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인니 현지 생산 소주 3종 비교

명랑쾌활 2020. 4. 17. 10:29

소주는 저가 박리다매 구조라 현지 생산 메리트가 별로 없습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설비가 필요하고, 중독성 기호품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주류 사업 관련 인허가는 간단하지 않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한국 내 생산 물량이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포도주나 위스키 같이 장기간 숙성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알콜에 물 타서 찍어 내면 됩니다.

포도주는 상류 문화라는 인식과 풍토에 따라 풍미가 다른 매력이 있어서 그런지 각 나라별로 자체적으로 생산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만, 소주는 그런 매력도 없는 공산품입니다.

그렇다 보니, 보통 외국에서는 소주를 수입합니다.


인니에 자체 생산하는 소주 브랜드가 3개나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특이합니다.

인니 자체 생산 소주 관련 자세한 내용은 일전에 다룬 포스팅들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811, https://choon666.tistory.com/1270https://choon666.tistory.com/1362)

유독 인니에 자체 생산 소주가 있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 높게 형성된 판매가 - 소매가 6천원, 식당 1만2천원

2. 불안정한 수입 공급 - 인니 정부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수입 허가를 정지 시키는 일이 빈번함

3. 한국 교민들의 소주 편애 - 한국 주당들은 다른 주류로 대체하지 않고 비싸더라도 소주를 고집하는 경향이 강함

4. 현지인 수요층 증가 - 한류 확산으로 인니 젊은 세대들 사이에 소주가 유행 중임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중 4번은 최근 발생한 현상입니다.


현지 생산 소주 3종을 비교해봤습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적 취향입니다.

전 소주가 즐기는 게 아니라 취하려 한다는 목적에 충실한, 알콜에 물 탄 싸구려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그 외 각 지방 소주들에 대한 편견 없이, 있으면 아무거나 마십니다.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처음처럼을 선택하는데, 특정 브랜드가 가장 낫다고 고집하는 사람들 중에 진로를 선호하는 쪽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에 대한 반감으로 그러는 겁니다. ㅋㅋ

아 그리고, 소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거랑 싸구려 취급 하는 건 별개 문제죠.


바람은 2012년에 출시됐습니다.

생산 공장은 족자 Yog Yakarta 에 있다네요.


로컬 소주 3종 중 가장 한국 소주 맛에 가깝습니다.

소주 특유의 쓰고 살짝 역한 뒷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학 약품 냄새가 난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람 소주 마시면 다음날 머리 아프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전 바람 좋아합니다.

뭐 솔직히 더 맛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싸거든요. ㅋㅋ

싼 값에 취하려고 마시는 소주의 목적에 더 충실한 거지요.

소주는 원래 그 특유의 역하고 쓴 맛이 특징이라 그 게 좀 더 심하더라도 딱히 거부감 없고요, 머리 아팠던 적도 없었습니다.

몇 만원, 몇 십 만원 차이 나는 양주도 아니고, 참이슬은 머리 안아프고 바람은 아프다는 게 좀 웃기긴 해요.

가짜 양주야 싸구려 재료로 고급 양주 향 흉내 내려고 이것 저것 막 넣을 수도 있겠지만, 소주는 애초에 고급 술이 아닌데 뭔가 덜 넣었으면 덜 넣었겠지, 머리 아플 만 한 성분을 굳이 더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바람은 소주를 엄청 좋아하는 어느 한국분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주 수입 정지 사태가 종종 발생하니까, 열 받아서 직접 만들어 먹겠다고 공장 세웠다고 하네요.

바람 업체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지인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ㅎ


세븐데이는 2019년에 처음 봤습니다.

그 이전에 나왔다 하더라도 2018년 이전은 아닐 겁니다.

땅그랑 Tangerang 에 생산 공장잉 있다고 합니다.


맛은 밍밍합니다.

순한 맛이 아니예요. 그냥 맛이 거의 없고, 알콜 향만 코에 살짝 감돕니다.

한국 교민 보다는 현지인 수요층을 겨냥해서 인니 젊은층에 유행하는 소주 칵테일의 베이스로 맞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맨 소주가 맛있게 느껴지기까지는 장벽이 좀 높긴 하겠지요.

취하는 데는 이상 없습니다. 머리도 안아파요.


참좋은은 올해 초 처음 봤습니다.

생산지가 스마랑 Semarang 이라고 쓰여 있네요.

뒷 라벨에 무려 'Korean No.1 Alcohol Soju'라고 쓰여 있는 뻔뻔한 제품입니다. ㅋㅋ


맛은 엄청 답니다. =_=

과일 소주만큼은 아니지만, 단맛이 확 튀어요.

이 소주도 현지인을 타겟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SNS 상에서, 술 좀 마시는 현지인 젊은이들 사이에 세 종류의 소주 중 참좋은이 가장 평이 좋습니다. (인니 전체 의견 조사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술 역시 취하는 데는 문제 없고, 머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현지 생산 소주 3종 중 전 바람이 가장 좋았습니다.

세븐데이는 밍밍해서 술을 마신다는 느낌이 당최 들지 않아 심심했고요, 참좋은은 제가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더군요.

소주 특유의 쓰고 역한 맛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참좋은이나 세븐데이가 더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바람이 참 애매하긴 하네요.

한국 소주의 맛을 구현하려고 하다 보니, 그 맛을 즐길 정도의 주당들에게는 자기가 선호하는 소주 맛과 다르다고 무시 당하고,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쓰고 역하다고 거부 당하기 십상이겠습니다.

차라리 맛을 없애거나 단맛으로 덮는 건 쉬워도, 쓰고 역하면서도 익숙해지면 끌어 당기는 맛을 구현하는 건 힘들었을텐데요.

세상 쉬운 일 없지만, 소주의 세계도 참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