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찌르본 Cirebon] 아삐따 리조트 까페 Apita Resort Cafe

명랑쾌활 2020. 4. 13. 09:49

찌르본 Cirebon 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200여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해안도시입니다.

해안 지형, 자와섬 동서를 가로지르는 유료도로와 1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 인프라 조건, 자카르타와 스마랑 중간 위치 등등 '당연히' 항구가 있어야 할 입지지만, 결정적으로 수심이 낮아 작은 항구만 있습니다.

대신 작은 새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새우젓 원료로 한국에 수출하기도 합니다.

한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수십번을 갔었던, 제게는 좀 각별한 곳이기도 합니다.


찌르본에 있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갔었습니다.

생긴지는 몇 년 됐는데 이래저래 미루다가, 문득 바람이나 쐴 겸 점심 먹으러 갔었네요.

그 때가 대략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막 발생하고, 전세계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시기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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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 도착해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아삐따 리조트 까페는 찌르본 시 구역에서 약간 벗어난 남서부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에 붉은 선으로 표시된 구역은 찌르본 시이고 그 바깥은 찌르본 군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편의점에서도 맥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던 찌르본 시는 강성 무슬림이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로 5성급 호텔을 제외한 그 어느 곳에도 주류 취급 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엄격해졌다.

덕분에 주류를 취급하는 까페 레스토랑은 찌르본 시 구역 바깥에 있는데, 아삐따 리조트 까페가 있는 지역 일대에 많다.


인니의 행정 지역 구성이 한국과 다른 점은 군 단위 구역 안 중심지에 동명의 시 구역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예를 들어, 대전군이라는 지역 안에 대전시가 따로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전시가 대전군 행정을 관장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군과 시는 행정적으로 구분되어 군지역을 관리하는 건 군청이고, 시는 시청이 관리한다.


까페 내부

한국 건축 기준으로는 창고나 주차장으로 분류될 정도로 건물을 저렴하게 올렸다.


유명 연예인들 싸인들이 출입구 옆에 붙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이샤 밴드 Geisha Band 도 왔었나 보다.


이름만 게이샤고 실제로는 기생과 아무 연관이 없고, 음악 스타일도 왜색이 없다.

물론 일본어에서 따온 이름인 것은 맞다.

아마도 게이샤가 무희나 가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몇 십년 동안 인니는 일본 문화를 동경해왔다.

일본도 꾸준히 투자를 하며 자신들의 문화가 인니에 잠식되도록 홍보했다.

한류가 들어온 이후로도 한동안은 일본 문화가 한 단계 위라는 인식이 있었다.

한류가 일본 문화를 드디어 넘어선 건 불과 2~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조직적, 지속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지, 인니에 오래 살면서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아직도 일본은 인니 브랜드들의 프로모션 행사에 도쿄 왕복 항공권을 제공한다던가, 일본 문화 페스티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정부와 기업들이 스폰서를 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한류는 그딴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 참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테라스 지역



전망


찌르본 시 지역이 보이는 북쪽 전망


동쪽으로 두산이 건설한 화력발전소의 굴뚝이 보인다.

바닷가에 있는데, 날씨가 좋으면 바다도 보이겠다.


이 일대가 지질이 좋지 않아 황량한 편이라 낮 풍경은 별로고, 야경이 괜찮다.


음식류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이고, 주류 가격은 아주 세다.


한국의 백반 같은 개념인 나시 띰블 Nasi Timbel


가게 이름을 붙인 나시 고렝 메뉴를 시켰더니 이런 걸 갖다 준다. ㅋㅋ


맛은 좋았는데 양이 너무 적다... =_=


다 먹고 코코넛 속살을 파먹을 수 있다.


식사 둘, 음료 둘 해서 1만원 조금 넘게 나왔다.

부가세와 서비스 차지를 붙이지 않는 착한 업소다.


밤이 되면 라이브 공연도 하는데, 그 무대인 모양이다.

그 뒤로 보이는 큰 건물은 호텔이다.


요런 식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 마지막 나들이였다.

이 나들이 이후 세상은 바뀌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요상하다.