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 국제 결혼 과정] 1. 인니 혼인에 관한 전반적 개요

명랑쾌활 2023. 4. 28. 12:12

본 포스팅 연작은

예비 배우자가 이슬람 신자(=무슬림)이며

이슬람 종교청에 혼인 신고를 해서

부꾸 니까 Buku Nikah (혼인 증명서)를 받아

* buku : 책, 수첩  ** nikah : 결혼, 혼인

주인니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혼인 신고 등록을 하는 과정입니다.

위에 해당하는 것들은 직접 경험한 사실들을 위주로 적어보겠습니다만, 나머지는 아는 한도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케이스 별로 몇 번씩 결혼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지만, 너무 피곤할테니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 점 감안해서 요긴한 부분있으면 참고하시고, 해당 사항 없으면 건너뛰셔도 되겠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하기 5단계 과정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1) 개종

2) 혼전 공증

3) 종교청 혼인 신고 접수를 위한 서류 준비 및 접수

4) 결혼식 및 혼인 증명서 발급

5) 한국대사관 혼인 신고

 

 

1. 인니는 부부의 종교가 같아야 혼인 신고를 '받아줍니다'.

뭐 그런게 다 있냐 싶지만, 법이 그렇습니다.

인니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아직까지는 공무원이 우매한 백성들을 영도한다는 관료주의가 더 우선인 나라입니다.

예비 부부 각자의 종교가 다르다면, 둘 중 아무나, 혹은 둘 다 개종해야 합니다.

타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교리상, 무슬림이 타종교로 개종하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된 바 없고, 실제로 배우자 종교를 따라 무슬림이 타종교로 개종한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이슬람을 뉴스로만 (특히 테러 사건) 접한 분들이 이슬람은 개종하면 참수한다더라... 이런 무식한 소리를 하는데, 극단주의자들이 그런 겁니다. 대다수는 안그래요.

그렇게 빡빡한 종교였으면 18억 명의 신도가 전세계에 퍼진 주요 종교가 될 수 있을리 없습니다.

힌두교처럼 토착 지역 종교로 남았겠지요.

그렇다고 인니의 다른 공식 종교들이 개종에 너그러운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개종에 관대한 종교는 없습니다. 맘대로 개종해도 좋다는 교리를 가진 종교는 없습니다.

종교가 얼마나 세속화됐느냐, 얼마나 세속 권력과 타협했느냐의 차이입니다.

힌두교를 믿는 집안이든, 기독교를 믿는 집안이든, 상대편이 이쪽 종교로 개종하길 원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슬람 교리가 좀더 강경하다보니, 예비 배우자가 무슬림인 경우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경우가 흔할 뿐입니다.

저도 무교니까 별 거부감 없이 무슬림으로 개종했을 뿐, 강성 개신교도였으면 결혼 자체를 포기했을 겁니다.

 

 

2. 상대 집안이 얼마나 보수적이냐, 종교를 얼마나 깊게 믿느냐, 체면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다릅니다만, 종교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이슬람이 혼인 과정의 난이도가 세고, 다른 종교는 그에 비해 수월한 편입니다.

교리가 실생활에 관여하는 정도가 강한 종교니까요.

 

 

3. 이슬람의 혼인 신고만 종교청에서 부꾸 비루라는 수첩 형태의 혼인 증명서가 발급됩니다.

정부 기관인 종교청은 이름만 종교청이지 실상 이슬람청입니다. (힌두교도가 거의 대부분인 발리 제외)

인니 정부가 인정하는 타 종교와의 분쟁에 있어, 이슬람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게 주요 업무인 기관입니다.

국민 대다수인 85%가 (종교청은 92%라고 우기지만) 무슬림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정부 기관은 투표권이든 돈이든 많은 쪽으로 친화적이게 마련이니까요.

 

이슬람 외의 종교는 짜따딴 시필 Catatan Sipil (주민등록소) 에 혼인 신고를 합니다.

* catatan 기록, 메모  ** sipil 시민, 주민, civil에서 유래

한국의 시, 군, 구청 민원실 산하 주민등록 창구가 인니에서는 독립 관청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교회에서 결혼하고 목사에게 받든, 성당 결혼 신부든, 법당 결혼 스님이든 혼인 확인서를 받아서 짜따딴 시필에 신고합니다.

그러면, 수첩형태의 혼인 증명서가 아니라 종이 서류 형식의 혼인 증명서가 발급됩니다.

한국에서 먼저 혼인 신고하고 그걸 근거로 인니에 혼인 신고를 하는 경우는 무슬림이라도 짜따딴 시필에 등록됩니다.

종교청이 자신들이 직접 주관하지 않은 혼인에는 부꾸 니까 발급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밥그릇 지키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무슬림도 짜따딴 시필에 혼인 신고를 할 수 있긴 하다고 합니다.

근데 되도록 종교청에 신고하도록 유도한다고 하네요.

'넌 무슬림인데 왜 종교청에서 진행하지 않고, 여기서 하려는 거냐?' 뭐 이런 식으로요.

뭐 짜따딴 시필 공무원도 무슬림이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짜따딴 시필 쪽에 신고하는 게 더 간단합니다.

그러니, 굳이 부꾸 니까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 짜따딴 시필 쪽에 신고하는 쪽으로 궁리하시길 권합니다.

전 부꾸 니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게 장인이 결혼을 허락하면서 제시한 단 하나의 조건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한때 정부가 무슬림의 혼인도 짜따딴 시필에서 신고 접수를 받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명색이 세속국가인데, 국민의 혼인 관계 등록을 정부가 관리하는 게 당연한데 이슬람만 종교청에서 따로 관리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으니까요.

종교청은 각 지역 지부별로 관리가 중구난방이라 관리도 잘 안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결국 종교청과 무슬림 단체의 반대에 밀려 흐지부지 됐습니다. ㅋㅋ

기관은 원래 자기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게 마련인데, 가뜩이나 혼인 등록은 종교청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니까요.

이떄 퍼뜨린 프로파간다 중 하나가 '짜따딴 시필에 혼인 신고를 하는 무슬림은 뭔가 떳떳치 못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니까 시리 Nikah Siri 라는 편법 결혼이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거나 결혼식을 하기에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마을 이슬람 종교지도자에게 혼인을 인정해달라고 해서 받는 일종의 증명서입니다.

이슬람 종교지도자에게 받는 것이니 당연히 무슬림 한정입니다.

물론 정부나 종교청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만, 주민들끼리는 암묵적으로 인정해줍니다.

간통을 적발하는 경찰도 니까 시리는 눈감아 주고요. (인정해주는 게 아니라)

이슬람 교리는 부인을 4명까지 둬도 된다고 하지만, 인니 법률은 일부다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2명 이상의 부인을 두고자 하는 무슬림이 니까 시리를 이용합니다.

부유한 아랍인이 인니에 현지처를 두거나 장기 체류하는 동안 계약 동거를 할 경우 악용하기도 하고요.

외국인이지만, 아랍인은 인니에서 '본토의 진성 무슬림'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 그냥저냥 넘어갑니다.

하지만 아랍 지역 말고 다른 국가 외국인이 니까 시리를 사용하면 인정 안해주니, 혹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ㅋㅋ

 

 

4. 혹시 본 글을 읽고 한국에서 먼저 혼인 신고하는 쪽을 모색하신다면...

다른 과정은 그럭저럭 어렵지 않은데, 혼인 신고를 위해 예비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해야 한다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만, 인니인의 한국 입국 비자는 죤나게 안나옵니다.

30세 이하 인니인은 부모가 매우 부유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아니면, 일반 관광 비자를 받기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 사람은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

한국대사관이 요구하는 서류 다 갖추고, 멀쩡한 직장 다니며, 통장 잔고 빵빵해도 대부분 비자 거부됩니다.

규정상 비자 거부 사유는 설명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도 설명 안해줍니다.

'자료 불충분'이라고 하고 끝입니다. (지들이 요구한 서류 다 제출했는데 자료 불충분. ㅋㅋㅋ)

그러니, 대사관 지정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 비자를 받길 권합니다.

단체 관광 비자는 직업 좀 불확실하고, 통장 잔고 3천만 루피아 정도만 되어도 발급됩니다.

단체 관광 비자로 입국해서, 투어 책임자 잘 구워 삶아서 가까운 구/시청에 잠시 가서 혼인 신고를 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