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재외 국민 투표 완료

명랑쾌활 2020. 4. 6. 09:34

구 영사관 건물 후문을 통해 가면 되더군요.

구글맵에는 작은 골목을 빙 돌아서 가야 하는 걸로 나왔는데, 그냥 대로변 입구로 들어가면 됐습니다.

아직까지는 구글이 늘 옳은 건 아니라는 사실은 다행입니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20대 규모의 주차장이 혼잡할까 걱정했는데, 금방금방 치고 빠져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혼잡하지 않다는 게 썩 좋은 의미만은 아니겠네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포기하신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야무지게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네요.


헷갈릴만한 포인트에는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출구에도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네요.


건물 정문 현관에서 체온 체크를 합니다.

이분들 제가 사진 찍으니 괜히 각을 잡으시네요. ㅋㅋ


체온이 기준보다 높으면 입장할 수 없습니다.

질병 사유로 투표권을 제한할 수는 없으니, 아마 격리 장소로 가서 투표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문을 통과하면 한국인 진행요원분이 비닐 장갑을 한 짝 줍니다.

나중에 투표함에 기표 봉투를 넣고 바로 밑에 있는 휴지통에 벗어서 버리면 됩니다.


리셉션 데스크 앞에 전화번호부 크기의 후보와 정당 명부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확인하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전 인터넷으로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패스~


복도 끝에 투표소 입구가 있습니다.

혹시 줄이 길어지면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바닥에 검은 테이프로 표시를 해놨습니다만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신분 확인을 마치면 즉석에서 기표 용기가 주루룩 프린트 되어 나옵니다.

정당 기표 용지는 아주 길더군요. ㅋ

사람이 별로 없어서 줄 서지 않고 바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투표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수고하고 계셨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최순실 사태 당시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정당의 지지율이 30% 이상이라는 걸 보면, 한국인들이 참 너그럽고 따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로부터 고작 4년 밖에 안됐는데 설마 벌써 까먹었을 정도로 저능하진 않을 겁니다.

일반인이 국정을 쥐고 흔들어도 망하지 않을 정도로 나라가 튼튼해졌다는 믿음이 있으니, 또 해보라고 밀어 주는 거겠지요.

실제로 한국은 이제 시스템이 자리를 제법 정착되었기 때문에 어디가 정권을 잡든 완전히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까짓 거 말아 먹으면 고치고, 또 말아 먹으면 또 고치고, 그러면 되겠지요. ㅎㅎ



여담입니다만,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대사관까지 평소 편도 1시간 이상 걸렸는데, 이번엔 집에서 차 시동 켜고 출발해서 투표 마치고 집에 돌아와 주차하고 차 시동 끄기까지 총 55분 걸렸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차가 별로 없어서 길이 뻥뻥 뚫렸네요.

딱히 광란의 질주를 한 건 아니고, 거리상 원래 그 정도 걸리는 게 정상인데 만성적인 교통 체증 때문에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던 겁니다.

그래서, 인니 교민들은 행선지까지 거리를 km 단위가 아니라 시간으로 얘기하는 게 보통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물어보면 설명하기 애매한 것도 그런 이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