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인니 음식(Makanan)

망기스 Manggis (망고스틴)

명랑쾌활 2021. 2. 22. 11:35

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망기스가 보여서 한 팩 사왔다.

대부분의 열대 과일들은 단맛이 좀 싸구려스러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망기스의 단맛은 딱 내 취향이다.
6개에 약 1천6백원 정도, 드럽게 비싸다.
길거리에서 사면 그 가격에 비닐 봉다리 절반 이상을 채워준다.
물론 산지의 길거리에 가야 한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다.

껍질 부분이 전체 무게의 절반 이상이라, 무게로 달아 팔면 가성비가 흉악한 과일이다.
망기스보다 더 무게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일이라면, 야자와 두리안 정도겠다.

 

 

껍질이 두껍다보니 요령을 모르면 까먹기가 좀 성가신 편이다.

그닥 단단하진 않아서 손톱으로 쪼개 파도 되긴 하지만 대신 손톱밑에 보라색 속껍질이 잔뜩 끼어, 마치 방금 흙장난을 마치고 돌아온 말썽꾸러기 애새끼 손처럼 너저분해진다.

깔금하게 까는 요령은 위 사진처럼 일단 꼭지를 따고...

 

 

두 손바닥 사이에 끼고 살살 조여 뭉그러뜨리면 된다.

초딩 정도 힘만 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괜히 힘자랑한다고 콱 조이면 즐거운 대참사를 볼 수 있게 될 거다.

 

 

간혹 껍질이 마치 골프공 정도로 딱딱해서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다.

꼭지도 안뜯어지고, 껍질 표면에 뭔가 건강하지 못한 희끗희끗한 물질이 퍼져있다.

 

 

그럼 망한 거다.

가뜩이나 무게 가성비도 안좋은 과일인데, 이렇게 썩은 거 사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냄새도 희안하게, 하수도 냄새 비스무리 하다.

 

 

재미있는 점.

망기스 꼭지 반대편을 보면 꽃잎 모양의 돌기가 있다.

꽃잎 갯수는 제각각 달라서 5~8개, 혹은 그 이상도 가끔 있다.

이 꽃잎 갯수는 내용물인 하얀 과육의 갯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크기가 작은데 갯수는 많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과 과육 갯수 맞추기나 홀짝 같은 게임을 해서 재산을 거덜내게 만드는 것도 좋겠다.

 

재미있는 점 또 하나.

망기스의 쓸데 없이 두꺼운 껍질 부분에는 여성에게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원산지인 말레이-인니 지역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생약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그러니 알아서 재주껏 껍질을 먹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