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인니 음식(Makanan)

Indo Mie 2020년도 독립기념일 한정판 라면 세트

명랑쾌활 2020. 9. 23. 09:06

인도 미 Indo Mie 에서 2020년도 독립기념일 기념 한정판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비네까 인도네시아꾸 Bhinneka Indonesiaku 라는 이름이네요.

Bhinneka 는 고대 자와어로 '다양한, 여러가지의'라는 뜻입니다.

독립기념일 기념판이라, 인니의 국가 표어인 비네까 뚱갈 이까 Bhinneka Tunggal Ika (다양성 안의 통합) 에서 따와 이름 붙인 모양입니다.


인니 온지 얼마 안됐던 시절 한정판 세트를 사서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149)

그 게 벌써 11년 전 일이라니... 허허...

그 때만 해도 이런 한정판 세트는 매년 출시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아주 가끔 출시합니다.


짜깔랑 맛 라면이 포함된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터넷 쇼핑으로 냉큼 주문했습니다.

11년 전 한정판에 포함된 것 먹은 이후로 내내 기억에 남았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던 제품이었거든요.

다섯 개 한 팩에 1천원 정도 가격이네요.

개 당 50원 정도 저렴한 겁니다.


이번 한정판은 소박하게 다섯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1. 라사 소또 메단 Rasa Soto Medan (메단풍 소또 맛)

  - Medan : 수마트라 북서부 도시명

  - Soto : 강황과 라임이 들어가는 국물 요리

2. 라사 미 꼬쪽 반둥 Rasa Mie Kocok Bandung (반둥 소고기 면 맛)

  - Bandung : 자와 서부 도시명

  - Kocok : 섞다, 혼합하다

  - Mie Kocok : 반둥 지역의 유명한 소고기 면 요리

3. 라사 소또 반자르 Rasa Soto Banjar (반자르풍 소또 맛)

  - Banjar : 깔리만탄 남동부 도시인 Banjarmasin과 그 일대를 지칭하는 지명

4. 라사 쪼또 마까싸르 Rasa Coto Makassar (마까싸르풍 쪼또 맛)

  - Makassar : 술라웨시 남서부 도시명

  - Coto : Soto와 비슷하지만 재료가 다른 마까싸르 향토 음식

5. 라사 짜깔랑 Rasa Cakalang (가다랑어 맛)

  - Mie Cakalang과 Sop Cakalang은 술라웨시 북동부의 마나도 Manado 지역의 유명한 요리

  - 좀 더 자세한 설명은 https://choon666.tistory.com/1466 참조


이번 세트는 전부 국물 라면이고, 주로 소또 계열이고, 10년 전 한정판 세트에도 포함됐던 제품은 2, 4, 5번이네요.

소또는 다른 인니 요리에 비해 보다 개성이 강한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국적인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는 한국인에게는 대체적으로 입맛에 맞지 않는 편입니다.

저도 인니 생활 초기엔 소또의 향이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뭐 지금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왜 맛있어 하는지 포인트는 알게 됐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요. ㅎㅎ)

입맛 다실 정도는 아니지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무난하게 한 그릇 비울 수 있습니다.

한 그릇 더 먹으라고 권하면, 가운데 손가락을 정중히 내밀면서 사양하겠지만요.


여튼 그런 이유로, 미 꼬쪽 반둥 맛과 짜깔랑 맛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고 시식을 해봅니다.



1. 라사 소또 메단


빨간 고추와 달걀은 추가로 넣은 겁니다.


국물 색부터가 왠지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만, 실제로 먹어 보면 젠장 그 느낌이 맞습니다.

강황과 라임향이 물씬 풍깁니다.

인도 요리에 대해 잘 모릅니다만, 막연히 인도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국적인 맛입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소또 맛이네요. ㅋㅋ


5점 만점에 3점.

인니 생활 초기의 저라면 1점을 줬을 겁니다.

혹시 '소또'라는 음식의 맛이 궁금하다면 이 걸 먹어 보시면 대충 알게 될 겁니다.



2. 라사 미 꼬쪽 반둥


미 꼬쪽은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각종 야채가 올려진 반둥 지역의 면 요리입니다.

소고기 육수 베이스 라면은 한국에서는 일반적입니다만, 인니는 대부분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드문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푹 우러난 소고기 육수를 연상한다면 좀 실망할 수 있습니다.

소의 상태 때문인지, 조리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니의 소고기 육수 요리들은 한국인이 느끼기에 덜 우러난 것 같습니다.

소꼬리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한인식당 맛도 그런 걸로 보아 인니 소뼈가 원래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꼬쪽 Kocok 이라는 단어는 '섞다, 혼합하다'라는 뜻인데, 더 자세하게는 '위 아래로 흔들어서 섞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을 위아래로 흔들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섞는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자위를 뜻하는 은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ㅎㅎ


5점 만점에 4점

예전에 먹어봤던 기억대로 무난한 맛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국적인 향이 아주 약간 나네요.

레시피가 바뀐 건지, 제 입맛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반둥에 가서 오리지널을 먹어봐야겠습니다.



3. 라사 소또 반자르


처음 먹어보는 라면이네요.

반자르 지방은 최근 인니 신수도로 결정된 지역에서 가깝습니다.

중국계가 많아서 피부가 '비교적' 흰편이라고 합니다.


5점 만점에 4점

녹색 포장지 때문에 맛이 엄청 역할 거라 각오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습니다!

강황 향이 적당하고, 한국인 입맛에 거부감이 들만 한 향이 거의 없습니다.

국물까지 훌훌 떠먹을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소또라는 음식에 입문하기 딱 좋을 것 같습니다.



4. 라사 쪼또 마까싸르


예전에 이 라면을 포스팅 할 때는 쪼또 Coto 가 소또 Soto 의 사투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름이 쪼또 찰집니다.)

최초 어원은 사투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젠 엄연히 마까싸르 지역의 향토 음식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입니다.

실제로 강황과 라임이 베이스인 소또와 달리 릉꾸아스 Lengkuas 라는 생강 사촌인 향신료가 베이스라 맛의 결이 전혀 다릅니다.

예전 포스팅에 한약 비슷하지만 뭔가 괴상한 맛과 향이라고 했던 게 릉꾸아스였습니다.

10여 년 사는 동안 이것 저것 제법 주워 듣게 되는군요. ㅎㅎ


5점 만점에 2점

생강향을 향기롭다고 좋아하는 현지인들은 대체로 좋아할 맛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역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생강 외에도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향신료 향들이 강하거든요.

그럭저럭 다 먹긴 했지만, 생강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별로네요.

참고로 제 기준에 1점짜리는 억지로 먹느니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입니다.

2점은 그닥 먹고 싶진 않지만 버릴 만큼은 아닌 음식이고요.



5. 라사 미 짜깔랑


대망의 짜깔랑 라면입니다.

11년 전 한정판 세트에 포함된 거 먹어보고 그 맛이 계속 기억났는데, 이번 세트에도 포함되었네요.

이 제품은 시중에 파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먹지 못했습니다.

짜깔랑 cakalang 은 가다랑어를 뜻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당시엔 새우맛인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가쯔오부시 국물맛 비슷한 맛이었네요.

그렇다고 일본 우동처럼 깊고 맑은 맛은 아닙니다. 비슷한 맛입니다.

고춧가루가 추가되어 매콤하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에 딱 맞습니다.

마나도 지역의 오리지널을 먹어 보고 싶게 만드는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