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인터넷에 관한 의혹

명랑쾌활 2013. 8. 16. 10:55

인터넷이 평균 2개월에 한 번씩은 끊어진다.

AS기사를 부르면, 꼭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전화선이 낡아서 바꿔야 한다고 하고, 또 언젠가는 소켓이 낡아서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워낙 낡은 집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굳이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지 말고 자기한테 직접 전화하면 바로바로 와서 해결하겠다고 명함까지 주고 간다.

 

언젠가는 와서 공유기가 문제인 것 같다고 한다.

공유기는 잘 고장나지 않잖냐고 했다.

얼마나 썼냐고 묻는다.

2년 정도 됐다고 하니, 그럼 바꿀 때가 됐단다.

ㅋㅋㅋㅋ

그래서 웃으면서,

" 인도네시아 공유기 수명은 2년인가 보다. 한국에서는 5년을 써도 문제 없던데."

라고 하면서 공유기 교체하라고 했다.

교체하면서 인터넷 공급업체와 통화를 한다.

종족어로 말하는데, 발음까지 웅얼거려서 인니어라 해도 못알아 듣겠다.

인터넷이 된다.

공유기값 주는데, '수명이 다 된' 공유기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피식 웃으면서 가져가라고 했다.

고맙다고 냉큼 챙긴다.

 

그 뒤로 다시 인터넷이 끊겼을 때, 그 녀석한테 전화 해보니 몇 번을 해도 안받는다.

이제 털어먹을건 다 털어 먹었나 보다.

다른 기사가 왔다.

전선이 문제다, 소켓이 문제다... 하는 말이 똑같다.

그나마 빤딱빤딱 누가 봐도 새 거로 보이는 공유기 문제라고는 안한다.

별말 없이 속아준다.

싸우다 피곤하고, 그 동안 인터넷은 인터넷대로 안된다.

깐깐한 집이라고 기사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불러도 스케줄 핑계대며 오는걸 미룰 수도 있다.

어차피 서비스 센터에 고발해봐야 소용없다.

사람은 바뀌어도 뿌리 깊은 부조리는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서비스 센터도 한통속일 수도 있다.

옆집은 인터넷 잘 되는데, 우리집만 안될 수도 있던가? 그것도 여러번?

서비스 센터가 됐든, 대리점이 됐든, 접속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떤 곳에서 정기적으로 일부러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설마 그러겠냐고?

능히 그럴 수 있다.

 

수입 관련해서 세관원이 문제 재기를 하면 잘 중재해서 해결하던 직원이 있었다.

문제 해결을 공으로 보너스도 받고, 인정도 받는 직원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을 때에도 가끔 세관원과 짜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는 나서서 해결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식당 앞 도로변에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에 차를 대면, 나중에 차를 뺄 때 식당 직원도 아닌 사람이 괜히 나서서 뒤봐주는 척, 차 막아주는 척 시늉을 하고는 (정말 도움이 안되고, 제대로 봐주지도 않는다. 정말 시늉만 한다.) 잔돈푼을 받는건, 인니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만약 돈을 안준다면, 다음에 다시 거기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분명히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거나, 어딘가 부서져 있거나, 스크래치가 나 있을 테니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나라에서, 과연 돈을 착복하려고 정기적으로 일부러 인터넷을 끊고 다시 이을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사족.

업자를 불러, 새로 산 TV에 원래 있던 안테나에 같이 연결하라고 했다.

안된단다.

그러면 원래 TV도 안나오게 되니, 안테나를 새로 사야 한단다.

한국에서는 안테나 하나에 몇 개를 달던 상관없는데, 인니는 다른 거냐고 물었다.

자기가 알기론 그렇댄다.

그럼 인니 아파트에는 옥상에 TV 안테나가 집 수 만큼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안테나 안 살거면 원래 안테나에 연결해도 TV가 안나오기 때문에 자기는 안달고 그냥 가겠단다.

그래서 그냥 사다 달아라 했다.

수기로 쓴 안테나 영수증이 가관이다.

수고비는 따로 안받는다. 따로 알아서 챙겼을 거다.

멍청한 넘, 안테나 안사고 설치했으면 수고비를 당연히 주지, 그럼 안주겠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어쩌면 그게 관행일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