌석에 둘이 잘도 앉아들 가는데, 내가 혼자 앉으니 약간 널널하게 딱 맞는다. ㅋㅋ
우리 차장 언니는 이제나 얘기해줄까 저제나 얘기해줄까 안절부절 하다가 벤탄시장 즈음에서 뽀로로 달려와 알려준다. 귀엽기도 하시지~ :)

별 생각없이 한인업소인 리멤버투어에서 묵기로 했다.
원래는 평 좋고 영어 잘 통하는 현지업소에 묵을 생각이었는데, 방콕에서 동대문 사장님의 정을 듬뿍 느꼈기 때문에 좀 기대한 바가 있었다.
선택은... 우움... 후일 차차 얘기해 볼까 한다.

한국인 직원 분이 계셨다.
방 있냐고 물으니, 두 개 있단다.
하나는 4층 벽측, 또 하나는 5층 거리측.
당연히 한층 더 오르더라도 전망 좋은 5층을 택했는데... 왠지 살짝 웃는듯한 표정.
엘리베이터 없는 거야 각오 했지만, 알고 보니 계단 경사나 폭이... Stairway to Hell... ㅠ_ㅠ
단, 이틀 밖에 방이 없단다.
이틀이라도 있으니 운이 좋네요~ 했더니, 피식 웃는다.
두둥~ 정말 독특한 인테리어의 방문.
쇼섕크 탈출 컨셉 되어 주시겠다.
습기에 강할 듯한 붙박이 장.
비에 젖은 옷도 부담없이 넣어 주세요~ 유후~
바로 옆 화장실 겸 욕실 출입문.
깨끗한 욕실 겸 화장실의 내부. 그런데 우측 상단의 이것은~!?!
벽 윗 부분이 뚫려 있는 야릇한 구조 되시겠다.
요컨데 이 침대로 올라서서 벽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면, 얼레리 꼴레리를 사정없이 외쳐 줄 수 있는 구조가 되시겠다.
신혼부부에게 강츄~ -ㅂ-;
발코니 창의 커텐을 활딱 열어 제끼면,
으헉! 나 갖힌거야?
튼튼해 보이는 자물쇠가 떡! 하니 걸려있다.
누군가 탈출이라도 시도했는지 유리는 깨져있다.
난감한 것은 사람은 못다녀도 모기는 얼마든지 다닐 수 있는 틈새가... ㅠ_ㅠ
여기도 이렇게 두둥~
여기는 엄마모기, 아빠모기, 애기모기가 단체로 드나들 수 있는 단체 출입구가 두둥~
2인실이긴 하지만 저렇게 잘 수 있는 소파에 여분의 이불이 비치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정?
TV, 냉장고 완비.
무려 시계도 있다.
이국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대나무 의자와 탁자.
그런데 이런건 베란다에 있어 주면 안되겠니?
더블 에어컨있는 숙소에서 묵어 봤어?
안묵어 봤으면 얘길하덜 말어.
오른쪽 에어컨만 작동한다.
짐을 풀고 방을 나선다.
호치민 도착하면 만나야 될 사람들에게 연락도 해야 하고, 휴대폰 심카드도 바꿔야 되고...

~ 부록 :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일반버스 타고 데땀거리 가기~

보통은 택시들을 타고 간다.
(현지 사는 분들이나 자주 오는 분들도 그렇다.)
비용은 대략 만원 위 아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바가지 있고 가짜 택시도 있다.
쎄옴(오토바이 택시)은 그리 싸지도 않을 뿐더러 무리다.
돌돌이 가방 있으면 일단 무리(불가능하진 않다. 오토바이로 가구도 운반한다. ㅋㅋ),
배낭이더라도 베트남 초심자는 무리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뒤에 탈 때는 운전자의 몸을 잡으면 안된다.)
경험자라도 배낭여행자 수준의 배낭이라면... 개.고.생 이다.(몸소 체험해 봤음. ㅠ_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면 고려해 보길 권한다.
차삯은 무려 3천동,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백원이다.
소요시간도 쎄옴이나 택시에 그리 꿀리지 않는다.
게다가 안내양 언니도 항시 대기다.
도전적이고 감질나지 않는가?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 데땀 거리로 가는 일반버스인 152 번이다.
청사를 나서자 마자 호객꾼들이 굶주린 눈빛으로 마구 달려든다.
모두 뿌리치고 오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작은 건물 쪽이 목적지 되시겠다.
저 멀리 버스가 마악 떠났다.
하지만 3분도 채 안돼서 다음 버스가 왔다.
버스는 사진 한 가운데의 화분에 심은듯한 나무 근처에 선다.
참고로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아까 사진 좌측 하단에 조그맣게 보이던 그 건물이다.
더우니까 건물 처마로 숨자.
저멀리 탄선녓 공항이 보인다.
저기부터 걸어온거다.
그늘에 숨어 찍은 152번 버스.
종점이기 때문에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
약 10~20분 가량 기다렸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같으면 시동, 에어컨 켜 두어서 시원하게 해 두겠지만, 여기는 베트남이다.
시동 끄고 문 활딱 열어 놓고 어디론가 갔다가 출발할 때 되면 온다.
그러니 두고 떠날까 걱정되어 차 안에서 찜질하며 기다리지 말고, 그늘에 숨어 있자.
겉은 정말 멀쩡한 152번 버스.

낡긴 했지만 지저분하지는 않다.
우리나라 옛날 버스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은 무려 에어컨이 나온다는 사실.
빠방하진 않지만 제법 버틸만은 하다.

앉아 있으면 차장 누나가 돈 받으러 온다.
얼마냐고 물으면 (영어든, 벳남어든, 한국말이든 물어보시라. 어차피 뭘 묻는 건지는 서로 뻔하지 않능가) 손가락을 펴 보일 것이다.
그것을 천동 단위로 환산해서 주면 된다. (절대 만동 단위로 주지 마시라.)
그러면 친절하게 영수증까지 끊어줄 것이다. (이건 베트남에서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다.)
즉, 바가지를 쓰지 않는 정말 드문 경우 중 하나라는 얘기다.
(혹시 모른다. 외국인용 다른 영수증을 끊어 준 것일수도... 여기는 베트남.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돈 주면서 얘기하면 된다.
당연히 영어 따위는 저언혀 모른다.
" 데땀" 혹은 "벤탄" 이라고 얘기하면 된다.
그러나... 그마저도 못알아 들을 수도 있다.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정말 그렇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이에 써서 보여주는 것이다.
태국같은 꼬부랑 글씨가 아니라 알파벳을 기초로 한 글자라 쓰기도 쉬울 것이다.
차장 누나가 일단 이해만 했다면, 절대 잊지 않고 당신을 데땀 거리 정거장에 내려 줄 것이다.
경험상 일반버스를 타고 데땀 거리에 가는 외국인 여행자는, 아직까지는 굉장히 드문 일인 모양이었다.

잠시 버스 주행하는 모양을 감상하는 것도 참신한 경험일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덩치 큰 차가 왕이다.
버스가 슬슬슬 차선을 바꾸면, 오토바이는 슬슬슬 알아서 피한다.
택시도 예외없다.
버스보다 더 큰 화물차같은 것이 오면 버스가 슬슬슬 피한다. ㅋㅋㅋ
교차로나 로터리에서도 자갈밭도 짠짠짠이다.

데땀 정거장은 여기.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 표시랑 비슷하다.
그러나 그 주변은... 누가 이 곳을 버스 정류장이라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그냥 거리 적당한 곳에서 현지인이 손 드는데 버스가 서더라...)
정류장 내려서 바라본 건너편.
버스 내려서 버스 등지고 왼편, 그러니까 버스 내려서 버스를 바라보고 오른편 광경.
저 작은 교차로의 모퉁이를 돌아 오른편에...
한인업소 리멤버투어가 보인다. (NHO 라고 써 있는 녹색 간판)
버스가 지나가는 길이 데땀거리, 이곳은 비엔 거리이다.
대에충 알아서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