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게 된지 보름 정도 된 어느 날, 화장실의 천정의 뚜껑이 열려 있었다.
어라, 이런걸 모르고 있었네 하며 닫았다.
(즉, 분명히 닫은 걸 기억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산지 두 달 반 정도 된 어느 날, 화장실 천정의 뚜겅이 다시 열려 있는 것이다!!!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다.
(누가 좀 확실히 바람 때문이라고 해줘~~ ㅠ_ㅠ)
학교에서 수업 중 정전이 됐던 어느 날, 교수님한테 물었다.
" 인니에서도 정전되면 초중고에서 학생들이 무서운 얘기 좀 해달라고 하나요?"
" 물론이죠."
그러면서 다른 학생들 못듣게 목소리를 확 낮추어 나직히 말을 덧붙인다.
" 이 건물에도 귀신이 나오는 교실이 몇 군데 있어요. 물론 이 교실은 아니에요."
" 엥? 어디요?"
" 비밀입니다."
표정이 사뭇 진지한 것이 절대 농담을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다른 곳은 몰라도 한 곳은 어딘지 알 것 같다.
애초에 우리 교실로 배정된 곳.
그곳에서 하루 수업 받았는데, 담임 교수님이 너무 좁지 않냐며 현재의 교실로 옮겨 왔다.
있다면 분명 그 곳일 것 같다.
그 밖에도 인니에서 귀신이란,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고, 있다 없다 논쟁을 할 여지 없이 당연히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다.
바닥부터 밟아 올라 성공한 교민들 중에도, 허름한 건물 사무실을 빌려 쓰다 한밤에 이상한 존재를 목격했다는 경험담도 많고,
노동집약 산업인 봉제 공장에서 여공들 바글바글한데 어떤 여공이 픽 쓰러지더,니 갑자기 유창한 한국말로 사장에게 뭐라 뭐라 하더라는 얘기도 있고...
뭐 신도 있는데 도대체 귀신이 없을 이유가 뭐람.
과학으로 설명이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이 세상에는 훠어어얼씬 더 많다.
있다면 있는 거고, 없다면 없는 거고...
적어도 보지 못했으니 없는 거란 생각은 좀 경솔하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이 아파트에서 작년에 벌어졌다는 한국인 게이 토막살인 사건은 도대체 어느 방에서 벌어진 걸까?
다른 방 다 차도 내 옆 방은 당최 입주를 하지 않던데 혹시...
저번에 빈 방 알아봐달라는 아는 사람 부탁으로 아파트 사무실 찾아가서 빈 방 물어 봤는데,
내 방 건너편 방과 다른 층의 방 딱 두 개 남았단다.
X발, 내 옆 방은 그럼 도대체 뭐냐... -_-;
뭐 아니겠지만 (누가 좀 제발 아니라고 해줘~~ ㅠ_ㅠ), 혹시나 내 화장실 천정 뚜껑의 괴현상이 초자연적인 거라면,
저 사건이랑은 관련이 없길 바란다.
여자 귀신과 얽혀도 정중히 사양할 판에 남자, 그것도 게이 귀신이라니... -_-;;;
* 업데이트 사항
한 1년 쯤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범인은 바람이었습니다.
건물 구조 상 바람이 매우 빠른 속도로 창문을 통해 문으로 (혹은 반대로) 지나갈 때가 있는데, 저 뚜껑 들어올리기에 충분한 힘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