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여 승기기에서 길리 뜨라왕안으로 직행하는 보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어찌어찌가 무슨 어찌어찌인지 가르쳐 주고 싶지만... 사업상(?) 비밀이다.
공짜는 아니었지만 아주 저렴했다고만 밝혀둔다.
해변으로 가는 길이야 아무데나 보이는 대로 가면 되는데, 난 또 따로 입구가 있는 줄 알았다.
그 입구에 떡하니 입장료 받는 사람이 있길레 물어봤더니 2천 루피아랜다.
아무 생각없이 내고 생각해 보니, 도무지 받을 이유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토바이나 짐이 들어갈 때 받는 거였다.
하여간, 인니는 방심했다 하면 다만 몇 푼이라도 어떻게든 뜯으려는 사람이 널렸다.
뒤돌아 찍는데, 이쪽을 보는 저 아저씨는 속으로 저 멍청한 외국인 그러고 있겠지.
저기 책상에 앉아 있던 넘이 천연덕스럽게 2천 루피아라고 했던 쥐같은 색히다.
롬복의 거의 대부분의 배는 저렇게 양 옆으로 전복을 방지하는 장대가 붙어있다.
(저거 정확한 명칭이 뭐더라...)
덕분에 흘수가 낮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따로 항구도 필요 없다.
그냥 해변에 갖다 밀어 붙이면 끝이다.
현재 시각 오전 8시 30분 쯤.
산토사 리조트 옆 비치발리볼 코트로 슬슬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인간들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놀아 재끼는 것이란 말인가?
길리 뜨라왕안으로 태워다 줄 배.
출발~
묘한 모양의 요트다.
그 뒤의 절벽의 축대 위쪽이 저녁이면 군옥수수도 팔고 하는 해변도로다.
바다 쪽에서 보니 또 풍경이 새롭다.
지형 상 육지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갯바위다.
잔잔해 보여도 제법 파도가 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 저거 놀랍게도 발리에 있는 산이랜다.
거기서 여기 거리가 얼마인데... 공기가 맑으니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산도 보이나 보다.
요 절벽 윗편은 해변도로 중 가장 경치가 좋고 공간도 넉넉했던 곳이다.
역시나 반대편에서 보니 새롭다.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것이 사고의 틀을 넓힌다.
배에서 보는 바닷가 풍경도 멋지다.
갯바위와 절벽 사이에 솟구친 건 연기가 아니라 파도가 부딪혀 튀어오른 물기둥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롬복 바다는 겉보기에는 잔잔해 보여도 힘이 무지 좋다.
야자수가 뾰족뾰족 오른 산 바로 밑 비탈에 보이는 작은 점은 소가 풀 뜯어 먹고 있는 거다.
거대오리가 능선을 따라 활보하고 있는 신화의 땅... -ㅂ-
산으로 둘러 쌓인 안쪽에 평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것도 배산임수 지형이라 할 수 있나?
롬복 최고산 란자니 산이 보인다.
구름 밑으로는 보이지 않고 구름 위 꼭대기만 보이는 것이, 구름 위에 떠있는 성처럼 보인다.
옛날 사람들은 저런 광경을 보고 천국이라던가, 신들이 사는 성산이라던가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디어 길리 뜨라왕안이 보인다. 그 옆은 길리 메노 Gili Meno 다.
길리 Gili 는 롬복어로 작은 섬을 뜻한다.
뜨라왕안은 구멍이 많은, 스며드는 이라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기는 한데, 믿을 수 없다.
내 느낌으로는 틀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인니어 사전은 한국외대에서 나온 거 하나 밖에 없는데, 부정확한 것이 제법 있어서 오히려 공부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다.
말 나온 김에 이 자리를 빌어, 그만큼 벌었으면 이제 개정판 좀 내주기를 부탁드린다.
사전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물론 수록 단어 수도 중요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정확성이다.
BIPA 학생들 중 유독 한국 학생들이 인니인도 모르는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고 무안 당하는 경우를 당한다.
수십 종류의 사전이 있는 일본을 둘째치고, 심지어 중국 사전도 한국 사전 보다는 오류율이 적다고 한다.
드디어 길리 뜨라왕안.
이정도면 범선이라고 해야 할까?
저런거 하나 사서 금발 비키니 미녀들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면 참 뽀대나는 불한당 라이프가 될 거 같다.
아까 그 범선 주인보다 좀 못사는 사람 껀가 보다.
그래도 나랑은 비교도 안되게 잘 살겠지만.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
저 위로 살포시 지나가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물이 맑아서 얕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가 최소한 3미터 이상은 된다.
역시나 따로 선착장 따위는 없다.
거점으로 삼을 가게 앞 해변에 그냥 갖다 들이댄다.
일단 내리자 마자 해변을 찍는 척 서둘러 사진을 찍었으나, 다이나믹한 라인의 라틴 글래머 아가씨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래도 마음이 훈훈하다.
롬복은 참 착한 섬이라는 첫 인상이 마음에 가득해진다.
억울한(?) 오해를 받을까봐 반대쪽으로도 한 컷 찍어 주신다.
' 방 안에 홀로 있을 때에도 타인이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퇴계 이황의 말씀을 받잡아, 아무도 안보는 거 같아도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난 참 훌륭한 위군자다. 음하하!
오다가다 만나는, 오다 Oda 까페가 거점이었다.
식당, 음료수 까페, 스노클링 장비 대여, 안 쪽으로 들어가면 숙소까지 있는 전천후 가게다.
길리 뜨라왕안은 일체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길레, 난 정말 고적하고 한가로운 곳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 곳에 도착하자 마자, 화석연료 교통수단 금지와 관광객 숫자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적 오류를 깨달았다.
외려 관계가 있는 사실은 섬의 크기였을 뿐이다.
크기가 하도 콩 만 해서, 빠르거나 힘 좋은 교통수단이 굳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교통수단 반입을 허용해 버리면, 소자본으로 여기에 붙여 먹고 사는 대다수의 현지인들만 곤란하게 될 것이다.
결론.
1. 화석연료 교통수단이 없다.
2-1. 그래서 고적하고 조용하다. -> 논리적 오류
2-2. 그런 교통수단이 없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섬이 작다.
3. 그런 교통수단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라고 소문이 난다.
4.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5. 그런데 섬은 작다.
6. 생각보다 무지 복작복작 하다.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길리 뜨라왕안에는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오다 까페의 점심 스페샬.
7만 루피아의 비싼 가격이었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한국 입맛에 거부감 생길만 한 향도 없다.
오다 까페 2층에서 내려다 본 전경.
동그랗게 철창으로 둘러친 지역은 벌거벗은 현지인 검투사가 다른 검투사나 식인 거북이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곳...은 아니고, 그냥 거북이 알 부화시키려고 묻어둔 곳이다.
그 오른 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거북이 보호육성 센터다.
팻말에는 ' 아기 거북이가 자고 있어요. 소변금지' 뭐 대충 이렇게 적혀 있다.
나무 밑에는 아기 거북이에게 버림 받은 알껍데기들이 차갑게 널브러져 있다.
헤세는 데미안에서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한 번 쯤은 알 입장에서 음미해 봐야 할 얘기다.
니가 어떻게 내게 이럴수 있니? (응?)
여기 망하면 인수해서 활어횟집이나 차려볼까나?
갓잡은 니모 회라던가, 뽀뇨 구이라던가...
아유 콩 만한 색히들.
그래도 니들이 별탈 없이 크면 나보다 오래 살겠구나.
양것들은 왜 해변에 나왔다 하면 지글지글 몸 구워가며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
굽는거야 설익은 채 태어난 한 때문이라 쳐도 햇살 때문에 눈 안아픈가?
저 멀리 미녀 삼총사들 몸매도 참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풀장 딸린 호화저택만 있었어도 스카우트 시도해 보는 건데, 것 참...
간단히 스노클링을 즐겼다.
예쁜 열대어들이 잔뜩, 사람 무서운줄 모르고 주변에 알짱 거린다.
어떤 발칙한 놈은 모기 물려 긁어서 피부 일어난 부분 뜯어 먹고 도망가기도 한다.
쫓아가서 때려주고 싶었지만, 그냥 너그럽게 봐줬다.
정신 없이 구경하다 1.5 미터 좀 안되어 보이는 거북이도 봤다.
가끔 돌고래도 놀러 온다고 하는데, 보진 못했다.
길리 메노와의 사이에 있는 바다였는데 조류 흐름이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흐른다.
시간에 따라 반대로 흐르기도 하는데 제법 흐름이 세다.
오리발 없으면 죽어라 거슬러 봐야 소용 없다.
그냥 해변가로 걸어서 거슬러 올라가 둥실둥실 떠내려 오면서 보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올 때 반겼던 라틴 아가씨 보다는 박진감이 덜 했지만, 나름 풋풋한 서양 소녀가 떠나는 내 마음을 달래준다.
길리 뜨라왕안은 역시나 참 좋은 섬이다.
오실땐 단골손님 안오실땐 남인 섬이 아니다.
내 잊지 않음세.
나중에 범선 타고 금발 비키니 미녀 군단과 다시 오겠네.
...평생 다시 오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 쳐진다.
롬복 섬을 향해 힘차게!
진주조개 양식하는 곳이라고 한다.
일정상 출발할 때와는 다른 곳에 내리게 되었다.
나를 내려 두고 배는 냉큼 떠나간다.
왠지 망치로 양철판 대충 뚜드려 만들었을 것 같은 유니크한 배.
바닷가에 산호조각이 널려 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있자니 오토바이 드라이브 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그렇게 훌쩍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의미를 가진 장소가 되었다.
너와 자주 갔던 그 까페, 네가 참 좋아했던 그 노래, 너랑 헤어진 날 술 떡되게 퍼마시고 아침까지 널브러져 있었던 광명시 철산동 상업지구 자수정 싸우나 앞 두 번째 벤치(응?)...
누군가에게는 심상한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장소일 수도 있다.
세상 어느 곳이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 롬복에서 길리 뜨라왕안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것은 쁘라마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건데... 비쌉니다.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승기기에서 방살 Bangsal의 선착장까지 택시 타고 가서 길리 들어가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겁니다.
(승기기에서 방살까지 가는 베모도 있지만 좀 난이도가 있습니다.)
정기로 운항하는 배가 아니라 손님 다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길리 도착해서는 마차를 타고 위의 사진에 있던 까페 골목으로 가시면 됩니다.
뭐 천천히 산책 삼아 걸어가셔도 되구요.
** 숙박업소 꽤 많고 제법 쌉니다. (10~20만 루피아)
변수가 있다면 늘상 관광객으로 붐빈다는 것 정도겠네요.
워낙 웨스턴 천지라 거의 대부분 업소에서 영어로 의사소통 편합니다.
*** 당일치기로 갔다 올 거라면, 스노클링 때 소지품이 걱정되실 텐데요.
대부분의 장비대여 업소에서 짐도 맡아 줍니다.
제 경험 상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습니다.
오다 까페 괜찮습니다.
바로 앞 바다가 스노클링하기 좋은 포인트라는 점도 장점이네요.
거북이 센터 근처라 찾기도 쉽습니다.
어찌어찌가 무슨 어찌어찌인지 가르쳐 주고 싶지만... 사업상(?) 비밀이다.
공짜는 아니었지만 아주 저렴했다고만 밝혀둔다.
해변으로 가는 길이야 아무데나 보이는 대로 가면 되는데, 난 또 따로 입구가 있는 줄 알았다.
그 입구에 떡하니 입장료 받는 사람이 있길레 물어봤더니 2천 루피아랜다.
아무 생각없이 내고 생각해 보니, 도무지 받을 이유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토바이나 짐이 들어갈 때 받는 거였다.
하여간, 인니는 방심했다 하면 다만 몇 푼이라도 어떻게든 뜯으려는 사람이 널렸다.
뒤돌아 찍는데, 이쪽을 보는 저 아저씨는 속으로 저 멍청한 외국인 그러고 있겠지.
저기 책상에 앉아 있던 넘이 천연덕스럽게 2천 루피아라고 했던 쥐같은 색히다.
롬복의 거의 대부분의 배는 저렇게 양 옆으로 전복을 방지하는 장대가 붙어있다.
(저거 정확한 명칭이 뭐더라...)
덕분에 흘수가 낮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따로 항구도 필요 없다.
그냥 해변에 갖다 밀어 붙이면 끝이다.
현재 시각 오전 8시 30분 쯤.
산토사 리조트 옆 비치발리볼 코트로 슬슬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인간들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놀아 재끼는 것이란 말인가?
길리 뜨라왕안으로 태워다 줄 배.
출발~
묘한 모양의 요트다.
그 뒤의 절벽의 축대 위쪽이 저녁이면 군옥수수도 팔고 하는 해변도로다.
바다 쪽에서 보니 또 풍경이 새롭다.
지형 상 육지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갯바위다.
잔잔해 보여도 제법 파도가 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 저거 놀랍게도 발리에 있는 산이랜다.
거기서 여기 거리가 얼마인데... 공기가 맑으니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산도 보이나 보다.
요 절벽 윗편은 해변도로 중 가장 경치가 좋고 공간도 넉넉했던 곳이다.
역시나 반대편에서 보니 새롭다.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것이 사고의 틀을 넓힌다.
배에서 보는 바닷가 풍경도 멋지다.
갯바위와 절벽 사이에 솟구친 건 연기가 아니라 파도가 부딪혀 튀어오른 물기둥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롬복 바다는 겉보기에는 잔잔해 보여도 힘이 무지 좋다.
야자수가 뾰족뾰족 오른 산 바로 밑 비탈에 보이는 작은 점은 소가 풀 뜯어 먹고 있는 거다.
거대오리가 능선을 따라 활보하고 있는 신화의 땅... -ㅂ-
산으로 둘러 쌓인 안쪽에 평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것도 배산임수 지형이라 할 수 있나?
롬복 최고산 란자니 산이 보인다.
구름 밑으로는 보이지 않고 구름 위 꼭대기만 보이는 것이, 구름 위에 떠있는 성처럼 보인다.
옛날 사람들은 저런 광경을 보고 천국이라던가, 신들이 사는 성산이라던가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디어 길리 뜨라왕안이 보인다. 그 옆은 길리 메노 Gili Meno 다.
길리 Gili 는 롬복어로 작은 섬을 뜻한다.
뜨라왕안은 구멍이 많은, 스며드는 이라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기는 한데, 믿을 수 없다.
내 느낌으로는 틀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인니어 사전은 한국외대에서 나온 거 하나 밖에 없는데, 부정확한 것이 제법 있어서 오히려 공부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다.
말 나온 김에 이 자리를 빌어, 그만큼 벌었으면 이제 개정판 좀 내주기를 부탁드린다.
사전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물론 수록 단어 수도 중요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정확성이다.
BIPA 학생들 중 유독 한국 학생들이 인니인도 모르는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고 무안 당하는 경우를 당한다.
수십 종류의 사전이 있는 일본을 둘째치고, 심지어 중국 사전도 한국 사전 보다는 오류율이 적다고 한다.
드디어 길리 뜨라왕안.
이정도면 범선이라고 해야 할까?
저런거 하나 사서 금발 비키니 미녀들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면 참 뽀대나는 불한당 라이프가 될 거 같다.
아까 그 범선 주인보다 좀 못사는 사람 껀가 보다.
그래도 나랑은 비교도 안되게 잘 살겠지만.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
저 위로 살포시 지나가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물이 맑아서 얕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깊이가 최소한 3미터 이상은 된다.
역시나 따로 선착장 따위는 없다.
거점으로 삼을 가게 앞 해변에 그냥 갖다 들이댄다.
일단 내리자 마자 해변을 찍는 척 서둘러 사진을 찍었으나, 다이나믹한 라인의 라틴 글래머 아가씨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래도 마음이 훈훈하다.
롬복은 참 착한 섬이라는 첫 인상이 마음에 가득해진다.
억울한(?) 오해를 받을까봐 반대쪽으로도 한 컷 찍어 주신다.
' 방 안에 홀로 있을 때에도 타인이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퇴계 이황의 말씀을 받잡아, 아무도 안보는 거 같아도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난 참 훌륭한 위군자다. 음하하!
오다가다 만나는, 오다 Oda 까페가 거점이었다.
식당, 음료수 까페, 스노클링 장비 대여, 안 쪽으로 들어가면 숙소까지 있는 전천후 가게다.
길리 뜨라왕안은 일체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길레, 난 정말 고적하고 한가로운 곳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 곳에 도착하자 마자, 화석연료 교통수단 금지와 관광객 숫자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적 오류를 깨달았다.
외려 관계가 있는 사실은 섬의 크기였을 뿐이다.
크기가 하도 콩 만 해서, 빠르거나 힘 좋은 교통수단이 굳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교통수단 반입을 허용해 버리면, 소자본으로 여기에 붙여 먹고 사는 대다수의 현지인들만 곤란하게 될 것이다.
결론.
1. 화석연료 교통수단이 없다.
2-1. 그래서 고적하고 조용하다. -> 논리적 오류
2-2. 그런 교통수단이 없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섬이 작다.
3. 그런 교통수단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라고 소문이 난다.
4.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5. 그런데 섬은 작다.
6. 생각보다 무지 복작복작 하다.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길리 뜨라왕안에는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오다 까페의 점심 스페샬.
7만 루피아의 비싼 가격이었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한국 입맛에 거부감 생길만 한 향도 없다.
오다 까페 2층에서 내려다 본 전경.
동그랗게 철창으로 둘러친 지역은 벌거벗은 현지인 검투사가 다른 검투사나 식인 거북이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곳...은 아니고, 그냥 거북이 알 부화시키려고 묻어둔 곳이다.
그 오른 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거북이 보호육성 센터다.
팻말에는 ' 아기 거북이가 자고 있어요. 소변금지' 뭐 대충 이렇게 적혀 있다.
나무 밑에는 아기 거북이에게 버림 받은 알껍데기들이 차갑게 널브러져 있다.
헤세는 데미안에서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한 번 쯤은 알 입장에서 음미해 봐야 할 얘기다.
니가 어떻게 내게 이럴수 있니? (응?)
여기 망하면 인수해서 활어횟집이나 차려볼까나?
갓잡은 니모 회라던가, 뽀뇨 구이라던가...
아유 콩 만한 색히들.
그래도 니들이 별탈 없이 크면 나보다 오래 살겠구나.
양것들은 왜 해변에 나왔다 하면 지글지글 몸 구워가며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
굽는거야 설익은 채 태어난 한 때문이라 쳐도 햇살 때문에 눈 안아픈가?
저 멀리 미녀 삼총사들 몸매도 참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풀장 딸린 호화저택만 있었어도 스카우트 시도해 보는 건데, 것 참...
간단히 스노클링을 즐겼다.
예쁜 열대어들이 잔뜩, 사람 무서운줄 모르고 주변에 알짱 거린다.
어떤 발칙한 놈은 모기 물려 긁어서 피부 일어난 부분 뜯어 먹고 도망가기도 한다.
쫓아가서 때려주고 싶었지만, 그냥 너그럽게 봐줬다.
정신 없이 구경하다 1.5 미터 좀 안되어 보이는 거북이도 봤다.
가끔 돌고래도 놀러 온다고 하는데, 보진 못했다.
길리 메노와의 사이에 있는 바다였는데 조류 흐름이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흐른다.
시간에 따라 반대로 흐르기도 하는데 제법 흐름이 세다.
오리발 없으면 죽어라 거슬러 봐야 소용 없다.
그냥 해변가로 걸어서 거슬러 올라가 둥실둥실 떠내려 오면서 보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올 때 반겼던 라틴 아가씨 보다는 박진감이 덜 했지만, 나름 풋풋한 서양 소녀가 떠나는 내 마음을 달래준다.
길리 뜨라왕안은 역시나 참 좋은 섬이다.
오실땐 단골손님 안오실땐 남인 섬이 아니다.
내 잊지 않음세.
나중에 범선 타고 금발 비키니 미녀 군단과 다시 오겠네.
...평생 다시 오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 쳐진다.
롬복 섬을 향해 힘차게!
진주조개 양식하는 곳이라고 한다.
일정상 출발할 때와는 다른 곳에 내리게 되었다.
나를 내려 두고 배는 냉큼 떠나간다.
왠지 망치로 양철판 대충 뚜드려 만들었을 것 같은 유니크한 배.
바닷가에 산호조각이 널려 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있자니 오토바이 드라이브 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그렇게 훌쩍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의미를 가진 장소가 되었다.
너와 자주 갔던 그 까페, 네가 참 좋아했던 그 노래, 너랑 헤어진 날 술 떡되게 퍼마시고 아침까지 널브러져 있었던 광명시 철산동 상업지구 자수정 싸우나 앞 두 번째 벤치(응?)...
누군가에게는 심상한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장소일 수도 있다.
세상 어느 곳이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 롬복에서 길리 뜨라왕안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것은 쁘라마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건데... 비쌉니다.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승기기에서 방살 Bangsal의 선착장까지 택시 타고 가서 길리 들어가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겁니다.
(승기기에서 방살까지 가는 베모도 있지만 좀 난이도가 있습니다.)
정기로 운항하는 배가 아니라 손님 다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길리 도착해서는 마차를 타고 위의 사진에 있던 까페 골목으로 가시면 됩니다.
뭐 천천히 산책 삼아 걸어가셔도 되구요.
** 숙박업소 꽤 많고 제법 쌉니다. (10~20만 루피아)
변수가 있다면 늘상 관광객으로 붐빈다는 것 정도겠네요.
워낙 웨스턴 천지라 거의 대부분 업소에서 영어로 의사소통 편합니다.
*** 당일치기로 갔다 올 거라면, 스노클링 때 소지품이 걱정되실 텐데요.
대부분의 장비대여 업소에서 짐도 맡아 줍니다.
제 경험 상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습니다.
오다 까페 괜찮습니다.
바로 앞 바다가 스노클링하기 좋은 포인트라는 점도 장점이네요.
거북이 센터 근처라 찾기도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