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이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시설 좀 후지고, 교수진 구려도, 간판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다.
전국 탑 클라스 학과가 아닌 이상, 대학 공부라는 건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난 제법 유명한 대학의 그럴듯한 학과를 나왔다.
원서를 넣고 합격한 대학들 중 끌리는 곳은 모대학 컴공과였는데, 거긴 사람들 인식에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이었다.
제법 유명한 대학엔 원서 써넣긴 했지만 된다는 생각 안했었다.
예비합격 400번대 받았는데 그게 되버렸다. 젠장...
안유명한 대학 컴공과는 내 점수보다 예상 커트라인이 40점 낮았으니 당연히 합격했다.
컴공과 가려했는데 부모님이 유우명한 대학 가는 게 어떻겠냐 권하셨다.
그래서 유명한 대학 갔다. 당시 난 진로에 대한 자기 확신이 흐릿했었다.
그렇게 간 대학은 더럽게 재미없었다. 적성도 안맞고, 전공도 못살렸다.
부모님 탓하는 거 아니다. 강압하신 것도 아니고, 최종 선택은 내가 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생활 하면서 보니, 학력 컴플렉스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고 선입견을 갖는 풍조가 심해서 그럴 거다.
심지어 학벌 사회의 피해자 입장인 사람조차도 타인을 학벌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난 출신 대학 간판이나 최종 학력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출신 대학 갖고 우월감 느끼기는 커녕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다.
오히려 왜 그 대학을 갔을까 후회를 하는 쪽이다.
아마도 실패한 대학 생활로 말미암아 모교에 소속감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신경쓰지 않으니 티낸 적도 없고, 타인의 학벌이 듣보 지방대든 중졸이든 역시 관십 없다.
근데 웃기는 게, 어쩌다 우연히 내 출신 대학이나 학과가 드러나면,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뭘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아직 아리송 하다면, 그냥 가장 알아주는 대학을 가는 편이 낫다.
인간은 거의 대부분 속물이고, 출신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뭘 잘못해도 출신 대학이 알아주는 곳이면 실수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인간'으로 치부하된다.
유명 대학 출신은 잘하면 '역시~'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못하면 '역시~'다.
내가 경험한 인니 한국 회사의 부장급인 대졸 현지인들 중에, 수리 계산 능력이 한국 초등 4학년 보다 못한 사람들 흔했다. (과장 아니다. 정말이다.)
그런데도 부장급 잘도 해먹는다. 물론 '일반 현지인들에 비해' 남달리 뛰어난 점은 있다.
한국 교육 수준 높다.
고졸 정도만 되어도 왠만한 회사에서 경력 쌓아 올라가다 보면 어지간한 기업 부장 업무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문제는 간판이다.
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할 수 있어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그 판단 근거 중 대중적인 게 출신 대학이다.
간판보단 실력? 백 번 옳은 말이다. 천 번 동의한다.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면 그쪽을 우선으로 하길 권한다. 짧은 세상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애매하면, 장래성이나 적성, 선호도 등 어설프게 저울질 하지 말고, 그냥 간판이 가장 그럴듯한 대학이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